[인터뷰] 이두현 에이치알이엔씨 대표

″국내 최고의 동물원 전문 설계회사로!″
라펜트l신혜정 기자l기사입력2018-04-25
동물원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분야를 개척한 조경가가 있다. 바로 에이치알이엔씨의 이두현 대표이다. 그는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조경을 통해 인간과 동물, 식물, 곤충이 모두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국내 최고의 동물원 전문 설계회사'를 만드는 것.

서울대공원 동물원 표범사의 성공적인 조성 이후, 현재 랫서팬더, 홍학사, 아프리카관, 호주관 등을 추가로 맡아 진행 중이다. 그의 행보는 이제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넘어 제주도 동물원과 전주동물원까지도 섭렵했다. 

이두현 대표를 만나 '동물원 전문 설계회사'라는 꿈을 키워준 서울대공원 동물원 표범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두현 
에이치알이엔씨 대표

‘2017년 국토경관디자인 대전’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 표범사 설계작으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 받으셨는데요, 소감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 동안의 어려운 시간들을 보상받는 듯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는 분명히 의미있고 누군가는 꼭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제가 설계를 하기는 했지만 공사하시는 분과 감독을 맡으신분의 노고가 없었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서울대공원 관계자님들과 시공하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표범사'는 어떤 공간인가요? 

서울동물원은 창경궁 복원에 따라 일제에 의해 1909년 최초로 만들어졌던 동물원 동물을 1984년에 옮겨오면서 한국의 대표 동물원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국립 동물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성을 가집니다. 이곳에는 지금은 만날 수 없는 토종 동물을 볼 수 있는 토종 동물지역이 있는데, 표범사는 이 지역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2015년까지의 표범사는 동물원 초창기의 관람 형태로 비좁은 방사장, 부식되고 노후가 심한 철창 등 모든 여건이 좋지 않은 환경에서 표범 5마리가 순환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은 관람안전 및 동물복지에도 많은 문제점으로 대두되어 '토종동물지구 조성계획'에 맞춰 새롭게 환경개선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와 표범을 구분하지 않고 둘 다 범으로 통칭해서 불렀다고 합니다. 12간지에 나오는 범은 호랑이를 일컫지만, 조선시대 민화 속 범은 몸은 표범인데 얼굴은 호랑이로 표현된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호랑이는 참호랑이, 표범은 개호랑이라고도 불렀다 하는데,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숲 속에 사는 최상위 포식자인 두 동물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기에 소문으로 듣거나 일부만 보고 표현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이러한 표범을 복원하는 일이 일제 잔재 청산의 또 다른 과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실제로 한반도, 특히, 남한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에 의해 해수구제라는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포획되어 그 존재가 사라지게 된 것을 알게 었습니다. 간혹 DMZ에서 발자국이 발견되었다고 기사화되기도 하지만 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다고 합니다. 현재는 동물원에서만 범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 노출됐던 표범사

호랑이와 까치 민화 ⓒWikimedia

일제 감정기 호랑이 사냥 ⓒ에이도스


표범사를 설계하실 때 특별하게 신경 쓰거나 차별화된 전략이 있나요?

기존에 있던 두 개의 야외 방사장을 네 개로 늘리면서 가운데 보행자 통로 위를 표범이 통과해야만 한다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이점이 문제점인 동시에 극적인 전시효과를 내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자연스러운 이동통로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관람자가 표범의 이동통로 밑을 통과하는 방식은 대전동물원에서도 적용됐지만, 그보다 더 경관적이면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해결방안으로 가장 한국적인 나무를 대변하는 소나무의 줄기부분을 이동통로에 형상화 하고 그 곳을 표범이 통과하도록 연출했습니다. 

각각의 방사장은 관람객들의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되도록 조성했고, 산 속에 있는 조그마한 폭포를 연출하여 한여름에는 시원한 관람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이외에도 고목을 이용하여 표범의 행동 풍부화(나무타기,점프등)를 유도했으며, 이를 보는 관람객은 덩달아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전시장 내부에도 소나무 뿌리조형 인조암이 보이는데 이것은 종의 멸종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인조암의 형태는 원래 바위가 많은 지역에 사는 표범의 특성을 고려했고, 기본적인 형태와 질감은 표범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경남 합천군 오도산의 경관을 구현하고자 애썼습니다. 

결국 이런 노력으로 한반도에서 사라진 한국 표범의 현실과 이를 반드시 복원해야 하는 우리의 염원을 구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완공된 표범사 ⓒ해림환경디자인(http://www.hrenc.co.kr)

- 면적 : 5,000㎡
- 수용마리수 : 표범 5마리

생소한 분야라 어려움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동물원 설계라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분야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우선 그 장소를 이용할 동물을 생각해 최대한 서식지처럼 복원하고 싶었지만, 공간의 제약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습니다. 또한, 관람자에게는 동물의 행태를 이해시키고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했고, 관리자에게는 유지관리의 편리성을 제공할 공간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이런 여건을 고려해 사육사와 시설 관리자의 의견, 시공성, 구조적 안전성 등을 다양하게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현장 조사와 회의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공간을 이용할 동물이 지금까지와 다른 행동을 하게 될 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상상력과 사례만 가지고 설계를 진행해야 했던 점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표범하고 직접 얘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도 들었습니다.


조 쿡 아무르표범 및 호랑이 보전 연맹 대표가 조성된 표범 우리를 보고 아주 인상적이였다고 극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주변 반응은 어떠한가요?  

해외의 관계자가 보아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보여진 것을 무척 자부심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더불어 국내의 여러분들도 더불어 인정해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연맹대표가 아므르표범의 번식을 위해 국내 반입에 애써주시기로 하셔서 좋을 결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동물원 설계를 할 때 예전보다 전문성을 인정해 주시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훨씬 더 원활해 졌습니다. 사실 어떤 설계사도 동물원은 잘 모를거라는 선입관으로 설계자들을 대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다들 제가 했던 설계를 이야기하면 진행될 설계에 대해 안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동종 업계로부터는 새로운 분야의 업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전국의 동물 사육사분들께도 동물원 설계 전문업체로서 점차 알려지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 서울대공원에 랫서팬더, 홍학사, 아프리카관(사자, 치타, 하이에나, 일런드, 앤틸럽), 호주관 설계를 있으며, 전주동물원의 '호랑이와 원숭이사'의 기본구상 업무를 얼마 전 완료하였고, 제주도에 신규 동물원 설계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동물원에서 익힌 설계능력을 새로운 종의 반려동물에게 적용가능하리라고 보고 있으며, 우선 반려견 놀이터를 시작으로 미어켓, 라쿤(미국너구리)등 다양한 동물의 특화된 내·외부공간을 설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종의 동물사를 설계하여 ‘국내 최고의 동물원 전문 설계회사’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끝으로 조경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변에서 동물원 설계가 많이 있냐, 돈이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동물원 설계를 하는 이유는 조경이라는 것이 경관을 만드는 것이고, 그 경관은 인간에게 쾌적함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인간은 쾌적한 경험을 가족과 연인, 혹은 혼자서 느끼고 그것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저는 이런 추억이 되는 공간, 인간과 동물, 식물, 곤충이 모두 공존하는 세상을 올바르게 만드는 역할을 조경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경은 늘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은 늘 변화하는 것이고,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과 토목 분야와 다른 점이 이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 생명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갖어야 할 것입니다.   

우선 나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고 내가 설계 또는 시공한 현장에 오게 될 사람과 각종 생명들을 생각하며, 우리 자신의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인지 자부심을 갖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_ 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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