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인문학적 경관형성’ 연구용역 실시

인문학적 경관, 키워드는 ‘지역성’과 ‘디지털’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8-13


경제성 위주의 개발방식 개선 및 사람과 장소가 중심이 되는 도시 조성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간’와 ‘인문학적 경관’을 키워드로 바람직한 도시경관을 창출하고자 ‘휴머니티가 흐르는 인문학적 경관 형성방안’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휴머니티가 흐르는 인문학적 경관 형성방안’ 연구용역의 일환으로 전문가 워크숍을 지난 11일(금)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사옥에서 개최했다.

LH는 계획부터 환경, 토지이용계획, 인문학적 경관 코디네이팅을 통해 도시매력 창출과 브랜드화를 목표로 한다.

이강문 LH 도시경관단 단장은 “그동안 물리적 계획에 의해 시각중심의 경관이 형성되어 왔으며 최근 U-Cuty나 스마트시티 등 사람이 편리하게끔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 LH가 미래로 갈 수 있는 인간중심의 도시계획 틀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도시에 다양한 부분을 포함시켜서 계획하고 맞춰가면서 더욱 좋은 경관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강문 LH 도시경관단 단장

이날 전문가워크숍은 ‘인문학적 경관’의 개념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관점을 교류하고, 각 분야에서 생각하는 인문학적 경관의 형성방안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인문학적 경관을 형성하기 위해 ‘지역성’을 살리는 방안이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심리학 측면에서 황상민의 심리상담소 소장은 “각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 지역의 가치와 정체성을 찾아야 하고, 이를 드러내는 활동을 함으로써 인문학적 경관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상민 소장은 인문학적 경관을 조성하려는 이유를 ‘번듯하게 보여야 한다’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아파트 경관에서 벗어나 인간성, 생활, 문화의 느낌이 나는 경관을 조성하고자하는 심리에 있다고 보았다. 아파트만 해도 경제성으로만 보는 욕망과 편안하고 조용한 공간을 원하는 욕망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인위적 경관이든 자연경관이든 욕망들이 복잡하게 엮여있으며, 사람들이 가진 욕망의 공통분모를 찾기는 어려우나 경제성을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가지는 욕망이다. 그렇기때문에 이 지점에서는 인문학적 가치를 찾아서는 안 되며, 지역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학자인 임재해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가시적인 공간에 불가시적인 인문학적 의미가치가 결합되었을 때 인문학적 경관이 존재한다”며 지역문화를 특성화해 인문학적 경관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경관 고유의 이름을 붙여 이름의 유래나 신화, 전설 등을 이용한 스토리텔링이다.

이밖에도 ▲전설과 역사에 의한 경관을 의미화하고 ▲학술조사에 의한 인문학적 의미 발견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전통적 인문경관의 조성과 문화재 를 복원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역사분야에서는 역사가 주는 지역성을 강조했다. 김권구 계명대학교 박물관장은 역사적 측면에서 인문학적 경관이란 ‘시대별로 살아가면서 지표상에 남긴 우주관으로서 여러 유적과 지형의 관계망이면서 시기별 지역별 세계관’이라며 역사적 가치에 초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역사성을 알고 있는 전문가집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경관형성시 주민 다수의 의견이 수익성과 기능성에만 중점을 둘 경우,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개발시 ▲기존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리는 개발과 ▲지명에 맞는 조경, ▲유적과 최대한 조화를 이루는 지구단위계획 수립, ▲유적을 최대한 살리는 도시계획수립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참관한 이규목 (사)한국경관학회 고문은 “작금은 지역적 특성을 따지지 않고 다들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역마다 다른 경관을 제공하는 것이 지역의 긍정적, 적극적 반영일 것”이라고 의견을 더했다.


황상민 황상민의 심리상담소 소장, 임재해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교수, 김권구 계명대학교 박물관장, 이규목 (사)한국경관학회 고문

인문학적 경관을 표현하는 방법과 수단에 대한 내용들도 제기됐다.

도시건축분야의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인문학적 경관이란 ‘경관 안에 사람이 느끼는 바’라며,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어떤 물리적 환경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를 찾아내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4차선 도로 이상일 경우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다든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 경우 100m 내에 사람이 선택 가능한 가게입구의 숫자가 30개 이상으로 조성해 계속 새로운 경관을 제공해야 한다는 등의 일종의 법칙들을 발견한다면 사람을 위한 경관을 만들 수 있다.

사회학의 정수복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저자는 사람이 걷고 싶거나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창출을 인문학적 경관으로 보고, 이러한 경관 구성을 위해서는 공간 전체의 규모와 짜임새, 부분들 사이 관계, 적절한 비율과 조화, 건물의 고도, 색조, 지형, 높낮이의 변화, 빛, 청각(소음, 고요함), 후각(공기의 질, 환기시설), 자연 요소(흙, 풀, 꽃, 나무, 바위, 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간판, 전광판, 가판대, 벤치, 쓰레기통, 보도블록 등 도시비품의 미세한 것들까지 신경써야 하며, 도시의 전반적인 색조와 구성요소들 사이의 조화와 조명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예술디자인분야의 신일기 가톨릭대학교 문화예술콘텐츠학과 교수는 ‘디지털’에 주목했다. “디지털화된 세대들이 가상세계와 현실의 연결통로로서 도시를 접근하고 있어 디지털화된 인간과 경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인문학적 경관은 공통의 정서를 느끼게 하고 유사하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사람들을 조망하고 이들과 유대를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수단매체 중에 사회적 수단매체 대한 공감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단매체는 인간이 일에 대한 실현가능성 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적 매개체이다.

IT분야의 이두원 ㈜아니스트 대표 또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경관’이 부각될 것이며, 앞으로 정보기술, 조경, 관광산업간의 융합은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0년은 5G 이동통신을 기대하는 해로 오감 모두를 만족하는 실감미디어가 가능한 것이다. 예컨대 생물정보를 VR, AR로 볼 수 있는 구글의 ‘아트 앤 컬처’나 자연사 박물관 VR서비스 ‘스트리트뷰’, 호주 멜버른 왕립식물원애서 개발 중인 교육용 가상현실기기 ‘TPACK’ 등이 있다.

임영택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 사무관은 “이번 연구용역의 결과가 경관계획 수립, 심의때 활용하는 방안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휴머니티가 흐르는 인문학적 경관 형성방안’ 연구용역의 연구책임자는 주신하 서울여자대학교 교수(한국경관학회 수석부회장)이며 연구 자문은 김한배 서울시립대학교 교수(한국경관학회 회장)이다. 연구진으로는 김경인 브이아이랜드 소장, 위재송 도시건축 소도 소장이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 정수복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저자, 신일기 가톨릭대 교수, 이두원 ㈜아니스트 대표, 주신하 서울여자대 교수, 임영택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 사무관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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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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