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버려진 공간의 잠재력을 깨우는 수직정원″

'2018 교보인문학석강-프랑스 석학 초청 공개 대담 성료
라펜트l김지혜 기자l기사입력2018-06-17


″전 예술가는 아닙니다. 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다만, 사실 예술적인것은 식물입니다. 식물이 아름다운 것이 예술인거죠″


대산문화재단과 주한 프랑스대사관, 교보문고 주최, 서울 시립 청소년 문화교류센터가 후원하는 '2018 교보인문학석강-프랑스 석학 초청 공개 대담'이 지난 14일(목), 세계적인 식물학자이자 ‘수직정원’을 개발한 패트릭 블랑과 함께 광화문 교보빌딩 23층 교보컨벤션홀에서 개최됐다.


'도시공간과 자연환경: 이상 혹은 현실'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패트릭 블랑의 수직정원의 시초와 사례들, 방법까지 알 수 있었다. 


패트릭 블랑


그는 수직정원의 시작은 식물을 단순히 생물학적 필터로서 사용한 것이라고 말한다. 수족관 위에 식물을 식재했고, 그 뿌리들이 어떻게 다양한 미네랄들을 흡수할 수 있는지 하는 궁금증에서부터 였다.


이어 그의 집 넓은 공간에 식물을 설치하고, 윗쪽과 아랫쪽의 빛, 공기 등 환경적 차이를 고려하며 식재를 시작했다. 이는 그 나라의 기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벽면의 윗쪽은 절벽, 해변가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이, 밑면은 열대우림의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을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시공간 속 수직정원은 쓰임이 없거나, 버려진 장소에 설치된다. 단순히 건축의 허가와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장식품처럼 작용하는 녹색공간이 아닌, 버려진 곳을 채우기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 단 서울과 같은 겨울이 매우 추운 나라의 경우에는 사용되는 식물군이 더욱 엄격하고 제한되어야 하며, 그 나라에서 자라는 식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직정원의 구조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이에 관해서 그는 가장 먼저 건물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단한 철골 구조를 부직포가 싸고 있는 형태가 기본이라고 전했다. 건물에 수직정원이 직접 닿지 않도록 부직포로 감싼 철골을 두른 후  그 위에 방수처리된 부직포를 다시 한 번 올리면 토양층 역할을 하게 된다. 


이어 패트릭 블랑은 개관을 앞두고 있는 부산 현대미술관의 수직정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부산 이기대 절벽바위에서도 잘 자라는 해국과 고사리류를 보고 인상깊었다"며, "부산에서 자라는 독특한 식물들을 꼭 수직정원에 사용하고 싶었고, 그 외에도 다양한 한국의 자생식물들을 사용하고 싶었다. 총 168종의 식물을 심었고, 특히 해국의 경우 줄기 옆을 타고 올라가게끔 1500여개를 심었다."고 곧 공개될 수직정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박윤진 오피스박김 대표, 석승우 서울시 조경과 조경시설팀장


이어진 대담에서는 김영민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박윤진 오피스박김 대표, 석승우 서울시 조경과 조경시설팀장이 참가했다. 


수직'정원'을 조성하지만 식물학자, 과학자로 불리는 패트릭 블랑이 생각하는 조경가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패트릭 블랑은 "조경가는 인간이 풍경안에 들어간 삼차원의 공간을 조성한다면, 수직정원은 조금 더 수동적으로 하나의 벽만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가장 크다. 하나의 회화작품을 바라보듯, 단적인 벽면만을 봐라보게 된다. 그래서 그 안에서 더 다양한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전하며, "둘 다 식물을 사랑해야 하는 사람인것은 공통적이다."고 덧붙였다.


박윤진 대표는 이에, "패트릭 블랑은 새로운 종을 만들고 발현시키고 하나의 전체를 만든다면, 조경가로서는 산, 사람, 경관을 먼저 고려하는 접근방식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행정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수직정원에 대한 관점도 들을 수 있었다.


석승우 팀장은 "서울의 경우에도 이제 더 이상 개발이 아닌 재생의 개념으로 녹지공간을 바라보게 됐다"며, "부족한 녹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서울시에도 옥상녹화, 자투리공간의 녹화 등 다양한 방법들을 찾고 시도하고 있다"며, "수직정원 자체도 녹지를 늘려나가는 하나의 방편으로 충분히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김영민 교수는 "사실 처음 수직정원을 봤을때는 비싼 스펙타클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각 나라에서 찾아낸 식물을 사용하고 버려진 골목을 이용한다는 강의를 들었을때 아차 싶었다"며, "우리는 식물이 존재하지만 그 가치를 모르고 지나친다. 하지만 패트릭 블랑은 그것을 찾고, 수직정원으로 발현시킨다. 그와 동시에 몰랐던 도시의 잠재력도 함께 폭발하는 시너지가 나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는 우리 도시의 숨겨진 잠재성을 찾아서 깨워주는 식물학자라고 생각한다."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글·사진 _ 김지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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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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