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품셈개발’ 조경품셈 보완적 성격… ″공종의 세분화·특수화 고려해야″

한국정원디자인학회,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원 품셈 개발 연구’ 수행중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8-10-18


“정원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조경공사의 표준품셈 적용은 디자인의 다양화, 시공품질의 향상을 가로막는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원품셈개발’은 정원품셈을 조경품셈의 발전적, 보완적인 성격이다”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회장 홍광표)는 산림청 발주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원 품셈 개발 연구’를 지난 6월 10일 계약체결, 12월 10일까지 진행한다. 책임연구원은 홍광표 동국대 교수, 연구원은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대표, 강신호 그룹한 부사장, 이혁재 태양환경개발㈜ 박사, 최송훈 조경기술사사무소 후네스 대표이다.

연구진은 정원은 기존 조경에서 했던 행위에서 나아가 보다 치밀하고, 유지관리도 과다하게 필요로 하는 일로 진화된 형태라는 입장이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 “이식, 목본, 초본 식재에 대해서는 기존의 품셈을 보완해 정원공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수경시설, 유지관리에 대한 품셈은 현행 품셈과 맞지 않아 신규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개발되는 정원품셈을 근거로 조경품셈이 세부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조성은 일반적인 조경공사가 토목공사, 건축공사와 달리 현장여건, 기후, 디자인 등에 따라 공법이나 소재 선정이 완전히 변경될 수 있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원조성과 관련된 품셈이 없어 조경공사의 표준품셈을 사용해 설계가 진행되고 있다.

조경공사의 표준품셈은 일반적인 공종과 공법들로 구성되어 있어 정원과 같이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고 품질 높은 시공이 요구되는 곳에서는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구진은 정원에 조경품셈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세 가지 문제점을 들었다. ▲세부적이고 디테일한 시공에 대한 품셈의 한계 ▲정원공사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일반공사에 적용 ▲일반적으로 조경공사와 달리 정원조성은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나 시공 후 유지관리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 부재이다.

정원품셈 개발을 위한 연구에 앞서 정원품셈 적용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정원’과 ‘정원작가’의 정의에 대한 연구가 선행됐다. 

연구진은 정원을 ‘특정작가가 지명되어 대상지의 자연환경과 인문적 여건 등을 바탕으로 작가의 뚜렷한 작정의도가 반영되어 나온 예술적 결과물’로 정의했다. ‘작가’라는 매개체가 분명히 존재하는 경우에 품셈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작가가 지명되지 않은 채 정원이란 용어만으로 공간을 조성할 경우에는 품셈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정원품셈을 적용범위는 ▲수목원법에 의거한 정원 조성시 ▲국내 정원박람회의 정원 조성시 ▲공원내에서의 정원조성시(수목원법과 상충되므로 검토 필요) ▲개인정원을 비롯한 정원품셈의 필요성이 인정될 시로 지정했다.


발제 중인 황용득 동인조경마당 대표

연구진은 정원공사의 품을 계산하는데 있어서 조경품셈을 적용했을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원작가 30명, 조경설계자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술통계량을 측정한 결과, 정원공사를 실시하는데 있어서 조경품셈을 사용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평가결과를 얻었다. 그중에서 이식, 목본식재, 초본식재, 식생유지관리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별구조물, 수경시설, 목본식재, 잔디식재는 정원작가와 조경설계자간에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정원작가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반면, 조경설계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양자간 의식차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문제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소규모 시설에 모든 공종이 필요함’, ‘식재의 다양성, 시설물 가격의 차이’, ‘유지관리와 같이 품이 없는 것이 많음’, ‘작품성, 예술품을 계산할 수 없음’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문제해결방안으로 ▲수경시설과 유지관리 등의 품을 새롭게 개발하고, 식재 등은 할증을 줌 ▲세부적으로 품셈 조정 ▲난이도별 조정 ▲견적단가 사용 등을 제시했다.

품셈은 모든 것을 총괄할 수 없다. 정원을 차치하더라도, 조경품셈은 조경분야의 다품종 소량 공정에 대한 것들을 담고 있지 못함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 왔다. 정원은 일반적인 조경공사에 비해 더 많은 품종과 극소량의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더욱 조경품셈만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

연구진은 정원조성 현장실사를 위해 청주시 가드닝페스티벌 5인 교수 정원전에 조성되는 정원을 대상으로 CCTV를 설치해 모든 공사의 진행과정을 녹화, 각 공종에 대해 실사를 진행했다. 각 정원에 1대씩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녹화했으며, 녹화기를 별도로 설치해 정원조성의 모든 조성과정을 담았다.

분석 결과, ‘식재면고르기’와 ‘잔디붙이기’는 디자인에 따라 소요되는 품이 크다는 결과를 얻었다. 일반적인 디자인에서는 조경품셈에서 규정하고 있는 품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디자인이 가미된 곳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교목식재’의 경우 수고에 의한 식재품보다는 비교적 많은 품이 소요됐으나 근원직경에 의한 식재품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교적 작은 나무를 식재할 때도 굴삭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표준품셈과는 차이를 보이긴 했으나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관목식재’의 경우, 조경공의 품은 조경품셈과 비슷하게 소요되거나 오히려 조금 덜 들어가는 경향을 보였다. 보통인부는 조경품셈보다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조경공과 보통인부의 일이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경품셈보다 일반적으로 품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진은 “표준품에 비해 정원은 최소 50%에서 최대 10배, 20배로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에 정원품셈이 필요하다”며 데이터를 누적해 빅데이터로 수집한다면 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가의 ‘창작비용’에 대한 내용도 언급됐다.

연구진은 “일반 공사비 요율로 설계비 책정시에도 매은 적은 금액으로 한정되다보니 정원을 조성하는 작가에 대한 창작비용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마련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경우, 설계비가 별도로 계상되지 않은 채 전체정원조성비로 일체화되어 있어 전체 공사비내에서 적당히 작가의 창작활동에 대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미술장식품의 경우 전체 공사비의 1% 정도로 금액이 산정되도록 법에서 지정하고 있다. 미술작품비가 결정이 되지 않았을 경우, 작가등급에 따라 한국미술협회에서 정해놓은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정원의 경우 창작비용에 대한 근거가 없다. “정원품셈의 틀 안에서 정립하는 것은 품셈의 체계상 불가능하므로 엔지니어링대가기준이나 다른 방법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정원작가의 기준에 대한 내용이 논의됐다. 최종필 (사)한국조경협회 회장은 “품셈이 적용되는 ‘정원작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자격을 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송병화 한국조경학회 총무이사는 “자격기준을 만들 때 조경기술자와 산림기술자, 정원기술자들의 업역 혼선을 고려해 기술자들을 어떻게 인정해주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용득 대표는 “품셈이 악용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이 품을 적용하게 되면 과다하게 비용이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정원의 정의에서 ‘작가’를 주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원작가 지정과 관련해 공모전을 통하거나 실적 등 여러 근거에 의해서 향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홍광표 회장은 “정원품의 악용은 예술성이나 창작성이 담보되었을 경우에 한해서 적용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클라이언트가 어떤 과업지시를 내릴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악용을 방지할 수 있겠지만, 심층면접을 통해 전문가 의견을 구체적으로 수렴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품질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송병화 총무이사는 “최근 트렌드인 아파트 조경 내의 단위정원 조성사업 등을 시범적으로 적용해, 조경품과 정원품을 적용해보고 품질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 연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원의 규모와 관련해 샘플링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홍광표 회장은 “같은 금액을 투입했음에도 품질의 차이가 엄청나다. 품을 제대로 적용해서 단가를 계산했으면 이런 문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러 분야의 의견을 더 수렴해가면서 어느 분야에서 품을 쓰더라도 이익이 될 수 있는 품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말했다.

최형규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사무관은 “공공정원 조성시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조성하게 되면 도시계획에 의한 공원을 만드는 것과 비슷할 것이며, 예술성, 작품성 없는 정원이 만들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현재 조경품셈에서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데이터를 축적하다보면 조경품셈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측면에서 품셈용역발주를 했다”고 밝혔다. 정원품셈은 지방정원과 국가정원 조성에 적용할 것이며, 민간정원이나 공동체정원에 적용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러 번의 디테일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개선해나갈 방향”이라며 공정자체가 객관성을 결여한 공정이 나오면 현장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많은 부분에 있어서 데이터를 축적과 향후 어떤 필요한 연구를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홍광표 회장은 “현재 영국과 미국품셈을 비교하고 있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특징적인 것 몇 가지를 준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라며 향후 연구계획을 밝혔다.


최형규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사무관

한편 산림청은 도시공원내 정원, 건축법상의 대지의 조경 등도 정원에 포함될 수 있도록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형규 사무관은 “정원 트렌드 자체가 공공정원으로 변하고 있다. 울산 태화강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전국 지자체 11개소에서 지방정원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는 지방정원이 20개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은 법상에 정원조성에 관한 사항이 생겨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광표 회장은 “일본의 경우 건축법에서 쓰고 있는 공개공지가 정원의 개념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의하면 정원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문화재, 「자연공원법」에 따른 자연공원,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도시공원 등의 공간은 정원에서 제외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공개공지나 대지의 조경이 정원의 개념으로 조성된다면 정원의 범위를 넓힐 수 있고, 조경, 정원산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데 막혀있는 입장”이라며 산림청에서 국토부와 상의해 법을 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