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경계’ DMZ 생태속에 담긴 역사와 아픔

[전시·문화] 조경진 교수와 함께한 문화역 서울의 DMZ전
라펜트l김지혜 기자l기사입력2019-04-18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는 동과 서로, 남과 북으로, 한반도 곳곳을 가로지르고 연결하는 중심축이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북으로 향하던 기차는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플랫폼인 서울역과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였던 DMZ는 공통적으로 출발점이라는 것에 기인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리얼 DMZ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함께 DMZ의 생태를 다뤘던 섹션 E와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들어보았다.



섹션 E DMZ의 생명환경 전시를 기획한 박한솔 서울대 조경학 박사과정, 환경계획연구소 연구원과 조경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섹션 E에서는 DMZ 생태에 대한 세가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조경진 교수는 서쪽에서 동쪽까지 습지, 평지, 산지로 바뀌는 지형에서 자라는 식생의 다름과 그 속의 역사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248km 야생정원 - 아름다운 경계’

DMZ의 식물표본


국립수목원 자생식물원에서 DMZ일대를 탐사하며 채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본 식물표본은 파주, 연천, 철원,화천, 양구, 인제, 구성까지 공간과 지형적 조건에 의해 재구성하여 습지에서 산지까지의 서식환경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식물의 시간적 공간적 기록이라 볼 수 있는 식물 표본은 원래 뿌리까지 포함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다수 표본에는 뿌리가 없다. 지뢰의 위험 때문에 뿌리를 채취하지 않은 흔적이다. 식물표본에도 전쟁과 분단의 아픔은 담겨있다. 


248km,야생정원 – 아름다운 경계, ‹식물표본›, 2019, 혼합재료, 1,400×160×100cm 248km


248km,야생정원 – 아름다운 경계, ‹식물표본›, 2019, 혼합재료, 1,400×160×100cm 248km



DMZ 서식환경의 소우주

3개의 테라리움


DMZ일대의 자연은 인간의 간섭이 제한된 상태에서 분단의 상처로부터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가며 한반도의 허리를 관통한다. 3개의 테라리움은 DMZ의 서시관경인 습지, 평지, 산지를 담는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는 식물의 남북방한계선이 되고 온대성식물과 한대성 식물이 같은 지역에 함께 발견되는 점이지역 생태계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곳은 지구상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자연서식지이자 국제적인 생태보고로 평가된다. 



이끼정원


재밌는 것은 땅굴에도 저마다의 개성이 있는 이끼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끼정원에서는 DMZ 땅굴 지하의 생명환경을 관람 할 수 있다. 조경진 교수는 이 전시를 통해 무엇보다도 DMZ가 지니고 있는 특수한 상징성 때문에 드러나는 이 일대 식물상은 우리가 되새기며 고민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전한다. 


또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유리는 무언가를 허용하거나 반면에 차단한다는 의리를 내포하면서, DMZ공간의 모순적 속성을 드러낸다. 




‹테라리움(1–3)›, 2019, 혼합재료, 각 240×120×230cm



전망대를 따라가는 평화관광길511

:풍경


조경진 교수는 “전망대를 따라가는 평화관광길은 국토 횡단 여정의 중요한 거점”이라고 말하며, 전망대를 따라가는 511km의 평화 순례의 길을 제안했다. 


기획자들은 1년 반의 시간동안 모든 전망대를 둘러보며 다채로운 풍경들을 마주했다. 그리고 분단이 낳은 오랜 상처들을 만나며 미래의 다른 가능성을 상상했다. 


여러 전망대를 오가며 만나는 풍광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의 모습이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변 풍경은 태초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쪽 풍경도 각기 다른 색깔을 지녔다. 넓은 초지와 계곡에 흐르는 곳, 산맥이 겹겹이 이어지는 곳,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를 높은 산들이 감싸고 있는곳. 원생 자연경관의 파노라마를 보았다.


그러나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엄격한 통제에 따라야 한다. 방문자는 때로는 사전 신고를 해야 하고, 민간인 통제선을 지날 때 검문을 거쳐야 한다. 


출입신고서를 받아서 차에 부착해야 하고, 자동차 블랙박스는 꺼야하고, 사진촬영도 통제받는다. 모든 행동은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링된다. 그래서 전망대 관광은 리미널리티를 경험하는 의례의 과정이다. 일상공간에서 벗어나 잠시 통제된 공간으로 이동하고, 분단 상황을 강렬히 경험하고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전망대는 무대와 객석으로 구성된다. 전방으로 주시하는 계단식 좌석에 앉아있으면, 전방의 지형과 중요 지점이 표현된 모형이 한 눈에 보인다. 마치 중앙홀에 있는 ‘을지극장’과 같은 모습이다. 






정연두, ‹을지 극장›, 2019, 솔벤프린트, 라이트 박스, 소리, 10×2.2m


전망대가 세워진 장소들은 저마다 전쟁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전망이라는 의미는 전방을 주시한다는 행위와 함께, 미래를 바라본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우리는 북을 바라보는 전망대에서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기대할까?


전망대가 세워진 장소들은 전쟁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예민한 경계에서 우리는 분단된 땅을 넘어 평화의 세상을 갈망할 수 있다. 


또한 전시공간 밖으로 나가면 임시 야외 정원으로, DMZ 접경지역 마을에서 벼를 심기 전에 사용하는 모판과 벼를 접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이 전시를 통해 모든 섹션을 보고 나온 관람객들에게 DMZ의 지형과 풍경을 다시 한 번 복기시키고, 서울역에서부터 경의선 가는길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전망대를 따라가는 평화관광길›, 2019, 혼합재료, 가변크기

‹전망대를 따라가는 평화관광길›, 2019, 혼합재료, 가변크기

DMZ 접경지역 마을에서 벼를 심기 전에 사용하는 모판과 벼



DMZ 쌀:

철원농민 삶의 이야기


쌀을 매개로 접경지역 주민의 생활 내면에 다가가고자 했다. DMZ접경지역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평야는 정치지리적 특성이 마을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 대표적 공간이다. 


특히 이 지역은 전쟁 이후 민간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함으로 자연환경은 비옥해졌지만, 주민들의 삶은 평범할 수 없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내 땅’에서 ‘쌀밥’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시작된 철원 농민의 땅 개간에 얽힌 이야기를 ‘쌀’이란 소재를 통해 기록하고 재구성됐다. 


‹DMZ 쌀: 철원농민 삶의 이야기›, 2019, 혼합재료, 가변크기


‹DMZ 쌀: 철원농민 삶의 이야기›, 2019, 혼합재료, 가변크기


이밖에도 전시는 DMZ의 현재, 미래, 과거의 공간과 시간을 재조명한다. 


중앙홀은 현재, 특히 DMZ의 공간과 시간의 교차점인 ‘지금의 공간’이다. 중앙홀을 중심으로 오른쪽 공간에서는 ‘미래’에 대한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제안들이 펼쳐진다. 중앙홀 왼쪽과 2층은 DMZ를 살아가는 현재적 삶과 군인, 마을 주민들을 삶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재조명되고 있다. 


DMZ에 대한 역사, 아카이브 및 사운드 작업은 물론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임에도 갈 수 없었던 상상의 장소로서의 DMZ에 관한 작가들의 작업을 회화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문화역서울 284의 DMZ전은 오는 5월 6일(월)까지 관람가능하다. 


섹션 A, 미래에 대한 제안들

섹션 B, 중앙홀 전경

섹션 C, 오형근, <기마전, 2010년 5월>, 2010, C-프린트, 150x740cm

섹션C, 문경원·전준호, <프리덤빌리지>, 2017-2019, 싱글채널 HD 비디오, DMZ 철자재, 모니터 6개, 424.7x160x238.8cm, 12분 15초_한국의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을 통속화 시키는 제도와 권력으로부터 비판적 인식을 끌어내고 새로운 시각과 사고의 개입을 유도한다. 


섹션C, 문경원 · 전준호, <프리덤빌리지_249일>, 2017-2019, 흑백사진, 오브제, 혼합재료

섹션 C, 접경지역 마을 사진 아카이브 

섹션 C, 김준, <혼재된 신호들>, 2015-2019, 앰프, 스피커, 라디오, 송수신장치, 디지털 녹음기, 사진, 나무, 가변설치, 가변크기_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특정 지역들과 검문초소, 노동당사, 도로원표 등 역사적 구조물로 남겨진 장소들에서 얻을 수 있는 소리 채집의 결과물을 이용했다. 

섹션 D, 김지원, <맨드라미> 연작, 2015-2018, 리넨에 유채, 각 50x61cm, 5점

글·사진 _ 김지혜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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