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관, 적용대상 및 수준 구체화시켜야″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창립20주년 기념 학술행사'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9-04-23


“문화경관이 모호하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 대상과 수준을 공유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종상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적용 대상과 수준까지도 구체화시켜서 기준을 만들고 나아가 문화경관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경관의 가치기준으로서 진정성과 완전성의 기준 등도 확장된 세계유산의 개념에 맞춰 면밀히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창립20주년 기념 학술행사’를 ‘지나온 20년, 다가올 20년’을 주제로 지난 19일(금) 유네스코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성종상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념물에서 경관으로-세계유산으로서 문화경관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1992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의 한 유형으로 추가됨으로써 공식적으로 등장한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은 ‘자연과 사람의 합작품(combined works of nature and of man)’으로 설명된다.

문화경관의 등장과 함께 세계유산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유산보전이나 관리 등에서 물질에 입각한 접근 위주로 다루어오던 것에서 근래에는 살아있는 유산 접근이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다. 오브제적, 정태적으로 간주되던 유산이 역동적이며 맥락적인 것으로서 지역민의 삶에는 물론 정체성이나 장소성, 공동체 의식에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종상 교수는 “문화경관이 무형적 요소까지 포함된 것으로서 실체를 파악하기가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작업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경관을 탁월하거나 특별한 것으로 선택적, 제한적으로 보는 관점과 평범하며 일상적인 것으로 보는 포괄적 관점이 여전히 어정쩡하게 공존하고 있고, 그에 따라 유사한 문화(적) 경관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은 채 다양하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세계유산의 경계나 보전요소 설정 등 세부사항은 물론 근복적 가치나 의미차원에서 앞으로 분명 적지 않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문화경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문화’나 ‘경관’ 둘 다 그 뜻이나 용례가 복잡하고 다의적이어서 간명하게 정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문화경관유산 실태에서 잘 드러나 있다. 2018년 말 유네스코 홈페이지에 등록된 1092개의 세계유산 중 문화경관이란 키워드로 검색되는 유산은 141개(자연유산, 위험유산, 초국경유산, 복합유산 등 포함시 161개)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문화유산으로 분류되는 845개 유산 중 다수가 문화경관으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종상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향후 문화경관과 관련해 ‘경관문명(Cultural Civilization)’에 관심을 기울일 것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프랑스 학자 Berque에 의하면 경관문명에는 네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경관에 관련된 용어가 있어야 하고, 문학과 시 등에서 경관묘사가 되어 있어야 하고, 회화에서 경관이 재현되어야 하고, 정원술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성종상 교수는 “조선시대 등 과거를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경관문명 선진국이었다고 생각한다. 놓쳐버리고 잃어버린 것이 많다. 이를 빨리 되찾거나 새롭게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후 그 효용들이 잘 발휘되도록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연구와 제도,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과정으로서의 유산과 유산의 해석(이현경 캠브리지대학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세계유산과 관광의 공존(김형곤 세종대 교수) ▲근대기 세계유산에 대한 판단(강동진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사, 경성대 교수) ▲아시아 목조 문화유산의 가치 재인식과 보전(한필원 이모코스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한남대 교수) 발제가 있었다.



한편 이날 창립20주년을 맞는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창립기념행사를 함께 거행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문화유산 보전과 보호를 위한 전문가 NGO로 국제적 수준의 전문적이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이코모스포험의 지속적 운영, 국제 및 국내 학술회의 개최, 국제회의 참석을 통한 전문가 교류 및 국제정책 결정과정 참여, 학술연구 활동, 회원 답사, 유관 기관과 업무협약 체결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국내 및 국제적 관점에서 문화유산에 대한 쟁점과 동향을 주목해 우리나라 문화유산 보호·관리 실천에 있어 상호 교류 협력한다.

이왕기 이모코스 한국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유산은 지역이나 국가의 문화적 역량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인류가 남긴 귀중한 역사의 흔적이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문화유산 중에는 우리가 기억하기도 전에 여러 이유로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것이 있다. 이코모스는 기억도 없이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문화유산의 국제적 보존운동을 목적으로 창립됐고, 110개 국가에서 국가위원회를 창립해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문화유산에 애착을 지닌 역사학, 고고학, 건축학, 조경학, 미술사학, 지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하고 있는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앞으로도 국가와 인류의 문화유산 보존활동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광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산’의 정의는 보다 다변적인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산의 건축적, 고고학적 속성에 주로 초점을 두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유산이 놓인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주목하게 됐다. 시대와 사람, 사건을 통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도 유산의 일부로 보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물리적 보호만을 생각할 수는 없다. 유산의 본질적 이해를 바탕으로 유산이 지니는 역사와 가치를 올바르게 해석해 후대에 전하는 것 역시 유산 보전의 큰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유산을 두고 발생하는 국가간, 문화간 갈등해소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의 향후 행보를 기대했다.


이왕기 이모코스 한국위원회 위원장


김광호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주남철 2대 위원장, 이상해 5·6대 위원장, 이혜은 7·8대 위원장, 송인호 현 부위원장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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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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