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회복력 있는 도시를 위한 조경가의 역할

글_최윤의 고려대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 연구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9-08-07
회복력 있는 도시를 위한 조경가의 역할



글_최윤의 고려대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6월말, 독일 본(Bonn)에서 개최된 Resilient Cities 2019를 다녀왔다. 회복력 있는 도시라는 용어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조경, 도시계획, 생태복원, 환경정책 등 관련분야에서 익숙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Resilient Cities 2019에서 느낀점은 용어의 익숙함에 머무르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분야에서 회복력(Resilience)은 자연재해, 생물서식처 훼손, 도시노후화, 공동체상실, 등 사회·생태적 교란에 적응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함으로써 본래 공간의 기능과 구조, 그리고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다. 이 때 회복력 개념은 공간을 창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실천 전략(다양성 확보, 연결성 구축, 거버넌스 형성 등)을 제시한다. 이미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회복력 개념이 담고 있는 실천 전략을 활용하여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에 필자는 Resilient Cities 2019에 소개된 주요 실천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조경가가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역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Resilient Cities 2019란?

Resilient Cities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이클레이(ICLEI-Local Governments for Sustainability, 이하 이클레이)』가 2009년부터 주최한 국제회의로, 주로 지자체와 민간기업, 지역주민, 연구자들이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천 사례를 소개하고 더 나은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Resilient Cities 2019』는 이클레이와 독일 본(Bonn)시가 주최하였으며, 본의 Gustav Stresemann Institute에서 개최되었다. 주요 프로그램은 도시의 공간과 인프라, 사회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회복력 계획(Resilience planning), 자연기반해법(Natural-based Solutions), 재난 위험 저감(Disaster risk reduction), 기술 혁신(Innovation), 재정과 보험(Finance and Insurance), 회복력 있는 식량시스템(Resilient food systems), 거버넌스(Governance) 등이었으며, 회의 진행방식은 워크숍, 발표, 패널토론, 사례지역 답사 등으로 다양했다. 이번 회의에는 84개국, 350개 도시, 4000명이 참석하여 도시 회복력에 대한 최신 글로벌 동향과 우수 실천 사례 및 전 세계 도시 환경이 직면한 적응 문제를 논의하였다. 


Resilient Cities 2019 개회식 현장(이미지 출처: https://resilientcities2019.iclei.org/)


회복력 있는 계획-조경설계가 발표 세션

필자가 본 회의에서 큰 의미를 두고 참석했던 세션은 회복력 계획(resilience planning)이었다. 공식 세션 명칭은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도시경관디자인을 통한 지속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도시 구축(Building Sustainable and Resilient Cities through the Design of Innovative and Inclusive Urban Landscapes)”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요 조경설계가와 연구자가 도시에 직면한 문제를 회복력의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여 도시 조경공간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미국 SASAKI의 Michael Grove 조경사는 Climate Ready Boston사례를 통해 해안도시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회복하는 방안과 Sunqiao Urban Agricultural District 사례를 통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수직농장을 설치하여 식량생산량을 확보하는 방안, Chengdu Panda Reserve 사례를 통해 보호종인 팬더의 사육 기지를 생태관광과 연계하는 방안, Zhangjiabang Park 사례를 통해 도심 속 생물다양성 증진, 수질 개선, 도시 온도 낮추는 방안을 소개하였다. 태국 POROUS CITY의 Kotch Voraakhom 대표는 인구밀도가 높고 도심 홍수의 피해를 크게 받는 방콕에 우수저장공간과 휴식공간이 공존하는 Chulalongkorn University Centenary Park 설계 사례를 소개하였다. 그리고 대만의 Lee-Shing Fang 교수는 가오슝시에 여러 개의 도시 습지를 중복으로 조성하여 스펀지시티를 구축함으로써 사회생태적 기능을 제고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이들은 “어떻게 디자인 사고방식이 회복력 있는 도시 만들기를 위한 혁신적인 계획 프로세스에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에게 오래도록 지속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등 심도 깊은 고민의 결과를 도시 조경공간에 적용하였다.

필자는 전세계의 조경가들이 주인공인 이 세션을 통해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는데 조경가가 가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국내에서도 많은 도시 공원에서도 위에 언급한 공간이 설계되어 있다. 다만, 전 세계가 주목하고 강조하고 있는 “회복력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세계무대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회복력 있는 계획 세션에서 발표한 조경가들의 종합 토론 현장(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사진)


자연기반해법 세션

본 회의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는 자연기반해법(Natural-based Solutions: NbS)이었다. 자연기반해법은 식량안보, 기후변화, 수질안전, 인간의 건강, 재난 위험, 사회 및 경제 발전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물리적 및 사회적 회복력을 위한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자연기반해법을 다루는 여러 세션 중 “자연기반해법 및 복원전략을 통한 회복력있는 건설(Resilient constructions with Nature-based Solutions and restoration strategies)” 세션에서는 건축, 토목, 조경 분야에서 자연자원을 활용한 사례가 소개되었다.

스위스 Global Infrastructure Basel Foundation의 Katharina Schneider-Roos 대표는 고압송전탑이나 철도와 같은 회색 인프라(Gray infrastructure)에 자연(nature)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인프라(Hybrid infrastructure) 조성 사례를 소개하였다. 하이브리드 인프라는 회색 인프라와 자연 인프라가 가지는 단점을 상호 보완하여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이점을 강화한 것으로 소개되었다. 
  

기존 고압송전탑 지역(좌)에 자연인프라를 접목하여 하이브리드 인프라(우)를 조성

네덜란드의 도시 생태 컨설턴트인 Rens de Boer는 옥상녹화가 도시 곤충의 생물다양성 증진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네덜란드 주요 도시에 위치한 21개의 옥상녹화 조사결과를 활용하여 소개하였다. 주요내용은 중량형 옥상녹화가 경량형 옥상녹화에 비해 도시에 서식하는 곤충의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킨다는 것이었으며, 헤이그시에 적용 가능한 옥상녹화 적정 대상지 도출을 통해 향후 옥상녹화 확대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한편, 프랑스 Seine Design의 Petar Lovric 영업개발 매니저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위험에 적응할 수 있는 대규모 부유식 건축물의 실제 조성 사례를 소개하였다. 호텔, 병원, 수영장, 박물관, 식당, 극장 등 다양한 도시 기반시설이 강과 바다 수면에 건설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환경에 적응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Seine Design의 부유식 기반시설 대표사례인 Galeria de Hotel Flotante 


재난 위험 저감 세션

Resilient Cities 2019의 주요 주제 중 하나는 홍수와 폭염, 대기오염과 같은 자연재난의 저감 방안이었다. 이 세션에서는 독일 연방국민보호재난지원청(Federal Office of Civil Protection and Disaster Assistance: BBK)의 주요 역할과 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독일의 재난관리는 BBK를 중심으로 연방정부, 주 정부, 지방정부 간 빠르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되어있다. 큰 사고나 재해의 경우 각 주 정부는 연방 법률에 따라 통보 책임을 갖고 있으며, 각 지자체는 시민에게 경고를 알리기 위한 사이렌을 울리는 등 조치를 취한다. 또한, 본 시의 소방청장이 참석하여 라인강 범람에 대한 위험 평가 시나리오 사례를 통한 자연 재해 대처 방안에 대해 소개하였다. 필자는 공무원이 직접 국제 회의장에 나와 실천 사례를 발표한다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경외감을 느꼈다.

효율적인 재난관리를 위한 ICT기반 해결방안이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되기도 하였다. EXTREMA 프로젝트는 폭염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ICT기술을 활용하여 유럽 주요 도시의 공공데이터와 실시간 위성데이터를 수집하여 온도, 습도, 불편지수를 추정한 후, 이용자가 외부 이동시 폭염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최적 경로(공원이나 가로수가 있는 경로) 및 대피 시설(그늘 쉘터나 소규모 공원)을 안내하는 앱을 개발하였다. 이 앱은 유럽권에서 이슈화 지수 1위에 오르기도 하였다. 한편, ZURES 프로젝트는 폭염,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의 취약성을 평가하는 체계와 기술을 개발하여 낮뿐만 아니라 열대야 등 밤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였으며, 노인, 학생,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대응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밖에도 iSCAPE 프로젝트의 미기후 모니터링 시스템, GUAPO의 대기오염 관리 시스템 등이 소개되었다. 각각의 사례는 해당 프로젝트를 실제로 수행한 민간기업에 의해 소개되었다.

국내에도 도시 홍수와 폭염, 산사태, 미세먼지 등 취약지역에 대한 공간적·시간적 데이터가 구축되어 있으나 연구적 차원에서 활용될 뿐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거나 시민들이 실감할 수 있는 형태로서의 결과물은 부족한 상황이다. 필자는 다양한 국가R&D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공공데이터 구축과 기후관련 모니터링 시스템, 기후문제 해결 중심의 LID시설 등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많은 민간기업들을 경험하였다. 최근 국내 민간기업들이 책임연구자로서 국가 R&D에 참여하여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국제 회의장에서 민간기업이 프로젝트 결과를 스스로 발표하는 모습에 국내의 많은 학회와 회의 등과는 차별성을 느꼈다. 국내에서도 민간기업이 직접 프로젝트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박람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길 바란다.


회복력있는 도시를 위한 조경가의 역할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조경가라 칭하는 직군은 조경설계가이다. 그러나 필자는 스스로 ‘연구하는 조경가’라고 생각한다. 이를 조경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다양한 직군에 적용해 보면 공무원, 교수, 연구원, 설계자, 시공자, 민간기업가, 공공기업가 등 모두가 조경가이다. Resilient Cities 2019에서도 스스로를 조경가라 칭한 사람은 설계자뿐이긴 했지만, 필자는 조경의 범주 안에서 도시 공간을 다루는 공무원, 연구자, 컨설턴트, 기술개발자 모두가 조경가로서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는 데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본 회의장에서 만난 이클레이 한국사무소의 박연희 소장은 국내에서 회복력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한데 어울리지 못하고 개별 활동을 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이에 필자도 동감하며, 국내에서도 직군의 경계를 지우고 조경가와 다분야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바란다. 국내에서 회복력을 우리 분야에 적용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노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직군의 조경가가 협업하여 회복력 있는 도시를 구축하고, 국내 조경가들이 국가대표로서 Resilient Cities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우리 사례를 소개할 수 있길 희망한다.


※본 글에서 담지 못한 Resilient Cities 2019 상세 내용은 https://resilientcities2019.iclei.org 에서 확인 할 수 있다.
_ 최윤의 연구교수  ·  고려대 오정에코리질리언스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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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uni31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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