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인터뷰] CA조경기술사사무소 조용준 소장, 이재현 대리, 장서희 프리랜서 조경가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9-12-03
2019 ASLA Student Awards에서 Community Service부문 Honor Award를 수상한 ‘Beyond 72 Hours’. 강릉원주대학교 학생들을 리드했던 전문가그룹이 있다.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이재현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리, 장서희 프리랜서 조경가이다.

‘작은 점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작은 공간에서 조경이 어떤 힘을 가지는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한 공간을 바라보는 여러 주체의 의견을 조율하고 디자인으로 솔루션을 도출해내고, 완공 이후 공간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역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안까지 전문가의 역량이 더욱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재현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리, 장서희 프리랜서 조경가, 조용준 CA조경기술사사무소 소장


2019 ASLA Student Awards에 선정되셨다. 학생들에게는 전문가들이 잘 이끌어주어 성과를 이루어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재현 : 학생 때부터 ASLA를 매일 보면서 작업에 영감을 많이 받았었다. 학생 때 ASLA 스튜던트 어워즈에서 수상하지 못했던 못 받았었는데 뒤늦게나마 수상해 못했던 과제를 한 것 같은 느낌이다. 강릉대학교 친구들이 열심히 해준 덕을 본 것 같다. 감회가 새롭고 뜻깊었다.

조용준 : 3일 동안 시공하는 것이다 보니 완성도가 아쉽다. 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을 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공간의 완성도는 설계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장서희 : 저에게는 이 프로젝트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설계나 감리까지는 경험을 해봤지만 시공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터라 72시간이라는 시간 안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소재를 활용해보는 것 또한 도전이었다.  좋은 결과가 있어서 기쁘다.


‘Beyond 72 Hours’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조용준 : ‘작은 점이 도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시에는 다양한 크기의 공공공간이 많지만,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 300㎡ 미만의 낙후된 도심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서 이 작은 공간들은 그 지역주민들에게 소외되었다. Beyond 72 hours라는 제목은 우리가 72시간 동안 만드는 공간이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지역주민들의 소통의 장소가 되고, 나아가 더 나은 사회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다.


디자인이 나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조용준 : 당초 대상지는 도봉구였다. 1차 발표 때, 상대팀의 계획안이 선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관악구 대상지에 잘 어울린다는 심사위원들의 판단으로 대상지를 바꿔서 진행했다. 그래서 다른 팀에 비해 짧은 시간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다행이 우리가 처음에 제안했던 어반 그라데이션이(Urban Gradation)라는 콘셉트가 관악구 사이트와도 꽤 어울렸다. 기존에 깔려있던 화강석 블록포장을 일부 들어내고, 녹지대를 확장했다. 그리고 화강석 블록과 차별되면서 모듈을 조합할 수 있는 포장재를 선택했다. 검은색으로 구워낸 스페인 벽돌은 일반적으로 건축물 외부 마감에 사용되는데, 우리는 이 재료를 활용하여 포장으로 그리고 일부는 쌓아 만든 벽돌의자로 사용했다. 결국 기존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스며들며 재미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최근 시민참여와 공동체 형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당선된 내용 또한 지자체 담당자과 전문가, 학생, 주민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만들어 Community Service부문에 선정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의 좋은 점과 어려운 점이 있다면?

조용준 : 당초 계획했던 디자인이 실제 시공에 착수하니 조금씩 변경되는 과정들이 있었다.  무언가 조성되는 것이 눈에 보이니 상인단체나 지나가는 시민들이 의견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설계자의 의도만 고집하기보다, 디자인 의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 

장서희 : 이용자들의 소리를 즉각적으로 듣게 되니 의견들이 디자인에 반영이 되고, 이용자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공간이 되어간다. 가벽같은 경우도, 설계자들은 주변에 도로와 술집이 많아 소음도 있으니 가벽을 세워 소음을 차단하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으면 했는데, 저희 생각과 달리 상인분들은 바깥에서 자기네 상권이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의견을 수렴해 기본 1.2m였던 가벽을 0.9m로 낮추는 절중안을 찾았다.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들을 거치니 시공이 된 이후에도 이용자들은 자기 의견이 반영이 됐으니 만족스럽고, 설계자들도 만족스러웠다. 완공 이후에 민원으로 제기돼 고쳐진다면 설계자의 의도가 흐트러질 수 있는데, 과정 중에 서로 논의를 하다 보니 설계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이재현 : 설계자의 입장에서 어떤 공간을 설계할 때 많은 걸 알고 싶어하고, 많이 고민하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만 할 때는 알 수 있는 것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런 프로젝트를 해보니 원하는 정보를 보다 빠르게, 많이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설계할 때는 상상하면서, 분석의 결과를 가지고 하는데, 지자체에서는 대상지 현황이나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축적된 자료들이 많고, 시민들의 요구도 바로바로 청취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설계자가 빨리 결정하고 빠르게 설계할 수 있다. 반면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도 있다. 각자가 원하는 것들이 다르다보니 설계자는 중간에서 의견들을 잘 조율해야 하는 것이 과제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관, 전문가, 시민 모두 밀접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더 나은 공간을 만든다.

조용준 : 기존에 민원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설계 전에 미리 청취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바닥 포장재가 도로와 같아 차들이 자꾸만 올라온다는 점이 민원사항으로 지적됐기에 포장재를 다르게 하고 벽돌로 쌓은 테이블을 두어 디자인적으로 민원사항을 해소하기도 했다.

여러 주체들이 함께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전문가의 역량이 더욱 중요함을 느꼈다. 한 프로젝트에 있어 의견이 다양하지만 결국 의견들을 모아 해결하는 것은 설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설계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설득을 시키는 과정, 마찰이 생길 때 의견을 조율하고 풀어나가는 역량 또한 중요하다.


작은 규모 또한 조경공간의 대상지이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공간을 조성할 때 특히 신경 쓰시는 것이 있다면?

이재현 : 공간이 작다보니 시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간 자체가 사람들의 이용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앉아도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한지, 작은 공간인만큼 보다 더 디테일한 디자인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장서희 : 공간의 효율성을 많이 생각했다. 전에는 다 포장공간이고 녹지공간이 없었다. 그러나 좁을수록 불필요한 공간을 없애고 포장을 덜어내 녹지공간을 늘려 보다 더 쾌적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색을 통일하고, 포인트 컬러를 주고, 경계도 없애 연결된 느낌으로 디자인해 예전보다 공간이 커보이도록 하는데 신경을 썼다.

조용준 : 작은 공간을 설계할 때도 명확한 콘셉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콘셉트는 디자인에서부터 디테일까지 설계가가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이다. 우리의 경우, 어반 그라이데이션(Urban Gradation)이라는 콘셉트를 통해, 어떻게 기존 포장과 새로운 포장을 섞고, 어떻게 녹지와 스며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또한 경관적으로 도시의 풍경이 어떻게 대상지로 스며들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 끝에 ‘Urban Blind’라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작은 공간을 다루다보면, 때론 시공성을 고려해 디테일에 집중하다가 콘셉트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생산된다. 따라서 명확한 콘셉트는 설계가의 고민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이다. 


학생들과의 협업은 어땠는지?

조용준 : 전문가로서 학생들의 조력자의 역할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다. 실제 시공을 고려한 공간설계이기에 학생들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전문가가 디자인과 팀을 이끌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많은 배움이 되는 것 같다.

이재현 : 학생일 때도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에 참여했었다. 그 당시 느꼈던 것과 전문가가 되어 학생들과 같이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다. 학생 때는 교수님들이랑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교수님들이 어떻게 아이디어를 내는지 보고, 시공할 때는 어떻게 하는지를 옆에서 배우면서 했었다. 강릉원주대 학생들도 함께하며 점점 방법을 터득하다 보니 종국에는 아이디어도 내고, 전문가처럼 잘하더라.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장서희 : 이번 프로젝트가 저에게는 색달랐다. 저라면 아크릴이나 스페인벽돌을 시도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공간이고, 제한된 시간과 재정 안에서 해내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평소에 필드에서는 도전하기 어려웠던 소재들을 다룬다거나 망설여졌던 과감한 아이디어들을 펼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학생과 조경가들이 재미있는 조경을 시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고 난 뒤 아쉬운 점이나 보완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이재현 : 디자인적으로는 공간에만 집중을 했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질을 내야하다보니 공간 디테일이나 형태에 많은 신경을 썼었다. 그렇다보니 아쉬웠던 건, 형태보다는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계속 이용이 가능하고, 낙후되어도 없어지지 않는 자투리 공간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간을 공간 안에 가두지 말고 더 넓게 생길 수 있는 것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72시간 동안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2시간을 넘어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공간처럼 다루기 위해서는 자신의 공간이라고 느끼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간에 애착을 가지도록 하는 방안들이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지역 커뮤니티일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 또한 저희의 역할인 것 같다.

조용준 : 계절감을 느낄 수 없는 눈꽃모양의 조명이 대상지와 그 주변 일대에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계절에 따라 다른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로 ‘Urban blind’를 제시했다. 3일간 설치를 통해, 자치구가 그 가능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실행되지 못했다.

72시간 도시생생 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이 있다. 공모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설계를 아는 지인들끼리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반 시민참여가 적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참여하고 싶은 학생과 시민 그리고 전문가를 신청받고, 서울시가 각각의 구성원을 조합하여 팀을 조직한다면,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해결하나가는 과정이 더욱 새로울 것 같다. 이때는 공간보다 사람이 더 드러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최근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조성된 정원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면서 프로젝트의 취지와 결과물이 72시간 도시 생생 프로젝트와 매우 유사해졌다. 공모 방식이나 참여자 그리고 시공시간이 다르지만, 결과물들이 비슷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또한 이를 통해 낙후된 도심 지역을 재생하고자 하는 취지가 동일하다. 따라서 푸른 도시국을 대표하는 이 두개의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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