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중요성 각인시킬 적기 “전문가 정책역량 강화 시급”

‘2020 순천국제정원심포지엄’ 개최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1-01-07

온라인 심포지엄 캡쳐화면

코로나19로 인해 야외생활, 숲, 정원, 녹지가 인간 생활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전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정원과 녹지의 중요성이 조명된 이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특히 정원의 ▲기후변화 대응 및 생태적 이점 ▲보건 환경 개선 ▲치료 효과 ▲관광산업을 통한 경제적 영향력 등은 많은 연구들로 충분히 입증된 상태이기에 현시점에서는 정원이 가진 효용에 대한 강조보다는 더 많은 정원과 생태적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역사회 및 정책입안자들과의 접점 혹은 갈등이 많아질 것이라 예측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조경, 정원 분야 종사자들의 정책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원 분야가 의료, 경제, 정책, 사회, 정치 등과 더욱 긴밀하게 연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전문성이 지금보다 크게 향상되어야 하며, 빈곤·소외 계층이 포함된 모든 시민이 복지를 향상할 수 있는 정원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순천시는 ‘2020 순천국제정원심포지엄’을 지난달 18일에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우리 시대의 정원’를 주제로 진행된 심포지엄에서는 정원의 다양한 기능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리차드 피아센티니(Richard Piacentini) 핍스 컨서버토리&식물원 대표는 ‘인류와 환경의 건강을 이어주는 정원’ 발표에서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정원 모델 ‘핍스 컨서버토리’를 소개했다.

미국 피츠버그에 위치한 핍스는 1993년 비영리 단체가 된 이후, 방문객 센터를 건축하는 과정에 친환경 빌딩인증 프로그램인 LEED(Leadership in Energy & Environmental Design)를 도입, 건축할 때마다 환경표준을 인증 받고 있다. 특히 2019년 전시 무대 센터를 리모델링하면서 각종 친환경 인증은 물론 건물에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현장의 태양열과 풍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핍스가 지닌 가치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3년 간 진행해 핍스를 방문한 5,000가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전기로 전환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프로그램으로는 ▲텃밭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집에서 재배하기(Homegrown)’ 프로젝트 ▲주민들의 친환경 생활을 독려하는 ‘그린 파워 드라이브(Green Power Drive)’ 등이 있다.
 
아울러 ‘기후 관리 도구’(The Climate Toolkit)를 개발해 미국에 다른 식물원에도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 도구는 올해 국제사회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연결과 관계를 강조하고, 일반인들에게 환경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며 그 변화의 예시로 핍스를 꼽고, 방문객들과 일반인들에게 핍스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덧붙였다.

나오미 삭스(Naomi Sachs) 메릴랜드 대학 조교수이자 테라퓨틱 랜드스케이프 네트워크 설립자는 ‘보건 환경의 핵심, 자연으로의 접근’에서 의료기관의 조경과 환경 문제가 이미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의료시설에 정원이 조성되면 건강 유지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로 1984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로저 울리히(Roger Ulrich)의 연구를 인용했다. 수술 받은 환자들 중 창문으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전자의 회복 속도가 빨랐으며 진통제 사용도 적었다. 정원이 조성된 의료시설은 환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면역력을 증대시키면서,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정원은 환자뿐만 아니라 시설 방문객과 시설 의료진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더불어 시설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에도 좋은 결과를 줄 수 있다.

의료기관, 치료기관, 요양기관에 대한 조경 관련 연구 결과와 가이드라인은 클레이 쿠퍼 마커스(Clare Cooper Marcus)교수와의 공저 『치유조경(Therapeutic Landscapes)에 제시되어 있다.

안나 마라아 피르혀(Anna Maria Pircher) 트라우트만스도로프 캐슬 정원 대외홍보 담당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정원관광’ 발제에서 “정원관광을 즐기는 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정원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를 밝혔다.

정원과 지역사회를 연계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이탈리아의 트라우트만스도르프 캐슬 정원을 소개했다. 연간 4,000~5,000만 유로(한화 약 530~660억 원)가 지역에 부가가치로 발생한다.

이탈리아 메라노(Merano)시에 위치한 12ha 규모의 캐슬 정원은 2001년 문을 열었다. 여름에는 ‘Garden Light’라는 음악축제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정원 외에도 박물관, 기념품 가게, 식당 등 부대시설에 130여 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약 38명의 정원사와 파트타임 근로자들이 정원을 유지·운영하고 있으며, 24명의 투어 가이드도 고용 중이다.

정원 홍보를 위해 ▲지역 마케팅 회사들과 연계해 보도자료에 정원이 언급될 수 있도록 하고 ▲여행사에 자료를 배포해 관광 프로그램에 정원이 들어갈 수 있게 한 결과, 4월부터 11월까지 시즌 기간에 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또한, 멜라노 온천, 슈날스 밸리의 스키 리조트 등 주변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원을 중심으로 한 관광네트워크 구성 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현지 지역사회와의 소통, 주요 정책 의사결정권자인 정치인, 정원협회 등과의 원만한 소통과 관계”라고 강조했다.


Richard Piacentini 핍스 컨서버토리&식물원 대표, Naomi Sachs 메릴랜드 대학 조교수, Anna Maria Pircher 트라우트만스도로프 캐슬 정원 대외홍보담당자, Till Heagele 뮌헨 식물원 슈퍼바이저, Nigel Dunnett 셰필드대학교 조경설계 및 도심원예과 교수, 진혜영 산림청 국립수목원 수목원정원 연구센터장

이어서 틸 헤겔레(Till Heagele) 뮌헨 식물원 슈퍼바이저는 ‘그린 케어’의 일부로서 ‘정원 치료’ 대해서 발표했다. 정원치료는 환경과의 균형을 다시 회복해서 사람들의 건강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활용가능 분야는 치매, 우울, 약물중독 등 정신적 질병과 뇌졸중,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신체적 질병이다.

그는 정원치료사가 양성되는 방식과 과정을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정원치료에는 조경가, 수목관리사, 농업전문가가 참여하지만, 사회복지사, 유치원,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정원치료를 배우기 적합하다. 다른 의료 전문가들 역시 정원치료 기술을 부가적으로 배울 수 있다.

정원치료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기초 의학 ▲기초 정원 및 식물학 ▲식물생태학 ▲생리학 ▲전문 원예학 등 광범위한 교육을 200시간 이수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과대학 학사학위가 있어야 정원치료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교육자 과정은 480시간의 인턴십 및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국제정원치료협회(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Garden Therapy)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따른다.

협회는 치유정원에 적합한 식물을 제시하기도 한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을 자극하며 치료를 돕는 품종이 쓰이며, 유독성 식물이나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식물, 위험한 곤충을 부르는 식물을 배제된다. 작물재배시 환자들이 겪을 수 있는 실패의 경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추천되는 조합도 있다.

나이젤 더넷(Nigel Dunnett) 셰필드대학교 조경설계 및 도심원예과 교수는 ‘미래의 자연: 도시의 정원’을 통해 “자연주의 조경이 이전의 방식보다 더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조경 개념으로 심미성, 지속가능성, 관리의 단순성, 생태적 기능성 등을 제시했다. 자연주의 조경은 물, 에너지, 유지관리가 크게 필요하지 않아 적은 노력으로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도시 녹지화는 환경적인 이득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자연이 풍부한 장소에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고, 더 오랜 시간 머무르며,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주의 조경이 지역사회의 공감대를 얻기 위해 조경 연구자들이 대학이나 기관에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인이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전했다.

진혜영 산림청 국립수목원 수목원정원 연구센터장이 마지막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 제목은 ‘빅테이터로 본 정원인식변화와 정책방향’이었다. 

2017년과 2020년 사이의 국내·외 트렌드 분석 결과, 수목원과 테마공원 등에 정원이라는 명칭이 많이 붙었지만, 최근에는 의료복지시설과 카페레스토랑에 많이 사용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전에는 체험과 텃밭과 같은 생산적인 측면이 강조됐다면, 최근에는 ‘힐링’, ‘치유’, ‘소통’ 기능으로 변화하고 있다.

진 센터장은 “대중적 인식과 트렌드 분석의 결과. 앞으로는 정원의 양적 확장보다는 정원의 기능과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정원 정책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올해 산림청이 추진하는 정원 관련 국민서비스 사업을 실시한다. 우선 미세먼지 감소를 위해 정원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미세먼지에 취약한 노약자들이 이용하는 시설에도 정원을 조성할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산업단지와 공공시설에 스마트가든 설치해 실내정원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정원의 공공적 측면을 활용하기 위해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가드닝 프로그램’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참여대상별 맞춤형 정원치유 프로그램 개발 연구와 함께 정원치유 프로그램 시범운영을 통해 효과를 검증하고, 2022년부터 정원치유 프로그램 운영 본격 확대할 예정이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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