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후위기를 무시하는 이유는?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라펜트l김수현 기자l기사입력2022-01-04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2021) 공식 예고편 /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어느 날 하늘을 가르는 혜성 하나가 과학자들에게 발견된다. 그리고 혜성은 곧장 지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6개월이면 혜성과 지구는 충돌하게 된다. 인류의 존망이 달린 상황.

과학자들은 곧장 백악관으로 달려가 대통령과 관료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전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대답한다.

“기다리고 상황을 지켜봅시다”

대통령은 위기를 무시하고, 과학자들은 혜성의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동서분주 뛰어다닌다. 하지만 미디어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과학자들을 비웃고, 연예인들의 자극적인 가십을 더 다룬다. 

기업들은 혜성으로 한몫 잡아보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정치인들은 혜성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한다. 레거시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에 눈과 귀가 가려진 대중은 상황을 그릇되게 해석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사람들은 위를 보고 상황을 직면하지 않는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에서 등장하는 혜성이 현재 인류가 처한 기후위기를 상징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현실에서 기후위기 극복에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대안들은 모두 위기의 본질을 흐려놓는다. 대신 기후위기를 초래했던 원인으로 상황을 반전 시키고자 한다. 

그 결과 태양광, 수소차, 전기차 등 기후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폭등한다. 혜성으로 대박을 쳐보려는 이들이나 기후위기로 산업 전환을 이루려는 이들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혜성의 경제적 가치를 놓고 기뻐하는 모습은 북극의 빙하가 녹아 북극항로 개척을 기대하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

영화의 결말은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1964)’, 게임 ‘폴아웃(Fallout)’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지지 않고 떠나며, 남은 이들은 눈물이 담긴 축배를 들며 마지막을 맞이한다.

감독 애덤 매케이는 2007년 세계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2016)'와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조장했다는 평을 듣는 딕 체니 부통령의 전기 영화인 '바이스(2019)'를 연출한 바 있다. 

애덤 매케이는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인 블랙코메디로 기후위기를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꼬집는다. 출연진으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릴 스트립, 제니퍼 로렌스, 조나 힐 등 헐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했다. 

20세기 말 딥임팩트(1998)와 아마겟돈(1998)에서 영웅들은 고결한 자기희생을 통해 혜성의 위기에서 인류를 구해냈다. 21세기가 시작된 지 20년을 지난 시점, 혜성의 위기에서 지구를 구해줄 영웅들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어쩌면 처음부터 혜성으로부터 인류를 구해줄 영웅은 없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우리를 구원해야 하는 세계임을 냉정하게 깨우쳐준다. 

기후위기가 아직까지 극복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 이들에게 지난해 넷플릭스 라인업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돈 룩 업(Don’t Look Up)’을 추천한다.
_ 김수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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