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 끊임없이 상상하고, 가능성을 탐구하며, 디테일하게 창조해야한다”

조용준 제4회 젊은 조경가 온라인 토크쇼 개최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02-17
조용준 조경가(CA조경 소장) / 온라인 화면캡쳐

제4회 젊은 조경가로 선정된 조용준 조경가의 온라인 토크쇼 ‘그해 조경은’이 15일(화) 오후 4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이번 토크쇼는 조용준 조경가의 지난 20년의 조경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조경에 대한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그해 조경은

조용준 조경가는 “진양교 교수에게 ‘채우기와 비우기’ 설계 이론과 제임스 코너의 실천적 어바니즘을 기반으로 한 간단명료한 디자인에 영감을 받았다”며 자신의 지난 조경에 대해 세 단계로 구분해 설명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CA조경을 처음 다니던 시기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생각의 확장을 이루었던 유학의 시기, 그리고 2013년 제임스 코너 필드 오퍼레이션 어소시에이츠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다.

설계 업무를 시작한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조경의 양적 팽창기로, 동탄이나 김포, 파주와 같은 2기 신도시과 혁신도시들이 개발되던 시기였기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할 수 있었고 실제 시공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는 전통적 설계 방식을 따르던 시기였으며, 점점 생각이나 디자인 방식이 고착화하고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느꼈다고.

이를 타개하고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유학이었다. 유펜에서의 수업은 그에게 세 가지 키워드를 남겼는데, 그것이 ‘경계’, ‘표면’, ‘깊이’이다. 정문과 담장이 없는 유펜 캠퍼스에 대한 인식조사를 통해 자신만의 경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도출할 수 있었고,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나타난 도시의 묘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고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스튜디오에서는 공기역학이나 물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마야’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을 접하기도 했다.

수업을 통해 얻었던 그 키워드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만의 설계적 용어인 ‘생성적 경계’, ‘반응하는 표면’, ‘보이지 않는 깊이’를 만들어냈고 이를 내면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보이지 않는 깊이’에 대해 “하고 있는 작업들이 보이는 것들에 대한 작업이다보니 가끔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간과하지 않기 위해 설정해놓은 이야기”라며 “설계 개념 역시 보이지 않는 것들이지만 이것이 실제로 공간에 드러나 사람들이 느꼈을 때 더 많은 감흥이 있기도 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때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디자인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는데, 이는 회사의 직원으로서의 설계자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 ‘조제’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조제로서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고 회사 프로젝트에 투영하기 시작한 것.

공간을 발굴하듯 접근해 담장의 선에 맞춰 건물의 지붕이 이어지도록 설계한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공모전’, 주로 지상에서 생활하는 다람쥐와 나무에서 생활하는 청설모의 습성을 반영해 트러스트 구조를 기본으로 두 공간을 구분하고 더욱 깊이 있는 숲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양재고개 녹지연결로 설계공모’, 눈금을 형상화한 사비석 담장으로 잎이 없는 겨울에도 깊이감을 더한 ‘더글라스 정원’, 생각을 실제화하는 소재에 관심이 많던 시기, 하수도 관거를 활용해 그 안을 걸을 때마다 사이 틈이 달이 변화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이도록 디자인한 ‘달의 정원’과 건물 외장재에 쓰이는 스페인 벽돌을 활용한 ‘72시간 프로젝트-어반그라데이션’, 주차장으로 산과 단절된 카페를 숲으로 연결하기 위해 작은 공간에 나무를 다양한 간격으로 식재했던 ‘퍼베이드’, 선형의 녹지공간에 동선 흐름을 만들고 그 선의 끝을 감아 공간을 탄생시켰던 ‘MixC World’, 그리고 북악산과 경복궁, 광화문의 축이 중요했기에 평면도가 아닌 조감의 사진에서 포토샵으로 디자인을 시작했고, 새로운 포장 문양을 제안해 현재 세심하게 작업 중인 ‘광화문광장’까지 다양한 시각과 방식으로 접근했던 프로젝트들의 과정들을 소개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공모전 / 온라인 화면캡쳐


양재고개 녹지연결로 설계공모 / 온라인 화면캡쳐


더글라스 정원 / 온라인 화면캡쳐


달의 정원 / 온라인 화면캡쳐


광화문광장 / 온라인 화면캡쳐


그리고 조경은

그렇다면 조용준 조경가가 그리는 앞으로의 조경은 무엇일까? 그는 ▲장소의 소비와 홍보 ▲기술의 이해 ▲환경과 기후의 변화를 키워드로 꼽았다.

1960년대 나왔던 ‘장소 만들기(Placemaking)’는 작금에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장소 만들기에 기획이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며 장소를 ‘소비’하는 시대가 왔고, 이에 따라 클라이언트는 장소를 ‘홍보’하고 싶어한다. 그러니 조경가의 역할도 단순한 장소 만들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 브랜딩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KT가 ESG 사업의 일환으로 숲을 만들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공간을 공공에게 나눠주려는 ‘DIGICO KT Social Forest’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공간의 목적이 그렇다면 조경가에게는 그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고, 홍보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광화문광장 역시 초기 설계안엔 없었던 28개의 글자를 포장에 숨겨놓고, 이 숨겨진 글자를 찾는 이벤트를 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획을 만들어 공간에 녹여내고 있다.

조용준 조경가는 “이제는 설계에서 기획으로까지 그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조경가는 외부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내고 공간에 녹여냄으로써 시민과 클라이언트가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숨겨진 한글 찾기 / 온라인 화면캡쳐

기술의 이해 측면에서는 “기술을 무작위적으로 시설에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의해서 새롭게 생겨나는 문화를 이해하고, 그 문화에 맞춰서 디자인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보다 나은 경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환경과 기후에 대해서는 “환경과 기후의 문제에 대해서 항상 숲과 나무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숲을 많이 만들고 나무를 무조건 심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쉽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숲과 나무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옥상녹화 기술을 이용해서 물을 정화하는 방식,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나무를 활용한 공기청정기 시스템, 메탄가스를 이용한 어떤 에너지 활용 등 고민했던 프로젝트를 공유했다.

조용준 조경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며 세계 도시는 계속 변할 것이다. 이미 각 도시들은 기존에 있던 도로를 줄이고, 보행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며, 더 많은 숲과 더 많은 정원을 만드는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조경가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기존의 방식들을 그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동시에 ‘끊임없이 상상하고, 공간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디테일하게 창조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조경에 대해 공유했다.

토크쇼를 진행 중인 배정한 서울대 교수, 조용준 조경가,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 / 온라인 화면캡쳐

이후에는 이야기손님으로 배정한 서울대 교수와 김영민 서울시립대 교수가 함께한 토크쇼가 진행됐다. 

‘하이라인을 만든 사람이 되고 싶다 vs 센트럴 파크를 만든 사람이 되고 싶다’와 같은 재미있는 주제의 밸런스 게임과 다양한 질문들, 김영민 교수과 함께 했던 ‘광화문광장’ 설계 공모 당선 이후 이야기들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달리는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들을 가지며 그의 설계 철학과 방법론 등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지금 무언가를 포기하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겠느냐’는 질문에 “디자인 감각을 포기하고 정치인이 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공간을 만들면서 실제로 조경가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한계에 많이 부딪혔다. 하나의 공간이 탄생하는데 있어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행정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디자이너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생각을 이해한 상태로 정책을 만든다면 더 좋은 도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유다.

아울러 조경설계의 매력에 대해서는 “좋은 공간이 좋은 환경을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건축을 전공할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조경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조경이 공공공간의 영역에서 더 많은 것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조경설계를 통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으며 그것이 조경설계의 매력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결국 ‘좋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 조용준 조경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닐까?

이밖에도 재미있는 주제로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토크쇼는 환경과조경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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