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한국정원문화협회를 다시 시작하며...

정주현 (사)한국정원문화협회 회장
라펜트l정주현 회장l기사입력2022-03-15
 (사)한국정원문화협회를 다시 시작하며...




_정주현 (사)한국정원문화협회 회장
조경사업자협동조합 ‘봄’ 이사장
경관제작소 외연 대표
㈜동명기술공단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새해도 빠르게 2개월이 지났다. 봄의 계절인 3월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조경계의 ‘인싸’이고 싶었지만 이제 ‘아싸’로 지내는 것 같다. 아니면 조경분야 자체가 ‘아싸’가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인가?

코비드(Covid)19 팬데믹은 서서히 엔데믹으로 그 끝장이 올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우리에겐 봄의 계절적 기운이 오면 할 일이 아무래도 많아질 것이다. 

오래전에 “정원문화”라는 화두를 가지고 한국조경협회(당시는 ‘한국조경사회’)에서는 “건설업으로서의 조경산업”이 개발도상국 때부터 40년가량 압축 성장을 해왔었다면 이젠 21세기 선진문화로서 “서비스업으로서의 정원산업”을 육성, 진흥, 발전해 나가야 할 시대적 전환점이 왔었다고 믿었기에 조경의 본질적 대상이었던 ‘정원’에 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다. 

몇 가지 시간적 흐름과 사례를 살펴보면, 2010년의 경기정원문화박람회(시흥시 옥구공원)는 독일의 란데스 가르텐 쇼의 장점을 벤치마킹한 후 전국 최초 공공정원의 시작 이벤트로서 그 기치를 올렸다. 그 이후 격년 시행을 거쳐 매년 장소(기초자치지역)를 바꿔가며 가장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공공정원 행사이벤트로 자리 잡아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 뒤에는 오랜 시간 준비하여 첫 국제정원박람회로 2013년 4월~10월 순천만에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으며, 이듬해 4월 ‘순천만정원’으로 영구 개장 하였다. 순천만정원은 2015년 8월경 전남도 1호 지방정원 등록 후 곧바로 9월 5일엔 제1호 국가정원으로 승격하였다.

이 해에는 ‘정원’이 처음으로 제정법은 아니지만 ‘수목원 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기존 수목원법에 정원을 후순위로 삽입하고 전면 재개정을 통하여 ‘공공정원’에 관한 첫 법적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공공정원의 공식적인 사업시행은 2010년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첫 시도였고 그로부터 3년 뒤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크게 한번 사회적 이슈를 일으킨 뒤 법제화가 되었기에 국가정원 지정과 정원법 제정이 이루어진 2015년을 ‘공공정원’에 대한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공공정원(public garden)’에 대한 개념은 이미 미국에선 1980년대에 “미국공공정원협회(APGA)”가 만들어지면서 많은 여가공간, 오픈스페이스, 문화시설 등이 가입하여 현재는 700여 곳 이상이 가입된 굉장히 큰 단체로 성장했다. 정원관련 녹지시설인 수목원, 식물원뿐만 아니라 동물원과 수족관, 미술관, 역사기념물, 영리목적의 관광지(유원지, 테마파크) 등의 다양한 아이템이 이러한 공공정원의 범주에 들어와 있다.(주: 공공정원의 운영관리, 2011) 시간적으로 보면 미국이 1980년대에 공공정원협회가 생기며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되었으니 우리나라 2010년대와 비교하면 약 3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여기서 정원의 정의와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성서의 ‘에덴동산’에 정원의 원형(prototype)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인간의 원초적 삶의 요람은 ‘집(house)이 아닌 뜰(garden)’이라고 믿는다. 즉, 건축보다 정원이 먼저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정원은 광의의 개념으로 “인간의 외부환경 모두가 정원(뜰/동산)”이었고 건물(집)도 정원의 일부였고 속해있는 하나의 시설 같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건축의 비대(?)화  혹은 인간활동영역의 확장으로 인해 협의의 정원개념으로 건축물의 부대녹지, 대지안의 조경으로 건물에 속한 주변의 뜰이나 마당, 녹지 공간 등을 정원으로 생각하는 통념으로 굳어져왔다.

하지만 다시 우리는 정원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하여 인간 삶의 향유 공간으로서 건물 주변보다 넓은 오픈스페이스의 다양한 공간들이 정원이란 이름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때 귀족이나 권력자의 정원이나 사냥터 같은 개인 소유의 녹지공간들이 시민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일반 시민들에게 공유되거나 허용되어 park(공원)이라는 형태로 발전되어오다가, 근래에는 오히려 공원은 레크리에이션(위락)의 기능 위주로 남게 되고 별도의 공공정원(public garden)을 조성하는 행정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한때는 너무 오래 고착화 된 협의의 정원개념(건축 부대 녹지 공간)으로 인해 공공정원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지만 이제는 정원의 광의적 개념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조경은 정원이란 광의의 다양한 대상을 조성하는 수단이며 기법이고 해결책이다. 혹자는 “정원은 조경이 아니다”라고도 하지만 조경이라는 행위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그동안의 관행으로 만들어온 공공녹지 조성을 주 대상으로 국한시켜 본 시각에 다름 아니다.

2015년 정원관련 최초의 국내법이 생성(기존 법의 전면 재개정 방식)되면서 이 법제의 소관 부서가 산림청으로 정리되었고 이 시기 전후로 조경계는 산림청 법제하의 정원문화, 정원산업의 편제에 상당히 많은 반대와 항의(?)를 했었다. 앞에서 언급한 조경계(한국조경사회 중심)는 정원산업, 정원문화는 문화서비스산업으로 인식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업무로 확대 발전해 나가기를 소망했었기에 학계와 업계는 각기 정원문화학회와 정원문화협회를 결성하여 문체부의 법인등록(사단법인)을 준비하고 시도했었으며 그러한 동기의 착화점도 당시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의 한 위원의 당부와 지원을 시발로 추진되었었다. 그러나 산림청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참여에 따른 결과 그들의 관심과 기대치, 영역확장 의도가 문화체육관광부보다 훨씬 앞서고 줄기차게 진행되어 오는 과정에서 조경계와 반목은 심화되어있었지만 결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산림청의 손을 들어주기로 교통정리(?) 되었다. 그 증거는 2015년 수목원법 개정을 통한 (공공)정원의 도입을 법제화한 것이었다. 

그 과정 중에 발 빠르게 가칭 정원문화학회는 문화체육관광부에 공공디자인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답게 법인 명칭을 ‘한국정원디자인학회’로 변경하여 법인등록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협회(업계) 성격의 한국정원문화협회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법인등록 시도를 하였으나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 속에 정원의 국가업무는 산림청 소관으로 결정되어 더 이상 협회의 문체부 등록은 여의치 않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당시 조경계의 신속하고 의욕적인 “정원문화”에 대한 관심은 학회와 협회의 문체부 등록을 통한 건설업의 조경 부문이 아닌 문화서비스산업으로서 선진국형 정원산업으로 발돋움하려던 시도가 주춤한 체 6년 가량 지내왔다. 그러던 지난 2021년 현실화 된 산림청의 정원 소관 업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설립(창립총회 포함)을 위한 프로세스를 재점검하여 산림청에도 실제적인 조경분야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하여 상생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껴 7월 7일 재창립총회를 거쳐 8월 말에 법인등록 신청을 한 뒤 약 2달 정도 걸려 10월말 (사)한국정원문화협회로서 사단법인 등록을 받게 되었다. 작년 말 기준 산림청에 등록된 법인은 사단법인이 180여개, 재단법인이 10여 개소 정도이나 ‘정원’이란 명칭이나 사업내용이 들어가 있는 법인단체는 6개 정도였고 본 협회가 7번째 등록단체가 되었다.

물론 필자가 한국조경사회 회장이나 환경조경발전재단의 이사장을 지낸 자로서 오랫동안 조경계의 산림청과의 업역과 영역 다툼의 선봉에 있었으나 산림청의 많은 인사들과도 교분을 가지고 있었기에 조경분야(국토부의 건설부문)와 산림분야(산림청의 임업부문)과의 차이는 중앙부처의 크기만큼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것만 확인하는 기간이었다. 

가로수와 도시숲, 정원 등의 산림청 영역 확장에 따른 조경계의 반발과 항변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상황과 국토부와 환경부, 국회 등 여러 중앙국가기관을 상대한 경험은 결국 중앙부처간 파워게임이고 이들 역시 약육강식(?)의 행정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제가 우선하며 뒤이어 조직과 예산이라는 3가지 요소들이 중앙부서의 행정 행위를 이루는 주요 인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여러 해 반목하며 때로는 상생협력의 양온전략을 피차 해오던 산림청과 조경계의 현실적 해결책은 조경계가 중앙부처의 모든 조경관련 유사 업무를 계속해서 해내겠다는 생각은 조경인들의 일방적인 사고란 것에 지나지 않음을  유의해야하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행정조직은 생각보다 유연하지 않으며 타 부서나 조직과는 배타적이고 경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까닭이다.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산림청에 도시숲, 정원을 상생 협력하는 것은 생각 외로 무척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왜 산림청이 조경친화적(?) 업무영역을 수행하면서 조경이라는 용어를 앞세울 수 없는 상황인지를 직시해야하며 이들 부처에 맞는 사업 이름이 필요하다는 것은 굉장히 상식적인 수준임을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환경부와의 불협화음 역시 환경생태복원, 자연환경보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조경”(국토부 용어)과는 다르게 접근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다.   

차제에 법인등록 후 산림청과 대화 시 그들은 조경계의 산림청 법인등록을 무척 반가워하며 협력방안 강화에 크게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주고 있다. 따라서 산림청과의 상생은 조경협회도 지속 시도해야하는 정책적인 사안들이 있겠지만 정원관련 업무와 사업의 실천적 행동은 한국정원문화협회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이 피차 적절하다고 합의하고 진행되었다고 보면 크게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필자는 일찍이 조경계의 인싸(in-sider)로 존재하고자 하였고 나름 노력도 하였으며 누구보다 실천적 행동대장(?)이었다. 하지만 소수의 노력과 능력은 한계가 있고 지속성의 문제를 드러내면서 효율적으로 그 가치를 유지시킬 수 없었다. 특히, 한국조경사회(협회)의 오랜 수고와 업적은 많은 성과도 있었고 실적도 있었지만 나날이 성장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정체 혹은 침체의 분위기도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집행부의 열정과 안일함의 상황에 따라서 그 성과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절대적인 장애물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특히 우리 조경계의 침울함은 50년 된 조경역사와 30년 된 세계조경가대회(IFLA)의 유치행사 등의 전환기적 사태에도 반전되고 있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런 기조는 또 다른 기운의 생성으로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최근 한국조경가협회의 재정립에 대한 담론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인 것 같다. 

빠른 시간 내에 환경조경발전재단의 멤버도 되고 싶고 종전의 협회 행태와 조금 더 달라진 면모와 활동을 보여주려고 최근 여러 차례의 운영위(집행부)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정원분야에 특화하여 활동 중인 가드너, 정원작가 등 젊고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적인 단위의 조직망을 갖추기 위한 노력 역시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본 협회의 정리된 방향성과 정체성, 활동 내용과 조직 구성, 운영 방식과 참여방안 등에 대한 설명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조경의 아싸(아웃사이더)가 아닌 진짜 ‘앗싸’라고 외칠 수 있는 기개가 필요하다. 

(사)한국정원문화협회는 조경계의 여러 유사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분열보다 단합의 시너지가 있는 산림청을 상대하는 주요단체로서 NFT(대체불가토큰)나 린치핀(Linchpin)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자 한다.
_ 정주현 회장  ·  (사)한국정원문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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