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은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

[인터뷰] 마포구 공원녹지과 나경민 과장, 신정림 조경팀장, 김호정 주무관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2-08-16
마포구에 장미와 풀꽃이 어우러진 ‘장미 정원’ 네 곳이 만들어져 시민들에게 인기다.

망원정마당(합정동 450-6일대)에 1,350㎡, 공덕역 교통섬 네 곳(공덕역 8번 출구 일대)에 203.5㎡, 동교동삼거리 교통섬(동교동 191-2 일대)에 328㎡, 상암사거리 인근 녹지(성산동 486-4 일대)에 1,418.5㎡ 규모로 총 3,300㎡면적에 만들어졌다.

품종과 색상이 다른 장미를 섞어 심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계장미(골드파사데) 등 17종 1만 6491주의 장미와 가우라 ‘리본’ 등 48종 4만 7880본의 풀꽃을 심어 일 년 내내 다양한 경관 감상을 꾀했다.

나경민 마포구 공원녹지과장은 “단순히 자투리땅에 장미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장미를 특화시켜 공간의 가치를 바꾸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안점이었다”고 전했다.



마포구 공원녹지과 김호정 주무관, 나경민 과장, 신정림 조경팀장 


공간의 가치를 바꾸는 정원, 마포구의 얼굴이 되다

구는 지난해 서울시부터 ‘장미정원 조성사업’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받고 적지를 물색했다. 대상지 선정의 기준은 ‘공간의 가치를 바꿀 수 있는 곳’, 즉 버려진 공간이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곳이 한강 나들목 입구에 있는 망원정마당이었다. 사람들이 한강으로 오갈때 지나다니는 곳으로 이동량이 많으나 단순히 통로로서만 쓰이던  곳이었다. 소나무가 우거져 어두운 숲과 같던 곳에 정원을 만들어 마포에서 한강으로 들어가는 200m의 거리를 사람들이 머무르면서 즐기고 쉬며 충진할 수 있는 특화거리로 만들고자 했다. 어둡던 공간을 환하게 열기 위해 나무 일부는 필요한 곳에 이식하고, 우거진 나무들은 전정작업을 하였다. 넓기만 하던 포장면도 줄이는 대신 식물공간을 넓혔다. 

망원정마당에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모습

망원정마당


망원정마당


망원정마당

상암사거리는 정말로 버려진 공간이었다. 나무들이 빽빽하게 차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나무들로 막혀 바람도 돌지 않는 곳이었다. 이곳은 노름꾼들이 몰려 도박을 하는 장소로 이용되면서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번 단속을 나갔지만 지도, 계도의 수준밖에 할 수 없어 골칫거리인 공간이기도 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도박장소로 이용되던 그 공간을 방치할 수만은 없었고, 이를 ‘공간’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해결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실제로 장미정원이 조성된 이후, 어둡고 음침하던 공간이 밝게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노름은 완전히 근절됐다. 단순히 도시의 경관을 좋게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노름꾼들이 몰려 도박을 하는 장소로 이용되던 상암사거리 인근 녹지


노름꾼들이 몰려 도박을 하는 장소로 이용되던 상암사거리 인근 녹지


단순한 식재로 활력이 없고 일반인들이 찾지 않았던 공간


상암사거리 인근 장미정원


상암사거리 인근 장미정원. 자전거 도로와 인도가 분리돼 있다.


상암사거리 인근 장미정원. 흙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동선을 다양화했다.

교통섬은 차량 이동이 많고 지나가면서 보는 공간이다. 나경민 과장은 “구의 경계에 있거나 교통 요충지라면 그곳은 구의 얼굴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나무들만 식재돼 있던 동교동삼거리나 공덕역 교통섬은 이제 장미를 중심으로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공간이 돼 마포구의 얼굴이 됐다.

“버려진 공간에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저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장미정원 조성사업은 경관개선사업이 아닌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동교동 삼거리 교통섬


동교동 삼거리 교통섬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정원

이번에 조성된 장미정원에는 사계장미(골드파사데) 등 17종 1만 6491주의 장미와 큰 키(스탠다드 장미), 중간 키, 작은 키(미니장미)의 장미 나무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입체감을 살렸다. 장미가 피는 계절이 오면 다양한 장미들이 정원의 주인이 되어 화려하게 피어나 시민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그러나 장미가 피지 않을 때는 어떨까?

“장미정원이라고 해서 장미만 심는 것이 과연 장미정원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장미가 피지 않는 계절에도 정원을 즐길 수 있길 바랐다”

아무리 다양한 장미를 식재하더라도 개화기는 너무 짧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우라 ‘리본’ 등 48종 4만 7880본의 풀꽃을 심어 일 년 내내 다양한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봄에는 4종의 꽃잔디가 피기 시작하고, 상록패랭이, 병꽃나무, 미스김라일락 등이 꼬리를 물고 피어난다. 5월이 되고 장미가 피면 초화들은 장미가 장미로서 돋보이도록 돕는다. 여름으로 넘어가면 꼬리풀, 리아트리스를, 가을에는 금계국, 억새 등을 즐기고, 겨울에는 사초류의 갈색이나 상록수를 볼 수 있도록 조화롭게 배치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망원정마당의 다양한 식재

마포구 공원녹지과 조경팀은 장미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주말을 할애해 지방곳곳 답사도 많이 다녔다. 단순히 색깔이 다르거나 품종이 다른 장미들만을 식재해 장미밭을 만드는 사례들이 안타까웠다고. 장미정원의 설계와 시공은 업체가 하지만 주어진 예산 안에서 원하는 장미정원을 조성하기까지 최대한 자세하게 요구하고 방법을 찾기 위한 공부의 시간이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냥 지나가다가도 고개를 돌려서 꽃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는 일이 늘었고, 예쁘다는 표현도 많이 늘었다. 더 빠른 길을 두고도 일부러 장미정원이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를 걷기도 하고, 불광천 인근에는 하천변으로만 걷다가 이제는 정원으로 올라와 걷는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상암같은 경우는 원래 있던 보도를 옮기고 동선 자체를 바꿔가면서 사람과 더 가까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조성했다. 과정은 어렵고 지난했지만 담당자가 고생한 만큼 스스로도 보람을 느낀 사업이었다. 그만큼 정성을 들였기에 시민들도 공원녹지과 직원들과 같은 마음을 느끼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시민정원사가 관리하는 장미정원

아무리 잘 만든 정원이어도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풀이 무성한 녹지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장미정원의 유지관리는 구에서 예산을 들여 관리하기도 하지만, 마포구의 시민정원사모임 ‘봄봄정원사’들이 맡았다. 서울시의 시민정원사 교육을 수료한 마포구 시민정원사들의 모임으로 여러 해 동안 마포구의 정원을 애정으로 가꿔온 베테랑이다. 

“관리하고 있는 식물들이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식물에게 말을 걸며 애정을 쏟으면 식물이 힘을 얻는다고 하시는 말씀들이 감동이었다. 식물과 교감을 하고, 또 사람과 사람이 교감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도 한다는 말씀들이 인상적이었다”

봄봄정원사는 올해 산림청의 ‘도시숲정원 관리인 용역’을 신청해 선정되기도 했다. 마포구는 이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며 조성된 정원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고민해나갈 예정이다.


도시공간에 맞는 녹지

“푸르게 우거진 녹지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공간에 맞는 녹지가 필요한 것이다”

나경민 과장에 따르면 마포구는 실험적인 녹지행정을 많이 해왔다. 항상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전정을 우선적으로 했다. 전정도 무조건 수형에 맞춘 전정이 아니라 공간에 맞는 전정이었다. 나무가 무성하던 망원정마당도 전정을 많이 해 정원조성 초기에는 민원이 엄청났다고. 그러나 막상 정원이 조성되고 나니 민원은 사라지고 오히려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 됐다. 매일 같은 풍경이던 공간이 이제는 매일매일 다른 얼굴을 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마포구청 바로 옆에 있는 성중길은 불광천변과 붙어있는 곳으로 보도가 없는 왕복 2차선도로이다. 이곳은 하천변에 식재된 단풍나무가 우거져 도로 한 차선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특히 마을버스가 지나다니면서 나무에 닿아 이를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는 문제도 잦던 곳이었다. 이곳의 나무는 역피(q)로 전정됐다. 지하고를 높이고 하천변으로만 수관을 남겨둔 채 도로쪽은 강전정해 안전한 거리가 된 것이다. 보기 좋은 전정, 생육에 좋은 전정 등 전정을 하는 목적은 다양하지만 도시에서는 공간의 기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나 과장의 설명이다. 

“강전정이 무조건 나무에게 나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이는 민원으로 연결되는데 민원이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공간에 맞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고, 그것은 그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마포구는 타 구에 비해 띠녹지에서 발생하는 염화칼슘의 피해가 적다. 적게 뿌리는 것이 아니라 염화칼슘 중화제를 적기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염화칼슘이 나무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을 순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토양에 축적되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른 봄철에 겨울 건조와 동해를 막기 위해 관수를 하는데, 그 물에 염화칼슘 중화제를 희석해 관수와 토양의 염분 농도를 낮추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은 3년째 실시하고 있으며 실제로 피해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지속된 봄철 가뭄과 염화칼슘 피해로 수세가 약한 가로수들의 신초가 나오지 않는 일이 몇 년째 이어져 왔는데, 이제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염화칼슘 중화제를 뿌리는 일은 예산이 특별히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겨울철 짚으로 된 바람 차단막의 설치 비율을 줄이고 진행하는 것이기에 비슷한 예산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식물이 주는 힘

마포구청 로비에는 벽면녹화와 함께 화단에 식물이 가득하다. 공원녹지과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회의 테이블 위의 꽃병이 환대를 한다. 직원들의 파티션 사이사이에도 꽃들이 피어있다. 꽃은 시기에 맞게 주기적으로 바뀐다. 딱딱한 이야기를 하는 회의시간이지만 꽃병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화기애애해진다고. 같은 층에 조성된 옥외공간은 공원녹지과의 텃밭이 됐다. 가지, 토마토, 고추 등이 자라고 꽃도 피어난다. 공무원들은 테이블에 앉아 공원녹지과가 조성한 작은 텃밭정원을 바라보며 휴식한다. 공원녹지과는 ‘식물이 주는 힘’을 잘 알고 있다.


공원녹지과가 가꾸는 텃밭정원


공원녹지과가 가꾸는 텃밭정원

마포구의 유아숲체험원은 쉴 틈 없이 풀가동중이다. 기관 신청이 없으면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오픈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식물과 녹지를 접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담당자는 힘들지만 구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예산을 효과적으로 쓰면서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나 과장의 생각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교육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생태맹은 심각한 문제이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자연을 접하면서 오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교와 학원만 도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여기에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공원녹지 분야의 역할이 중요하며, 적어도 마포구의 공원녹지가 그 일에 기여했으면 한다”

마포구 공원녹지과는 올 하반기 ‘경의선 선형의 숲’ 조성사업을 앞두고 있다. 가좌역부터 상암 MBC까지가 마포구 관할이다. 여기에 산림청 미세먼지 차단숲과 환경부의 도시생태 복원사업이 선정돼 또 다른 마포구의 얼굴이 될 녹지공간이 탄생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KB금융 등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들과의 MOU를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도 많은 녹지들이 채워질 예정이다.

“시민정원사, 여러 기업들과 함께 파트너십으로 녹지를 조성하고 가꾸는 일들을 지속해서 확장해나가려고 한다. 그렇게 마포구의 공원녹지가 시민들에게 가치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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