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경이야기 –신경준 산문집-

식물을 보는 눈과 조경을 보는 사람의 시선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01-03
신경준 저165×220×20260쪽
발행일 2022년 12월 30일 정가 15,000│출판사 시간여행


조경이란 무엇인가? 봄의 나른함, 여름의 무더움, 가을의 쓸쓸함, 겨울의 찬바람, 봄의 연둣빛 신록, 여름의 시원한 나뭇잎, 가을의 불타는 단풍, 겨울의 설경. 이 모든 하나하나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연의 조화이자 조경의 소재다. 시공자는 이것을 최대한 이용해 공간을 창작한다.

시간의 흐름을 이용하는 창작. 어떤 직업의 사람도 할 수 없는 작업을 하는 사람의 기쁨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온도의 변화는 우리의 창작을 더욱 변화무쌍하게 하는 요인이다. 가지가 앙상한 나무에서 새잎이 나고, 무성하게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온도가 떨어지면 낙엽이 진다.

조경은 우리의 행동반경이 닿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야가 미치는 범위 즉, 구성(frame) 안에서 아름답고, 편리함을 논한다. 공사의 범위는 상당히 넓으나, 소나무의 군식, 총림 식재, 가로수 식재, 관목, 지피류의 패턴, 연못, 그늘막, 어린이 놀이터, 조경석 쌓기 등 하나하나가 독립된 공간으로 우리의 시야에는 화가가 그림을 그린 캔버스의 틀(frame)과 비슷하다.

공간이 이렇게 frame 속의 화폭처럼 우리 눈에 보이며 이러한 요소들이 잘 됐느냐에 따라 시공자가 구현해 놓은 전체 공간의 평가는 달라진다. 시공자는 때로는 3차원의 공간을 그림을 그리듯 조경물을 배치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조각물을 놓듯 입체적으로 창작한다.

우리는 조경석을 쌓을 때 그냥 쌓는 것보다 때로는 중간에 큰 돌을 삐쭉 앞으로 튀어나오게 쌓아 파격을 주기도 하고, 호박돌을 붙일 때, 큰 호박돌을 박아 질서를 깨뜨려 아름다움을 구현한다. 소나무를 심을 때도 중간에는 키가 큰 나무를 심고 뿌리 부분은 모이게 심어서 형태가 부챗살을 펼쳐 놓은 형태를 구사해 아름다운 균형미를 추구한다.

관목과 지피류를 심을 때 자수를 놓은 것 같은 패턴을 만들거나 여러 소재가 뒤섞여 자연의 들풀이 자연 상태에서 피어 있는 듯한 형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볼 때 시공자의 고단한 노고를 느낀다. 정리되고 추구된 조경인들의 정신이 있어 사용자는 심신의 편안함과 정신적인 힐링을 얻는다.

이러한 마음은 자라는 데로 둔다고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개입해 의도를 갖고 꾸준하게 가꾸었을 때 우리에게 평온과 안식을 가져다준다. 아름다운 공간을 만났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을 만났을 때, 우리는 이런 공간을 누군가 꾸준하게 관리하는 사람의 노고를 감사해야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책은 저자가 발표한 글들을 엮은 것이다. 시절마다 조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풀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순서는 5개의 장으로 나누고 글을 쓴 순서대로 실었다. 또 글을 쓴 시기의 상황을 생각하며 읽어보면 같은 주제라도 이때는 이러한 이슈가 더 문제가 됐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식물이나 조경 시공에 관계되는 여러 가지 느낀 것이나 조경 계에서 이야기되던 잡담이나 풍문들을 적은 것도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하나의 야담이라 생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저자는 “해당 시대에 식물을 보는 눈과 시공을 보는 사람의 시선이 이러했다는 것도 중요한 기록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세월이 흐르면 여러 가지 공법이 나와 지금 기술해 놓은 것은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시대에 맞는 이야기들을 듣고 느낀 대로 담백하게 기술했다”고 전한다.

목차
조경을 하면서
1장 단상
01. 양재 시민의 숲 1
02. 조경 40년 - 불혹의 도전과 응전
03. 한 해를 보내며 - 해외 조경공사를 생각한다
04. 조경이라는 분야
05.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06.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07. 불가항력 문제 - 조경을 둘러싸고 있는 규정
08. 조경공사업 면허 기준
09. 조경의 업역

2장 단상 2
01. 양재 시민의 숲 2
02. 조경학과의 탄생
03. 관행 - 조경수 생산에 부쳐
04. 다름을 인정하여 화합한다
05. 조경진흥단지에 대하여
06. 유적지 이용에 대하여 - 옛것의 현대적 의미
07. 조경 진흥법의 시행계획 수립에 대하여
08. 우리가 등한시해왔던 일들
09. 청계천 주변을 어떻게 해야 할지
10. 조경 시공과 도면
11. 가로수 가지치기
12. 목도채 · 조경석 쌓기 · 전정가위

3장 사람
01. 인재에 대한 소고
02. 조경기능올림픽
03. 조경기능인-전정
04. 식재기능인-목도
05. 조경기능인-군식
06. 초기의 조경학과 학생들
07. 제2의 창작 행위

4장 식물
01. 식물의 꽃
02. 외래종에 대한 소회
03. 나무의 미
04. 수목 위령제를 지냅시다
05. 땅이 있는데 어떤 나무를 심을까요
06. 중부지방의 식재수종에 대하여
07. 나무의 뿌리분에 대한 소고
08. 조경수에 대한 단상
09. 전정은 왜 하는가?
10. 무궁화
11. 가로수에 대한 소고

5장 풍수
01. 고무실 터
02. 서울 형상
03. 아산에 있는 외암리
04. 청와대 단상
05. 서울의 인공지반 녹화에 대하여- 오행에서 볼 때
06. 세종시
07. 용산공원
08. 풍수의 현대적 의미
09. 사신도(四神圖)의 공간구현
10. 명당과 대통령의 근무지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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