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의 이해와 활용

글_오일영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한국협력관
라펜트l오일영 한국협력관l기사입력2023-08-28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의 이해와 활용




_오일영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한국협력관 




전 세계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신음하고 있다. 2023년 여름은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산불, 홍수와 가뭄 등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의해 각종 피해가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고, 지구온난화를 넘어선 지구열대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경고도 들린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의 중요성이 국제 사회에서 강조되고 있다. 2022년 11월에 이집트 샤름 엘 세이크(Sharm el-Sheikh)에서 개최된 제27차 기후변화총회(UNFCCC COP27) 결정문에는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자연과 생태계의 보호, 보전, 복원 등이 중요하며, 산림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자연기반해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결정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총회(CBD COP15)에서 결정된 2030년 목표인 쿤밍-몬트리올 세계생물다양성체계(GBF: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에도 훼손 생태계 복원, 보호지역 확대, 도심내 녹색/청색 공간 확대, 온실가스 감축과 토양 보호 강화, 지속가능한 농업 등 자연기반해법과 관련된 목표가 다수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그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자연기반해법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식이 활용될 수 있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향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1. 자연기반해법이란?


자연기반해법의 개념은 2010년대에 여러 학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EU 등을 중심으로 논의·제안되었으며, 이후 2019년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가 자연기반해법을 기후변화대응 핵심 수단으로 채택하면서 그 중요성이 증가하였고, 유엔환경계획(UNEP), 유엔식량기구(FAO) 등이 자연기반해법에 관한 정책 가이드와 우수 사례를 홍보하였다. 전 세계 190여개국 정부가 합의한 자연기반해법의 정의는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서 아래와 같이 채택되었다.


“자연기반해법은 자연 또는 변형된 육상, 수상, 연안, 해양 생태계를 보호(protect), 보전(conserve), 복원(restore),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고 관리(sustainably use and manage)하는 행동이다. 이들 생태계는 사회, 경제, 환경문제를 효과적이고 순응적으로 처리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웰빙, 생태계 서비스, 회복력, 생물다양성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출처: 위기에서 살아남는 현명한 방법 자연기반해법, 32쪽, 오일영 등)


이 정의를 통해서 우리는 자연기반해법에 대해 다양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첫째, 자연기반해법이라는 수단은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과 더불어 이미 변형된 도시, 연안, 하천의 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이 지역을 대상으로 보호, 보전, 복원, 지속가능 이용·관리하는 행동을 포함한다. 즉, 잘 보전된 자연을 보호지역으로 설정하거나 농지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하는 행위, 훼손된 산림, 습지, 하천, 연안 생태계 등을 복원하는 활동, 도심이나 하천변에 녹색통로, 도시공원, 옥상정원 등을 조성하는 것 등이 모두 자연기반해법에 해당한다.

둘째, 자연기반해법을 이용하려는 목적은 인류가 현재 당면한 기후변화와 자연의 위기, 도시 환경의 악화, 수질 악화 및 수량 부족, 농업에 의한 환경피해 등을 해결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문화 보전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셋째, 인류가 자연기반해법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생태계 서비스(자원 공급, 기후 및 수질·수량 조절, 문화적 혜택 제공)를 지속가능하게 제공받고, 인류의 건강과 생활 여건이 개선되는 것,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으로부터 사회·경제·자연의 회복력을 높이는 것 등이 있다. 이에 더해, 생물다양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혜택이다.


이상에서 설명한 자연기반해법의 정의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향후 한국 사회가 어떤 분야에서 어떤 목적으로 자연기반해법 활용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를 확대하는지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난 수년간 한국 사회에서 자연기반해법은 탄소중립을 위해 산림을 조림, 재조림하여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활동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몇 개 한국기업이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해외 맹그로브 숲 복원 사업에 투자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가 아직도 자연과 생태계 위기의 심각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도시, 하천, 연안, 농업 등의 영역에서 인류가 자연에 어떻게 의존해 살고 있는지, 의존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어떤 해법이 강구되어야 하는지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자도 미흡한 상황에 있는 것이다.

2.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

자연기반해법이 실현되는 사례는 사용 목적에 따라서 대표적으로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제거하는 사례, 도시·물·해안·건강 등 환경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적응 능력을 높이는 사례, 농업에 의한 환경피해를 줄이면서 식량안보에 기여하는 사례 등이 있다.


온실가스를 흡수·제거하는 사례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 장기간 저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산림 재조림, 산림 식생 개선, 바이오차, 농경지 식수, 맹그로브 숲이나 해안습지를 복원하는 것 등이 있다. 또한, 산불을 방지하는 수단도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는 자연기반해법에 해당한다. 체계적으로 이행된 온실가스 제거형 자연기반해법에서 나온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국제 탄소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 다만, 온실가스 흡수량을 늘리기 위해 토종 자연생태계를 침해하는 식생을 조성하거나 지역사회의 경제활동 수단을 훼손하는 경우는 그린워싱에 해당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시·물·해안·건강 등의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사례에는 도시 숲, 녹색 통로, 열린 녹지 등의 조성, 건물 녹색화와 옥상정원, 하천 재자연화와 인공 내륙습지 조성, 맹그로브 숲 복원, 염습지 복원 등이 있다. 이런 사례는 기후변화에 의한 폭염, 홍수, 가뭄 빈발이 큰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기후변화 적응 수단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자연기반해법은 국가, 지자체 차원의 도시, 물 관리, 해안, 기후변화 적응 계획 등에 반영되어야 그 투자 규모와 적용 사례를 늘릴 수 있다.



도시·물·해안·건강 자연기반해법 사례(출처: 위기에서 살아남는 현명한 방법 자연기반해법, 217쪽)

농업 부문은 현재 전 세계 주거 가능 토지의 50%, 담수 소비량의 70-95%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인구 증가에 대비해 2050년까지 식량 생산량을 현재보다 50% 증가시켜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농업에 적용할 자연기반해법 사례에는 산림과 목초지의 신규 농지 전환 방지, 산림 자생종 활용과 벌목 주기 조정, 보존농업, 혼농임업, 임간축산 등의 지속가능 농법 적용, 바이오차 활용 등이 해당된다. 또한, 생산된 식량의 가공·유통과정에서 식량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분야의 자연기반해법 확대를 위해서는 농업 보조금의 친환경적 전환, 농업인의 참여 확대가 핵심적이다.

3. 주목해야 할 미래 동향은 무엇인가?

자연기반해법의 정의, 적용 방식 등은 2020년대에 들어서 관련 연구 및 정책에 반영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유엔환경계획이 2021년 발표한 에 따르면, 2019년 기후변화 분야에 투입된 재정은 약 5,800억 달러이고 이 중 44%가 공공 부문에서, 56%는 민간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반면에, 같은 시기 자연 분야 투자액은 1,300억 달러로 기후변화 부문의 23%에 불과하였으며, 86%가 공공 부문이, 14%만 민간 부문이 담당하였다. 자연기반해법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자연과 생태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 사회와 각국 정부의 적극적 움직임과 민간 부문의 참여 확대를 유도할 계기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대표적인 2가지 동향이 있다.


첫 번째 동향은 2022년 12월 확정된 쿤밍-몬트리올 GBF에 따라 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이행할 국가생물다양성 전략 및 행동계획(NBSAP: National Biodiversity Strategy and Action Plan)을 다시 수립하여 UN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환경부를 중심으로 해양수산부, 산림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수 부처가 참여하여 신규 NBSAP을 수립중에 있으며, 2023년내에 확정될 예정이다. 신규 NBSAP에는 쿤밍-몬트리올 GBF의 23가지 세부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계획이 포함될 예정이므로 자연기반해법 적용 확대 계획이 구체적으로 포함되고, 이에 따른 재정투자 확대도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 동향은 2023년 9월 발표될 자연관련 재무공개 협의체(TNFD: Taskforce on Nature 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민간기업이 사업을 하면서 유발하게 될 자연에 대한 악영향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하여 매년 그 실적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민간기업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ESG가 활발한 상황인데, 앞으로는 자연 위기에 대응하는 ESG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대응 과정에서 민간기업이 실시할 수 있는 핵심 대응 수단이 자연기반해법이다. TNFD 가이드라인이 국제적으로 확산되어, 각 국가가 이 제도를 법제화하면 민간 부문의 자연 분야 투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https://tnfd.global/)


자연기반해법은 생물다양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대응 수단이다. 이 수단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근거하여, 현실에 적용한 사업의 종류와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체계적으로 꾸준히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 전환, 그린워싱 이슈 극복, 국가·지자체 계획에 구체화, 비용·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 확보, 지역맞춤형 설계와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자연기반해법에 관심이 있는 전문가들이 적극 기여해야할 분야이다.

_ 오일영 한국협력관  ·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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