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물새 이동경로로서의 한반도 및 접경지역

위협받는 생명의 땅, 접경지역(2)
라펜트l이수동 교수l기사입력2023-10-05



위협받는 생명의 땅, 접경지역(2)

물새 이동경로로서의 한반도 및 접경지역




이수동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1. 물새 및 두루미류 이동 경로


EAAFP(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에 따르면 지구 규모의 야생조류 이동은 African Flyway, Central Asian Flyway, 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cific Flyway 등 9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https://www.eaaflyway.net). 한국은 East Asian- Australasian Flyway에 속하는데, 갯벌, 하천, 논 등의 습지가 도요ㆍ물떼새의 중간기착지, 산새류의 번식지, 물새류의 월동지로서 중요성이 높은 입지이다.


이동 경로상에서 여름철새는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후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하고, 겨울철새는 중국, 몽골, 러시아에서 번식한 이후 월동을 위해 방문하는 생물계절적인 변화 패턴을 보이고 있다(Backensto et al., 2016; Palm et al., 2015). 습지, 갯벌, 해안 등에서 먹이를 섭취하고 번식하는 이동성 물새(migratory shorebirds)는 년간 약 500만 개체가 시베리아 번식지와 호주의 월동지를 오가고 있다(Watkins, 1993; Birdlife Australia, 2017).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 해안과 내륙의 논은 봄과 가을에 월동지와 중간기착지로 이용되고 있다. 국가를 이동하는 물새는 서식처 손실 및 축소, 인간에 의한 교란, 기후변화, 사냥 등의 영향을 받아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특정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하였다(Birdlife Australia, 2017). 따라서, 이동성 물새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간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2006년에 EAAFP를 발족하면서 국제 연대가 시작되었다(Commonwealth of Australia, 2015).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야생조류 중 멸종위기야생생물은 Ⅰ급 14종, Ⅱ급 49종으로 총 63종이 지정되어 있으며(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시행규칙 별표1), 서식지를 제외하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야생조류는 47종인데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등은 멸종위기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로 중복 지정될만큼 중요성이 높은 종이다. 두루미류는 전세계적으로 15종이 서식하고 있는데(Johnsgard, 2015) 이 중 두루미(Grus japonensis), 재두루미(G. vipio), 흑두루미(G. monacha) 3종은 우리나라에 규칙적으로, 검은목두루미(G. grus), 캐나다두루미(G. canadensis), 시베리아흰두루미(G. leucogeranus), 쇠재두루미(G. virgo) 4종은 철원, 순천만, 주남저수지 등에 불규칙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두루미, 재두루미는 접경지역인 철원, 연천, 파주, 김포 한강 하구, 강화도를 잇는 DMZ 벨트를 중심으로 월동하기 때문에 핵심지역으로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루미류의 이동경로 및 월동지를 살펴보면(그림), 재두루미, 흑두루미는 몽골, 중국 장룽자연보호구,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 지역에서 번식한 이후 동해안을 거쳐 철원, 주남습지에서 월동하거나 일본의 이즈미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위성추적을 통해 확인되었다(Higuchi et al., 1996; Higuchi et al., 2004). 반면, 두루미는 철원, 연천, 파주, 강화도 등 DMZ를 중심으로 월동할 뿐 이남으로는 이동하지 않는 것이 파악된 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핵심 월동지역인 접경지역의 보호는 필수적이다. 특히, 서부권역에 해당되는 철원군, 연천군, 파주시, 김포시, 인천광역시 강화군 등은 넓은 논 경작지, 여울이 형성되는 역곡천, 임진강, 한탄강, 사미천, 갯벌 등 먹이가 풍부한 서식처가 포함되어 있어 중간기착지와 월동지로서의 가치가 높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보호지역 지정, 농어민 지원 등 다양한 보전 정책 및 계획이 도입되어야 한다.



두루미, 재두루미의 번식지와 올동지 이동 경로(ICF자료 재정리)



2. 접경지역의 두루미류 월동현황


한반도에 월동하는 두루미류에 관한 기록은 조선 대의 그림이나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1권 “학(鶴)의 깃으로써 깃을 달아서, 폭이 넓고 길이가 길었으며”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조선시대 이전부터 서식하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sillok.history.go.kr). 다만, 한국전쟁 시기인 1950년대에는 삶의 공간뿐만 아니라 자연 역시도 황폐해져 관찰 기록은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접적인 관찰은 1946년에 재두루미 400개체를 기록한 Austin(1948)의 문헌에서 확인되었고, 두루미는 1980년대까지는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고 하였다(김경원, 2013; 2014). 이후 1999년부터 환경부에서 “겨울철 야생조류 동시센서스”가 진행되면서 겨울철에 철원, 연천, 파주, 김포, 강화도 등 접경지역에 도래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한반도에서 두루미류는 철원 평야, 연천, 파주, 김포, 순천만, 주남저수지 등에 도래하는데, 철원평야에 가장 많은 개체가 월동하고 있다(환경부, 2019). 한반도에 월동하는 개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고 있는데, 이는 1990년대 북한의 식량난, 2000년대 초반의 먹이주기, 중국의 서식지 손실과 악화 등을 그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Su and Zou, 2012). 환경부 동시 센서스 결과에서도 한반도에 월동하는 재두루미의 개체수는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는데, 국내 월동개체수의 80% 이상, 전세계 개체수 기준으로는 60% 이상이 철원평야를 중심으로 월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루미류의 개체수 증가 원인을 군사적 목적 외 출입이 금지된 접경지역의 안전한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멸종위기야생생물의 보호에 문제점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접경지역, 특히 철원 평야에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집중 월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염성 질병의 폭발적인 확산을 우려하고 있는데(Meine and Archibald, 1996), 집중화는 전염병의 빠른 확산, 기후변화로 인한 대체 서식처 부재에 따른 멸종 등의 문제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 검은목두루미 약 5,000개체가 폐사한 이스라엘과 흑두루미 1,500개체가 폐사한 이즈미의 사례에서 이미 검증이 된 바 있다. 따라서 접경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통제선 해제, 논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축사, 비닐하우스, 창고 등의 건설, 관광을 위한 이용 및 교란 등이 먹이터 및 잠자리에 미치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접경지역의 보호지역 지정, 먹이터 및 안정적인 잠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농어민 지원 등 합리적인 보전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월동지 구성요소(잠자리 및 먹이터)


두루미류는 방해 및 교란 요인이 없고 시야가 틔인 넓은 면적의 논 경작지를 월동지로 선호하는데, 안정적인 월동을 위해서는 잠자리 및 휴식처와 먹이터가 필요하다. 잠자리는 하천이나 습지를 이용하고 결빙될 경우에는 육상과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저수지내 빙판을 이용한다. 먹이는 논의 낙곡과 식물의 구근,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을 섭취하는데, 민간인통제구역을 선호하는 것은 안전한 잠자리와 주변이 개방된 넓은 먹이터가 분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한 교란 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철원의 경우 초기에는 DMZ내의 역곡천(추정)에서, 역곡천이 결빙되는 시기에는 토교저수지와 물흐름으로 인해 수면이 형성되는 한탄강 여울을 잠자리로 이용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천과 파주에서는 임진강내 장군여울, 망제여울, 필승교 또는 태풍전망대 북측의 얕은 여울과 동파양수장 전면 여울을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다. 먹이터는 철원 분지의 경우 두루미와 재두루미 모두 논에서 떨어진 볍씨를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천의 경우에는 임진강변의 논과 사면에 조성된 율무밭을 이용하여 겨울을 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일부 개체는 하천내 여울에서 수서생물을 섭식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파주는 소규모의 논으로 구성되어 논 또는 임진강 변에서 주로 먹이를 먹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루미류의 안정적인 서식을 위해서는 하천, 저수지 등 안정적인 잠자리와 더불어 인간의 출입과 교란의 영향을 받지 않는 논, 하천내 여울, 율무밭 등의 먹이터가 하나의 권역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현재, 주요 월동지인 철원, 연천, 파주 등은 민간인통제구역, 낮은 토지이용 압력 등으로 인해 월동지가 보호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사보호구역의 해제, 민간인통제선의 북상, 사진가의 활동과 같은 인간 간섭, 토지이용에 있어서 비닐하우스, 축사, 인삼밭, 콩밭 등이 확산되고 있어 월동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한탄강 잠자리(이길리 일대)



임진강내 잠자리(망제여울)



두루미, 재두루미 핵심 월동지인 철원평야



연천에 월동하는 두루미, 재두루미의 채식공간인 율무밭



4. 지역별 두루미류 개체수 변동


접경지역 내에 월동하는 두루미류 개체군 증가의 원인은 1980∼1990년대 북한지역 개체군의 유입, 2000년대 먹이주기 등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동시 센서스 자료를 바탕으로 접경지역에 월동하는 두루미 및 재두루미 개체수 변화를 살펴본 것이 그림 4∼6이다. 재두루미의 경우에 늘어나는 추세는 유사하였는데 철원은 8,000개체 이상, 연천과 창원 700개체 이상, 파주 400개체 이상이 월동하고 있었다. 두루미의 경우 2012년과 2014∼15년에 다소 줄어들었으나 2022∼23시즌에 철원 1,265개체, 연천 581개체, 파주 94개체 등 약 2,000개체 관찰되어 늘어나는 추세가 유지되었다.


우리나라에 월동하는 두루미류 개체수는 늘어나고 있으나 이는 중국의 번식지 및 월동지 서식환경 악화로 인한 반사이익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내에서의 번식지, 중간 기착지, 월동지 등 모든 범위에서의 서식지 손실, 농약 중독, 농부와의 갈등과 같은 요인에 의해 서쪽으로 이동하는 개체수는 줄어든 반면, 동쪽으로 이동하는 개체수는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류의 개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월동지 환경이 양호해졌다기 보다는 기후변화, 중국과 북한의 서식처 환경 악화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국의 두루미류 월동지역 중 순천만을 제외하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논을 축사, 비닐하우스, 밭 등으로 용도를 전환하고 있어 서식처 질은 악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현황에서 월동지에 대한 법적인 보호 부재, 농어민에 대한 지원 및 협력 부재, 중요성에 대한 교육 부재 등과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한반도에서 월동하는 개체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접경지역 재두루미 개체수 변화 경향(철원 및 전체 개체수)



접경지역 재두루미 개체수 변화 경향(접경지역 및 기타 지역)



접경지역 두루미 개체수 변화 현황


글·사진 _ 이수동 교수  ·  경상국립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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