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가을정원으로 흥행 열기 이어가

폐막 앞둔 박람회 성과 들여다보기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23-10-18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순천만국가정원의 모습

끝없이 펼쳐진 은빛 갈대와 흑두루미의 군무가 아름다운 순천만, 억만 송이 국화와 코스코스가 만개한 국가정원은 여전히 붐빈다. 절정에 달한 가을정원을 보기 위해 10월 일평균 10만 관람객이 정원박람회장을 찾고 있다.

개장 190일만에 목표 관람객 800만을 달성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성공적인 국제 박람회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정원박람회 폐막식은 31일 ‘새로운 시작, The 높게’를 주제로 개최된다. 조직위와 순천시는 폐막행사에 앞서 어린이 뮤지컬, 한복패션쇼 등 세대별 참여형 프로그램과 레크리에이션을 준비, 대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오후부터 이어질 폐막행사는 214일간의 정원박람회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순천이 나아갈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로 꾸려질 예정이다.

순천시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과와 비결에 대해 소개했다.

목표 관람객, 수익금 조기 달성

관람객 800만 명, 수익금 253억 원을 목표로 했던 정원박람회는 개장 128일만에 수익금 253억을 달성했으며, 10월 9일 기준 316억을 확보해 목표액의 124%를 달성했다. 관람객은 올해 유난히 긴 폭염과 장마로 잠시 둔화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추석 황금연휴 6일 동안 100만 명이 방문하면서 10월 7일 기준 누적 800만 관람객을 달성했다.

도심 상권에도 훈풍이 불었다. 박람회장 내에는 35개 수익사업시설에 지역 소상공인이 참여하는 상생모델이 만들어졌고, 관람객들이 국가정원 인근 상권을 비롯해 원도심까지 퍼져나가며 재료 소진으로 조기마감 문구를 써붙인 식당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박람회의 효과는 인근 도시까지 퍼져, 광영시와 보성군은 정원박람회장을 경유하는 시티버스를 운영했고, 여수도 박람회 대비 관광종합대책반을 준비해, 여수, 광양, 보성, 구례, 고흥 등 방문자가 지난해 대비 평균 10%p 증가해 엄청난 낙수효과를 봤다는 평이다.

대기업과 정부도 몰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와이드, 포스토리튬솔루션 등 유수 기업이 먼저 투자 유치를 결정했고, 순천 소재 주요 산단이 6천억 상당의 거점산단 경쟁력강화 사업지로 선정된 데 이어, 국립순천대학교가 글로컬 30 예비명단에 올랐다. 최종 지정시 1천억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박람회 이후 순천을 이끌어갈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사업 또한 2천억을 확보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당초 생산유발효과를 1조 5,926억, 일자리 창출 효과는 25,149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7,156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으나, 박람회 자체 성과를 넘어 기업, 정부 투자와 도시 브랜드 향상 등 후광효과를 감안한다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시민-공직자-시장의 완벽한 삼합

순천시는 “눈에 보이는 수치적 성과보다 더 중요한 건 ‘유럽의 어느 정원보다 완성도가 높다’, ‘추석에 해외여행 갈 필요가 없을 만큼 만족스러웠다’는 관람객의 진심어린 반응”이라고 말한다.

순천시는 193ha의 대규모 면적에 정원을 소정해 시민이 바라는 맑고 밝은 녹색도시의 표준을 제시했고, ‘순천배우기’ 열풍을 일으켜 수많은 도시가 정원도시를 선포하거나 국가정원 지정, 정원박람회 유치에 뛰어들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한 도시가 바뀌려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과거로 회귀하려는 리더가 뽑히면 도시는 후퇴한다. 제시된 비전을 실현할 실력 있는 공직자도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품격 높은 시민 없이는 도시를 바꿀 수 없다. 순천에는 시민-공직자-시장의 완벽한 삼합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박람회를 준비하며 노 시장이 국가정원과 도심을 연결하는 축이자, 차보다 사람이 대접받는 상징적 공간으로 ‘그린아일랜드’를 제안했을 때, 조직위 직원은 아스팔도 도로를 겉어내지 않고도 잔디를 식재하는 방법을 고안해 공기과 비용을 크게 단축했다. 순천시민들도 힘을 모았다. 도시 외곽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가 통제됐지만 획기적인 도시 변화를 위해 불편을 감수한 것.

뿐만 아니라 시민 기부금 20억, 자원봉사자, 해설사, 일류플레너, 모범운전자 등 4,200여 명의 시민이 박람회 곳곳에서 헌신하는 등 이번 박람회는 시민의 참여가 빛을 발했던 행사라고 평한다.

정원조성부터 운영시스템까지 수출하는 도시

10년 전 정원박람회 경험이 없던 때에는 해외 사례를 모방하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그간 쌓은 노하우로 고유한 정원 모델을 만들어 냈다. 도로에서 정원이 된 ‘그린아일랜드’, 저류기자 푸른 잔디광장으로 변한 ‘오천그린광장’, 국내 최초 전기배터리로 운행하는 ‘정원드림호’, 정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가든스테이’ 등 정원 선진국에도 없던 독보적 콘텐츠들이 만들어졌다.

교통체증, 안전사고, 잡상인, 바가지 요금 없는 탁월한 운영시스템도 주목받았다. 중소도시 한 곳이 통째로 옮겨온 듯 21만 관람객이 몰린 날에도 교통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던 바탕에는 최첨단 ICT 장비를 활용한 스마트 관제시스템과 더불어 넉넉한 주차면수 확보, 시내버스 구간 조정, 셔틀버스 운행, 시민들의 자발적인 차량2부제운동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합을 이뤘다.

피플카운팅 시스템, 안전 드론, 웨어러블 CCTV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방안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전수하기도 했다. 정원박람회 관할 기구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는 지난 9월 순천에서 제75회 정기총회를 열고, 내년 봄 카타르 총회에 순천의 노하우를 세계에 공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원 조성부터 행사 운영에 이르기까지 유럽 정원 사례를 베껴오기 급급했던 순천이 10년 만에 국내를 넘어 해외 콘텐츠와 노하우를 수출하는 도시가 된 것이다.

노관규 시장의 다음 목표는 순천을 대한민국이 세계에 내놓고 자랑할 수 있는 도시로 만드는 것이다. “순천은 대도시를 꿈꾸지도, 따라하지도 않는다. 정원박람회가 그랬듯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대로 집중하고 투자한다면, 수도권 일극체제의 판도가 분명 바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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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870904@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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