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평론] 왜 황지해 작가일까?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1
라펜트l조세환 명예교수l기사입력2024-04-15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 - 6


황지해 작가의 첼시 쇼 앤 아트(Show and Art) 가든  평론
 : 윌리엄 켄트를 소환해 낸 세밀풍경화식 정원의 창시 - 1


왜 황지해 작가일까?





_조세환 경관평론가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I. 프롤로그 : 왜 황지해 작가일까?


한국을 넘어 세계 정원 디자인계의 풍운아

평론의 정의는 문자 그대로 논문 형식으로 작가의 작품을 비평하는 것이다. 그것의 본질은 문학이든, 예술이든… 아니면 건축이든 조경이든… 또 아니면 정원이든… 타자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입방아 짓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맥락에서 영국의 버나드 쇼1)는 평론은 객관적일 수 없고, 그래서 매우 주관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정의하는 평론관에 대해 필자는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필자는 거의 평생을 객관화를 무기로 삼는 논문과 저서에 길들여져 온 사람이지만, 왠지 평론을 쓰면서는 쇼의 주장에 더 호감이 간다.

황지해 작가는 한국에서 쇼 및 아트(Show and Art) 정원 디자인계의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한국인으로서 최초이자 동시에 최고의 국제적 명성을 떨친 정원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생애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11년 첼시 플라워 쇼에서 ‘해우소 :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으로 첫 출품과 동시에 아티즌가든 부문 금메달을 및 최고상을 동시에 받았고, 2012년에는 ‘고요한 시간 : DMZ 금지된 정원’으로 쇼가든 부분 금메달을 수상하고, 그해 신설된 첼시 플라워쇼 전체 최고상(영국왕립원예협회_RHS 회장상)을 동시 수상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23년에는 ‘백만 년 전에 날아 온 편지’라는 주제로 또 다시 첼시 플라워 쇼가든 부문 금메달을 수상했다. 뿐만이 아니다. 2012 일본 가드닝 월드컵 한국 대표 초청 작가, 네델란드 벤로 플로리아드 ‘뻘’ 작품을 프랑스 롱스에 영구보존, 2012 첼시 플라워 쇼 출품작을 런던 플레져 가든에 재전시하는 등 그녀의 정원디자인 작품은 네델란드, 일본 등에서 호평을 누리고, 때론 기념화되어 보전까지 된다. 

정원이란 이름조차 흔히 거론되지 않는… 거의 정원 황무지 나라, 대한민국에서 바람처럼 나타나 영국 왕립원예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 : RHS)의 195년 역사의 유서 깊고 세계적 권위의 첼시 플라워 쇼의 아티즌 부문, 쇼 가든 부문, 전체 부문 등에서 3회에 걸쳐 금상과 전체 최고상을 받아 냈으니 황지해 작가는 문자 그대로 한국 정원 디자인계의 신데렐라로 우뚝 선 인물이다. 

그녀의 수상 쾌거는 그 때마다 국내 및 세계 언론과 방송의 스팟 라이트를 받았고, 때마침 국내에서 2010년의 경기정원박람회,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개최 등과 맞물리면서 한국에 신선한 정원의 새물결을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저러한 공로로 황지해는 2012년에 조경분야의 ‘올해의 조경인 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러니 그녀가 한국 정원 바람에 끼친 신선한 울림은 결코 사사롭게 또는 예사롭게 평가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첼시 플라워 쇼에서 보여준 그녀의 특별함은 문자 그대로 쇼(Show)와 아트(Art)다. 그리고 경쟁 상대가 있는 일종의 경기의 성과품으로 나타난다. 정원 관련 나름 세계 최고의 전문성이 있는 심사자들의 예비 평가를 거쳐야 되고, 그 과정에서 작가가 던지는 주제와 메세지, 창의적 아이디어와 디자인의 무늬는 심사 평가의 중요한 기재가 된다. 


황지해_‘신의 손’을 가진 작가

자존심 강한 영국왕실원예협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이고 보니 그 품격과 명예 또한 최대로 높이고 살려야 한다. 그러니 출품을 위해 저명한 스폰서가 있어야만 하는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장애와 애로를 극복해야만 비로소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결코 만만한 컴피티션이 아니다. 때문에 첼시 플라워 쇼에서 일종의 참가 자격만 성취해도 보통의 정원가를 넘어선다고 평가받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 판국에 10여 년의 연차 간격 내에 3차례에 걸쳐 대상, 최고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특별함을 넘어 비범한 수준의 정원 작가임을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임에 틀림이 없다.


● 황지해의 쇼 앤 아트 작품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반응

황지해가 수상한 첼시 플라워 쇼에서의 쇼 앤 가든 출품작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의 찬사는 보다 거칠다 할 정도로 뜨겁다.(라펜트 뉴스, 2023. 5. 25) 영국왕립원예협회 회장 엘리자베스 뱅크스(Elizabeth Banks)는 “내가 평생 보아온 정원 중에서 가장 심금을 울리는 작품, 그녀는 ‘디테일의 귀재’”라고 평했다. 앤드류 피셔 톰린 첼시 플라워 쇼 심사위원장은 “자연주의라는 새로운 시대 흐름이 창조되는 터닝포인트를 마련. 세계 가드닝의 흐름을 자연주의로 회귀시키는 중요한 전환점. 첼시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작품 중 하나” 등으로 평했다. 실제로 전세계에 자연주의 정원의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듬해 첼시 플라워 쇼에는 자연주의 정원 양식의 작품들이 각국에서 출품되기도 했다.



피트 아우돌프는 “당신의 정원은 만들어내기 불가능에 가까운 정원을 상기시킨다, 거의 완벽에 가깝다”. 영국의 아리트 앤더슨 방송진행자 겸 가든 디자이너는 “수백 년 동안 이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처럼 너무나 실제적이다. 비현실적(surreal)으로 느껴질 만큼 현실적이다”. 영국 공영방송 채널4 기자인 존 스노우는 “영감으로 가득찬 정원”,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아름답다! 어떻게 이런 정원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놀랍다. 건조장 창가에 심긴 작은 풀이 내가 본 식물 중 가장 아름답다”, 소피 라워스 BBC 앵커는 “황지해 작가는 너무 놀랍다. 그녀 자체가 한 편의 시(poetry)다. 그의 정원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로빈 레인 폭스(Robbin Red Fox) 파이낸셜 타임즈 컬럼니스트는 “다른 쇼가든들은 미관상 혹은 임의로 식생을 무시한 경우도 있다. 정원보다 자연의 순리와 질서를 존중하는 정원이 훨씬 더 아름답다. 황지해의 정원이 그렇다”. 제인 하틀리 주영 미국 대사는 “정원은 완벽하다. 걸어들어오는 순간 평온함을 느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 정원을 영국에 가져와 주어서 고맙다(Thank you for bringing your garden to here)” 등 황지해의 쇼 앤 아트 정원 작품에 대한 찬사는 침이 마를 정도다.



그러니 이쯤해서 황지해에 대한 궁금증이 치솟는다. 이처럼 다양한 극찬의 언사들이 그의 정원을  온전하게 또, 제대로, 무엇보다 전문성 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의 정원이 자연의 모습 그대로인, 그래서 워낙 자연스러워서 ‘자연주의 정원’이라는 게, 또 ‘자연주의 식재’라는 말로 그의 정원 디자인을 특징 지을 수 있을까? 아니면 ‘디테일의 귀재’라는 표현으로 그의 정원 디자인을 망라할 수 있을까…? 환원적 방법을 통해 전체를 알기 위해 부분으로 나눌 수는 있지만, 그 역으로 단순한 부분의 합이 온전하게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해부를 통해 신체의 부분들을 알 수는 있지만 해부된 신체들을 이어 붙인다고 해서 숨을 쉬는 생명체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황지해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은 이처럼 쏟아지는 다양한 찬사들의 단순한 합을2) 넘어 그가 지니고 있는 정원 디자인의 본질과 작가로서의 독특한 가치와 생명성, 나아가 정원의 양식사 등 보다 거시적인 맥락에서 보다 객관화 할 수 있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그의 정원 디자인은 전문가, 비전문가를 포함, 한국을 넘어 세계 정원계에서 수많은 이들로부터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연 그렇다면 그는 타고난 천재 디자이너인가? 아니면 철저하게 조경 교육을 받고 경험하며 실천해 온 노력파인가? 또, 아니면 그녀의 정원 디자인 캐릭터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오늘 이 평론을 시작으로 앞으로 더 나아간다면 과연 그는 첼시 플라워 쇼의 쇼와 아트 부문을 넘어, 또 컴피티셔너(Competitioner)로서가 아니라 보편적 정원가로서의 황지해, 아니면 인간 황지해의 내면에 숨겨진 근원적, 본질적 또 다른 캐파를 분석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추후에 논평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1) 극작가, 소설가[(대표작 : 『나의 귀여운 숙녀』(My fair lady)로서 잘 알려져 있지만 음악 평론가로서도 세상을 떠들썩 하게  한 사람이다. 평론에 대한 그의 정의는 매우 소박하다. 작품으로부터 전해오는 느낌을 있는 그대로를 서술하는 것이 것이란다. 다분히 평론은 주관적이고 직설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2) 무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할 때 부분들을 서술해 나감으로써 전체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작동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라는 방법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역시 전체에 대한 정의를 내리진 못하는 한계가 있다.


<황지해 작품 주요 약력>
2011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아티즌 가든 부분 최고상 및 금메달 동시수상
- 해우소 : 근심을 털어버리는 곳(Hae Woo So : Emptying your Mind : Traditional  Korean Toilet)
2011년 영국 글라스톤버리(Glastonbury) 해우소 재현
2011년 해우소 그린피스 기증
2012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RHS 회장상(전체 최고상) 초대 수상 및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2012년 네덜란드 벤로 플로리아드 2012 한국관 정원 조성
- 뻘 : 어머니의 손바느질(Mudflat :Sewn by Mother’s hand_Suncheon Bay)
2012년 일본 가드닝월드컴 한국 대표(세계 10대작가 초대전 in Nagasaki, Japan)
2012년 광주비엔날레 초정 작가 조형부문 2개소
2012년 올해의 조경인상 수상
2012·2014·2016년 영국 런던플레저가든공원 ‘Quiet Time : DMZ Forbidden Garden 전시
2013년 프랑스 롱스 한국정원 조성 : 플로리아드 전시작 뻘: 어머니의 손바느질 프랑스에 영구 보존
2013년 프랑스 MUNICIPAL, restaurant, mural art.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갯지렁이 다니는 길, 뻘 공연장 조성
2013년 ’제4회 KBEE 런던‘ 초청작가 0.001_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Old Billingsgate
2014년 첼시플라워쇼 작품 재현 - 광주생태호수원
2014년 3월 5~9일 런던 미니어처 가든쇼 독도(트라팔가광장 스트랜드 갤러리)
2014년 9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개최 유공 - 국무총리 표창
2015년 서울정원박람회_평화의 공원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_모퉁이에 비친인 태양(위안부정원 국민성금 조성)
2016년 MMCA 국립 현대미술관서울관 도롱이벌레” installation
2018년 서울식물원 작가정원 seeds_움직이는 씨앗
2019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옥상정원 Vessel
2021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2년 IFLA 세계조경가대회 installation ‘태양의 뜨개: 골바람의 딸
2023년 중국 GBA 그레이터베이센젠플라워쇼 금메달 수상 ‘Butterfly Dance’
2023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쇼가든 부문 금메달 수상 
2023년 첼시플라워쇼 출품작 ‘지리산 약초타워’ 찰스 국왕의 개인별장 샌드링엄 캐슬에 영구 보존
        

<필자: 조세환 약력>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환경디자인분과 위원장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재)환경조경발전재단 고문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고문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고문
(사)한국조경협회 고문
 




<편집자주>

조경분야에서 공원, 생태, 정원 등 환경관련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조경의 문화화 및 확산 맥락에서 관련 작품들에 대한 평론은 비교적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라펜트 <경관평론>의 첫 번째 코너에는 건축가 손명문이 한옥을 설계하고, 작가 황지해가 정원설계한 “한옥건축, 헤리티지 유와”에 대한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의 경관평론이 게재됩니다.  평론은 모두 2편으로 구성되는 데, <제1편>은 건축가 손명문의 한옥건축 평론 관점(링크)에서, <제2편>은 작가 황지해 작가의 정원 작품에 대한 평론이 개제됩니다. 특히, 제1편은 경주문화원에서 2023년 12월 31일에 발간하는 「경주문화」 제29호에 동시에 게제됐음을 알려 드립니다.


<경관평론> 코너는 구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해당 코너에 경관평론을 기고하실 분들은 lafent@naver. com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 조세환 명예교수  ·  한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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