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김봉진 아리울C&D 대표-강현대 디자이너

"이태리 밀라노에서 한국의 분수의자 화제만발"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03-07

지난 해 라펜트에서 '밀라노에서 만나는 한국분수'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자,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신기하다부터 어떻게 구현될 수 있었는지까지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야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세계 최대의 가구 전시회에 한국의 수경업체가 참가하였다는 사실이다. 바로 아리울C&D(前 미르워터월드) 김봉진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라펜트는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Aqua Chair를 출품해 화제를 뿌렸던 김봉진 대표와 강현대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지난 기획인터뷰에서 조경예술인들의 참여공간 조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인터뷰에서는 조경기술자와 예술가의 협업 프로세스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선 어떤 작품을 선보였나?

김봉진 대표 - 우리는 박람회에 'Aqua Chair'를 출품했다. 한 가지 형상의 고착된 의자의 개념을 탈피해 물의 연출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의자로 변모하는 탈가구적 발상을 표출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 적용된 구성요소는 486

노즐, 12개의 펌프 및 인버터와 연출 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 4가지의 연출 패턴은 한국의 사계절 춘, , , 동을 모티브로 하였으며 변화의 주기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하여 시간과의 상관 관계를 두고 일시성과 변화성을 부여 하였다.

 

현지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강현대 디자이너 - 워낙 큰 규모의 박람회(회장 규모만 삼성동 COEX 10배 규모 정도라고 한다)이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한 총 디렉터의 배려덕분에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에 부스가 배정되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감상하였고, 또 즐겼다.

 

참고로 작품이 전시된 살론 사뗄리떼(Salone satellite)는 신인디자이너와 디자인 학교 학생들의 창작전시회장으로서 가장 창의적이고 신선한 전시회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세계 각국의 건축가, 특히 최근 건설붐이 일고 있는 중동쪽 관계자가 우리의 작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가구전시회에 수경예술작품을 출품하여서인지 현지의 가구업계에서도 신선하단 반응이었다. 세계 유명 디자인 매체에서도 우리 작품을 비중있게 소개해줬다.

 

밀라노 시장이 우리 부스에 방문하였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워낙 스페이스가 넓은 곳이라 시장은 관심이 가는 몇 곳만 들렀는데, 그 중에 우리 부스를 방문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인터넷 공식홈페이지에서도 베스트 작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봉진 대표(아리울 C&D)와 강현대 디자이너

 

가구박람회에 수경시설을 선보였는데...

김봉진 대표 - 조경, 건축박람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경시설이 가구전시회에 참여했다. 그것도 전세계 디자인 트렌드를 이끌어내는 세계적인 가구 박람회인 이태리 밀라노 가구박람회에 입성한 것이다.

 

이 박람회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임원진을 밀라노에 불러들여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한 박람회로도 유명하다. 또한, 박람회 기간에 조나 토로토나(Zona torotona)라는 특화 거리에는 우리나라 삼성전자를 비롯해서 아우디, 렉서스, 도요타, 라도, 스와로브스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부스를 만들고 기업이미지를 심기위한 노력을 기울일 정도로 정평이 난 전시회다.

 

대한민국 수경업체가 밀라노 박람회에 참가한 것은 최초라 생각된다. 우리가 참가한 것은 디자인 능력과 기술력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었고, 결실을 맺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일랜드 화산재로 인해 밀라노에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은 험난했다. 하지만 전시회 참가를 통해서 얻은 자신감과 디자인에 대한 넓어진 시야는 이것들을 상쇄시킬 정도로 매우 값진 의미가 있었다.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가?

강현대 디자이너 - 본인은 가구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에 있어서 소재는 중요한 요소이다. 어떤 곳에서는 벌집을 이용해 화병을 만들기도 한다. 그만큼 차별화된 소재는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평소 물이라는 소재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이것들을 구현시키기 위해서는 실력있는 수경업체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러한 생각을 구현시키기 위한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된 분이 아리울 C&D의 김봉진 대표이다. 사실 작가가 기업대표에게 제안을 하고 실제로 구현시키기 까지는 제약사항이 많다. 디자인 마인드가 척박한 한국 사회에서 투자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봉진 대표는 작가 본인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조언과 제안으로서 초기 구상보다 나은 작품을 구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었다.

 


Aqua Chair

 

수경전문가와 가구디자이너의 협업

강현대 디자이너 - 사실 유명 대기업조차 김봉진 대표와 같은 디자인 마인드를 갖춘 기업인을 찾기 어렵다. 몇몇 수경시설 업체에 작품협업을 제안하였지만 문을 굳게 걸어잠그더라. 

 

디자인에 대한 저변과 마인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처럼 한순간 '~'하고 일어났다가 사그러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면서 근본적인 노력과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박람회에서 상주하며, 강렬하게 남는 두 가지 풍경이 있다. 박람회장을 청소하는 미화 담당자가 빗자루를 들고 우리 작품을 오랜 시간 감상한 모습이 첫번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분수 옆에 누워서 즐거워하며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디자인을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이탈리아는 유구한 디자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디자인의 저력은 수공업 장인들의 섬세한 기술에 배경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이 가미되어 '명품'이란 이름아래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업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한번은 우리나라의 전통 민예품의 장인을 찾아 그의 탁월한 기술력에 디자인을 입히려는 노력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고착화된 스타일에 대한 고집이 확고해 이견을 좁히기 힘들었다.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열린 마인드 없이는 이탈리아의 명품처럼 작품으로서 디자인을 탄생시키기 힘들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생활 속 디자인 문화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봉진 대표 - 디자이너는 무한한 창의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그것을 현실화 시키는 데는 기술적 구현능력과 비용적인 투자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막연한 상상력은 우리사회나 문화 속에서 가치구현의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라고 본다.

 

강현대 디자이너가 처음 우리 회사를 방문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그의 제안을 듣고 우리 처지에 이러한 투자를 감행하기는 너무 힘겨운 것이 아닌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강현대 디자이너의 디자인 제안은 무척이나 즐거운 힘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당일 결심을 통해 협업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작품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이 약 2개월 정도 소요된 것 같다. 인간의 창의성을 구체적인 사물로 실현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벅찬 일이었다. 시제품을 만들고 그 형태를 갖추는 데만 한 달이란 시간이 소요되었고, 연출 형태를 구현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연출을 위한 프로그래밍을 수정해 나간 시간이 3주 정도 소요되었다.

 

이제 다 되었다 싶었다. 그런데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출품일에 맞춰 밀라노에 도착시키려면 적어도 보름 전에 선박에 실어서 보내야 하는데 이미 그 시기를 넘겨버린 것이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에서 진 우리는 결국 이송비용을 더 투자해서 비행기에 작품을 실어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과 과정 속에서 기술적인 난관도 있었지만 시간과의 싸움은 결국 돈으로 직결되었다. 늘 알고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시간과 비용의 상관관계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다.  

 

물론, 협업과정에서 서로가 이견을 갖는 부분도 있었다. 예술가와 기업인으로서의 입장 차이였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가 궁극적으로 작품을 만들고 세계무대를 밟아보자는 간곡함이 있었기 때문에 이견에 대한 간극을 좁힐 수 있었고 출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당시 회사사정이 여유롭진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투자가 진정 가치로운 일임에 주저할 수 없었다.


Aqua Chair

 

앞으로의 계획은?

강현대 디자이너 - 현재로서는 작품과 산업으로서의 결합을 생각하며, 발전시키고자 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작품으로서 물을 탐구하고 연구할 것이다.

 

요즘 디자인이라고 하면, 외형만 디자인 하는 개념으로 많이들 생각한다. 이번에 출품한 Aqua Chair는 앉지 못하는 가구이다. 실용성이 없다. 그러나 디자인이 실용성에 강박감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디자인의 한 갈래로서 디자인 아트가 있다.

 

작품으로서, 또 워터 코디네이터로서 물이라는 작품소재로 인정을 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고정된 틀 안에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린 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디자인을 즐기는 날을 고대해 본다.

 

김봉진 대표 - 한국의 수경디자인 업체로서 세계의 무대에서 당당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점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밀라노에서 만날 수 있었던 한국 전시 참가업체는 한샘이나 에넥스 등 중견급 가구 전문업체 정도였다.

 

밀라노 박람회는 출품을 원하는 기업이나 작가가 마음대로 참여하는 곳이 아니다. 사전 평가를 통해 엄격히 심사된 작품으로 진검 승부를 보는 곳이다. 매년 참여한 동양 디자이너는 5%에 그친다. 밀라노는 그만큼 철저하고 권위있는 전시회이다.

 

대외적으로 이번 전시참가를 통해 한국 디자이너의 드높은 상상력과 수경시설업체의 기술력을 세계에 보여주고 인정받고 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스케일도 다른 작품에 뒤지지 않았다. 기술적 시스템 역시 어디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Global market)으로의 진출이란 요원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도 가질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 자신감이란 큰 성과를 얻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2가지 큰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에 디자인 저변을 든든히 하는 일에 투자를 하고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얻은 결과이기도 하고 디자인만이 살 길이라는 절박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강현대 디자이너는 세계무대에서 보자면 신출내기 디자이너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중견작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강 디자이너의 성장은 우리 기업의 성장과 그 길을 같이 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작품의 판매 비용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서 작품 활동에 지속적인 지원을 할 것이며, 누적된 기금은 강현대 디자이너와 같이 열정과 창의력을 세상에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후배작가 양성에 일조를 할 계획이다.

 

나머지 하나는 물을 잘 알고 물을 잘 활용하는 회사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최근 다양한 워터파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 너무 유희적인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못내 안타깝다는 것이다.

 

물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모태의 양수처럼 사람들에게 평안과 위안을 주기도 하고 물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진정한 아리울(물의 도시)을 만들고 싶다. 그 안에는 물을 이용한 유희 공간뿐 아니라 물의 속성들을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궁극에는 테라피(치유)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생기 넘치는 수공간이 바로 아리울인 것이다. 우리는 이를 위한 노력을 더욱 열심히 경주할 것이다.

 

우리는 물이 그 주요 아이템인 회사이기에 물을 활용한 과감한 변신을 기울일 것이고, 강현대 디자이너와 함께 했던 'Aqua chair'처럼 아름다움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실현해 나가는 노력과 더불어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물의 모든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자 한다.

 

*김봉진 대표이사는 최근 미르워터월드㈜에서 아리울 C&D로 사명을 변경하였으며, 기존 수경관련 분야 외에도 조경계획 및 설계, 브랜딩 컨설팅, 이벤트 디자인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주소_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1 217 세대빌딩 302

전화_02-749-0718




밀라노 가구 박람회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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