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디자인 속 전문가의 역할은?
신경관포럼 ‘프로슈밍 경관’지난 6월 9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컨벤션홀에서 ‘프로슈밍 경관’을 주제로 신경관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날 서울대 임승빈 교수와 권영걸 교수는 각각 ‘21세기 프로슈밍 경관’, ‘궁극의 선택:YuGi Design’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축사를 전하는 양홍모 한국조경학회 회장
기조연설을 하는 임승빈 교수
기조연설을 하는 권영걸 교수
프로슈밍(prosuming) 경관이란?
프로슈밍(prosuming)이란 생산자(produce)와 소비자(costomer)의 합성어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미래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구별하는 것이 점차 애매해지면서 프로슈머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프로슈머(prosumer)란 신조어를 언급한 바 있다.
“프로슈밍 경관은 시민주체의 지속가능한 경관”
임승빈 교수는 “프로슈밍(prosuming) 경관은 시민이 생산자이고 소비자로서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으로 경관을 형성하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속가능한 경관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프로슈머(Prosumer) 형태의 경제활동이 증가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프로슈밍 경관의 증가와 보편화는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하며 “소비자가 참여하여 주인이 되는 지속가능한 형태의 경관이 바로 프로슈밍 경관”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결국 광의의 프로슈밍 경관은 21세기 대한민국 신경관에 내재된 하나의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궁극의 선택:YuGi Design’에 대해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권영걸 서울대 교수는“YuGi Design은 ▲자연과 인간의 건강을 제1목표로 삼으며 ▲잉태하고 기르고 돌보고 가꾸는 디자인 ▲누구나 할 수 있고 더불어 하는 디자인 ▲발생적인 속성과 진화를 지향하는 디자인 ▲제조되는 것이 아니라 지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적인 논리에서 논의되어 온 디자인이 아니라 자연환경과 생태, 그리고 순환을 고민하는 ‘YuGi Design’에 대해 권영걸 교수는 “생산중심에서 자생중심으로, 결정론적에서 발생학적으로, 형태론적에서 행태론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물질적인 것들로 치우치는 삶의 지향점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재 모두의 삶은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박소현 교수
정욱주 교수
오형은 대표
배정한 교수
‘프로슈밍’이란 조경에서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신경관포럼 중 하나의 이론으로 등장한 만큼 다양한 의견제시도 이루어졌다.
제도와 교육을 통한 주민참여 유도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용마마을 경관협정 시범사업의 사례를 들며 프로젝트 과정에 대한 내용을 서술했다. 그녀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가 공감할 수 있도록 ‘경관협정’을 이해시키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경관협정, 혹은 지구단위계획 제도를 활용한 마을만들기 시범사업에 있어서 “공공에서 제도를 통해 보다 주민참여를 강력하게 유도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며, “우리나라 특유의 정치, 행정, 도시건축조경의 문화풍토에 맞게 일상화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주민참여경관 속 전문가의 역할
서울대 정욱주 교수는 주민참여디자인과 디자인 퀄리티의 관계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며, “주민참여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 디자인의 경우 디자인 과정이 훌륭하다면, 결과의 수준을 문제 삼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디자인을 도출하는 과정이 훌륭하기 때문에 투박한 디자인까지도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더불어 “주민참여경관의 지향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주민참여디자인을 통한 궁극적 도시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 교수는 주민참여경관 속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에 대해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난 창의적 설계를 고안하고, 효과적인 주민참여 방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것이 곧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설계전문가의 사회적 책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마을만들기 사례를 주제로 오형은 (주)지역활성화센터 대표는 “국내도 일본과 같은 협정과 교부금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상위계획인 토지이용계획에서 관련된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의 잘 짜여진 제도 아래 주민이 참여해야 하고, 각 지자체에 맞는 정교한 보조금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는 경관에서 만드는 경관으로
배정한 서울대 교수는 “프로슈밍 경관을 관조적 측면에서 바라보던 경관을 생산에 방점을 두는 개념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하게 바라보며 이를 곧 생산 경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생산 경관이 재조명되고 있는 현상은 곧 정원문화의 회복이라고도 말하며, 이렇게 참여하는 생산 경관은 도시인의 흥미를 자극하고 일상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더해 말했다.
종합토론자(좌측부터 박승배 부장(도시연대), 이영범 경기대 교수, 주신하 서울여대 교수, 성종상 서울대 교수, 최호운 수원시 팀장, 한경구 서울대 교수)
주민참여디자인의 퀄리티, 어디에 기준을 둬야하나
이날 토론을 통해 이영범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정욱주 교수의 발제에 대해 “디자인의 퀄리티를 논하기 이전에 디자인의 가치를 디자인을 통한 주민생활가치에 중점을 둘 것인지, 작가주의 디자인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판단하는 시선이 필요하며, 커뮤니티디자인이라는 특성상 주민 생활가치를 담는 디자인에 있어 모든 디자인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훌륭한 퀄리티의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주민참여디자인에 있어서 기존 공간환경과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디자인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디자인의 퀄리티 평가에 있어 기존의 작가주의 형식을 평가하는 요소와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신하 서울여대 교수는 “프로슈밍 경관이라는 이념처럼 경관이 몸으로 만지고 느끼는 단계로 진화했으며, 이제는 바라보는 경관에서 참여하는 경관으로 진화하는 듯하다”고 말하며, “그러나 몇몇 발제를 통해 이미 우리가 주민참여디자인의 질을 이미 정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결국 전문가는 주민참여디자인 프로젝트에 있어 leading(리더십)과 reading(내부를 읽어내는) 역할의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경관이란 것은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런 생활 속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관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도 든다”고 말하며, 경관의 질이란 것이 무엇인지 또 그 결정은 누가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프로슈밍 경관’을 주제로 한 이날 심포지엄은 주민참여디자인에 있어 전문가의 역할을 과연 무엇인지, 주민참여디자인에 있어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지라는 큰 화두를 던지며 마무리됐다.
-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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