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유명건축가, 공원이 건축물이라고?

한국 대표건축물, 조경가 정영선의 선유도공원
라펜트l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1-06-30


▲선유도공원

조선일보 6 29일자 2면에건축가들에 '한국 대표 건축' 물어보니선유도공원 1, 광화문광장 꼴찌예상 밖의 베스트 - 일반인들 인식과 차이 많아란 제목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조선일보는 유명건축가와 건축학과 교수 등 30(응답 23)을 대상으로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설문 조사(복수응답)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한강 선유도공원' 13표로 최고의 건축물로 뽑혔다.

 

이와 함께 서울 원서동 공간그룹 사옥(9), 서울 인사동 쌈지길(7), 경기 파주출판도시(6), 서울 장충동 웰콤시티(5) '베스트(best) 건축물 5'에 꼽혔다.

 

'워스트(worst) 건축물 5'로는 광화문광장(10), 예술의전당(7), 타워팰리스·청계천( 6), 종로타워·용산구청 신청사( 5) 등이 선정됐다.

 

공원이 건축물? 참여만하면 건축가 작품?

1등 건축물(?)’로 표기된 선유도공원은 사실 조경가 주도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대표 공원 중 하나이다. 그것이 가지고 있는 대표성이 건축과 조경의 설계주체를 바꾸고, “공원건축물의 사전적 의미를 혼동시키고, 업역간 관계를 무시할 만큼 뛰어남을 인정받은 것으로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건축물과 공원은 완전히 다른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에서는 선유도공원을 건축물이라 칭하였다. 법률 제정 단계에서 많은 분란을 일으켰던 건축기본법에서 조차도 건축물을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부수되는 시설물이라 규정하고 있으며, 논란이 되었던 공원, 가로, 광장도 기본법상에는 공공공간으로 구분지어 있다.

 

작품 크래딧에서도공원 및 조경설계: 조경설계㈜ 서안’(월간 환경과조경 2002 6월호)으로 표기되어 있는 선유도공원은 세계 최고권위의 미조경가협회(ASLA)가 수여하는 2004 Professional Award(Design Category, Award of Merit)에 국내 조경설계사의 작품(조경설계 서안()-대표 정영선)으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기록이 있는 작품이다.

 

한편“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기존 방식을 깬 사례라는 평가를 받은 파주출판도시는 4번째 베스트에 선정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전반적인 맥락과 계획을 잡았던 조경의 이름은 평가 속에 없었다. 이민우 대표(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는수공간을 보전하고, 심학산과 연계되는 녹지축 등의 도시골격을 제안하고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한 기본계획은 조경가의 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과업평가에 대한 올바른 해석(크래딧)이 필요하다고 짚어주었다.



▲파주출판도시(출처:환경과조경)


건축역할 낮았던 대상지는워스트

신문은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에 대해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은 한국을 상징하는 공공 건축물인데 건축가도 없이 단기간에 불도저로 밀어붙이듯 만들었다"는 평을 내렸다. 이에 대해선공공건축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아야 하는지?, 건축가가 참여하지 않았거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건축적 요소가 조금만 포함되어도 부지 전체를공공건축의 범주로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최신현 대표(씨토포스) 역시설계공모를 통해 조경가가 만든 공원이, 건축가가 뽑은 대표건축으로서 대표성을 갖는다면 건축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것인지 궁금하다, 강도 높은 비판을 페이스북에 게시하였다.

조선일보 인터넷 신문의 BEST 댓글(아이디: jr19**)도 건축주도로 진행을 하지 않았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워스트를 선정한 신문사의 공정성 부문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잘못된 보도에 적극적인 대응 필요"

J조경 대표이사는선유도 공원이야말로 조경가의 설계구상이 반영되어 제대로 태어난 조경공간임에도 이를 '건축'으로 살짝 도배하여 1등을 매기다니...조경을 건축에 포함된 하위개념으로 보고 있는 건축가들이 조경가들의 노력으로 설계 및 시공된 광화문과 청계천에 대해선 '단지 건축가들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워스트 건축에 포함시켰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G조경 직원은 “건축과 조경의 업역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대중에게 이런 언론 플레이가 가지는 영향력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이 기사 하나로 공원도 건축가가 설계하되 조경은 하나의 참여분야로 인식 될 수도 있을 듯 하다. 예전 박경리 선생의 글에 대한 논설을 게재한 것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듯 하다.”며 온라인을 통해 말을 남겼다.

 

지난 2010 11 ()새건축사협의회가건축가의 자리가 없는 사회를 통탄한다는 주제로 성명서 발표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중근기념관의 건축설계자가 준공기념식 축사에 언급되지 않은 것이 발단이었다. 성명에서 그들은 건축가의 저작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고, 설계가에 대한 예우도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축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건축 저작권에 대한 보호와 창작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정부와 관계기관에 요청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반대입장에 서있는 건축이다. 조경분야가 자랑스러워 하는 최고의 공원에 대해 건축과 건축물의 이름을 입혔다. 마치 준공기념식에 건축가를 호명하지 않은 것처럼, 마땅히 언급되어야 하는 조경가의 역할과 이름을 축소하거나 불러주지 않은 것이다. 당시 성명서를 발표한 인물 중에는, 이번 조선일보 설문에 참여한 인원도 포함되어 있어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듯 하다.

 

조경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존중이 배제되었던 이번 사태에 대한 조경단체의 강력한 대응과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더불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조선일보의 정정보도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조선일보 기사- 바로 가기]



글·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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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20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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