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Ⅱ, 조경의 위기를 기회로!
조경연합회 통한 단합, 구심점, 종합적 전략 필요라펜트l기사입력2016-10-04
지난 9월 18일 ‘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 죽어가는 조경산업’ 보도 이후, 어려운 현실에 통감한 조경인들은 라펜트 토론방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해주었다.
라펜트 토론방에서는 조경계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젊은 층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조경계가 이러한 상황까지 치달은 데는 기득권 유지에만 급급해 침몰하는 조경을 방관해왔던 기득권층이 원인이며,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수동적이었던 신진 조경인들이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조경분야 발전을 막는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 교수님들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산관학의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도적 역할은 교수님들이 하게 되어 있으나 조경분야 교수님들은 각자 자신의 프로젝트에 학생들을 투입해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하며, 조경분야가 발전하는 데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
20년 전 자료를 들고 아직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식재는 기후변화 등으로 이미 도심지역에서 검증되어 식재되고 있는 식물이 있음에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수종의 선택에 한계가 있다. 설계나 시공기술도 현재는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아는 사람이 없고 강사에 의존하니, 업계에서는 학생들을 뽑아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일을 되풀이 한다.
기득권이 자기 밥그릇을 스스로 박살을 내야하는 것인데, 어느 누가 선뜻 진실을 토로할 것이며 제 밥그릇을 분질러버릴 것인가? 진실한 토론과 혁신을 거쳐도 박살날 밥그릇이다. 망해가는 것에 조롱만 하는 이유가 어찌되었든 박살날 그릇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다. 비전을 제시해주고, 멘토가 되어 리더가 되어 후배들을 끌어가기보단 팔짱부터 끼고 바라보는 어리석은 선배들이 대다수 같다. 하나같이 능력 있는 인재를, 일 잘하는 직원을 바라기만 한다. 결국 인재들이 떠나간다. 없는 게 아니라 떠나는 것이다. 경제 논리와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을 어기며, 수 없는 부당 이득을 누려온 그들에게 장착된 시한폭탄이 펑펑 터지고 있다. 정작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으며, 그 발판조차 없다.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하나같이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느끼며, 머리를 아파하고 있다.
단물만 빨면서 호의호식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온갖 드러나는 행사와 짭짤한 자리에는 얼굴 들이밀며 밑에서 애쓰고 깨지고 있는 불쌍한 기술자들만 헛소리로 괴롭힌다. 힘 있는 정치인, 학계, 발주처, 토목, 건축에는 찍소리 못하면서 말이다. 이 세력들이 조경계의 발전을 위해 자기 시간과 돈, 실력을 내놓아야 한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은 이들을 위해 조금씩 희생하면 된다.
부패한 조경계의 자정능력을 갖추기 위한 한 방법으로 ‘조경단체 탄핵제도’가 제기되기도 했다. 조경을 대표하는 각 단체의 장만큼은 책임감 있고 유능한 사람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조경인은 “정부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탄핵제도는 큰 힘을 발휘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무능한 단체장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단체장들이 무능하면 대부분은 참모들이 그를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최근 2년은 단체장도 참모들도 조경의 위기를 나몰라라 했던 최악의 해”라고 진단했다. “단체장이 되면 아무도 건드릴 수 없으니 탄핵제도를 통해 분야발전에 피해를 주는 단체장은 사퇴시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젊은 층도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개진됐다.
토론방에는 “리더의 한 마디로 상황이 크게 바뀌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랫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상황이 바뀌기도 한다. 언제까지 리더 탓만 하렵니까?”, “현실을 벗어나려면 아프지만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보기 싫다고 회피하고 좋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등 회피 또는 패배의식보다는 스스로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해야 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현재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는 조경진흥법의 핵심내용인 ‘조경지원센터’ 설립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조경계가 양손에 우리가 쥐고 있는 카드는 ‘조경지원센터’와 ‘조경진흥기본계획’이었으나 이미 하나는 뺏겼으니 ‘조경지원센터’ 하나가 남았다. 상설 모니터링 기구가 있어야 조경계의 권익을 찾기 위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조경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경지원센터에 기부하는 것 또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합’이라는 것에 모두가 입을 모았다. 힘을 갖기 위해서는 분열된 조경인들이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이다.
한 조경인은 “조경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전문분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은 조경계의 ‘단합’이고 ‘목표’이고 ‘전략’”이라고 말했다.
“무엇인가 해보려고 해도 구심점이 없으니 구심점이 필요하다”, “힘을 응집해 극대화시킬 수 있는 조경계의 영웅이 필요한 시점이며, 한 영웅이 안 된다면 어벤져스처럼 뭉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경계 컨트롤타워에 대한 내용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2009년 12월 한국조경신문 논설에 의하면 “지금 한국 조경계에는 무엇보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할 때다. 서둘러 갖춰야 할 것은, 정책 사안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예측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일, 또 곳곳에 산재한 업무 담당자들을 파악하고 정책 협의를 진행하는 ‘상설기구’를 만드는 일. 그와 동시에 법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조경연합회의 구성’ 또는 ‘환경조경발전재단의 재정비’라는 두 가지 의견으로 구분될 수 있다.
2014년 12월 조경기술세미나에서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한국조경연합회’ 구성에 대한 내용이 거론됐다. 반면 6개 단체의 연합체인 환경조경발전재단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함께 개진돼 이슈가 되기도 했다. 라펜트 토론방에서는 “조경연합회가 공통된 목소리를 냄과 동시에 분쟁과 갈등을 조정하는 기구가 될 것”, “조경관련 단체는 뿔뿔이 흩어져 각개전투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금은 전투가 아니라 전쟁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 “조경의 권익을 되찾는 대승적 차원의 기구” 등 찬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러나 직면한 위기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로 힘이 모여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조경계의 고문들 또한 조경계의 가장 큰 취약점을 ‘분열’로 꼽았다.
양병이 (사)한국조경학회 고문은 “개개인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고 합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경이 침범당하고 있는 부분은 여러 영역에 걸쳐 있기 때문에 각 단체의 성격에 맞게 나름대로 본인들의 할 역할을 종합적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무관심하게 있다 보면 조경분야는 소리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종을 울렸다.
임승빈 (사)한국조경학회 고문은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라며 “지난 2년은 ‘잃어버린 2년’이다. 앞으로의 2년 또한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조경인들간의 의견을 모아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곧 단체장들이 바뀌는 시점이 오기에 새로운 구성원들이 이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규목 (사)한국조경학회 고문은 “조경학회가 무기력하니 발전재단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면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은 “조경분야 시스템이 무너졌다. 기존에서 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위기는 곧 기회이다. 앞으로의 40년을 내다보고, 우리의 전 세대들이 했던 것처럼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희망은 있다”고 전했다.
심우경 (사)한국전통조경학회 고문은 “작금의 위기는 1~2년, 한 두사람에 의해 발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경험과 경륜이 많은 원로들의 지혜를 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설민석 역사강사는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 세월간 약 1000번 정도의 외침을 받았다. 역사학자들은 한민족이 다른 민족에게 동화되거나 흡수되지 않았던 것은 ‘단결의 DNA때문’이라고 말한다. 평상시에는 분열되는듯 보이다가도 외침이 있으면 무섭게 단결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다”
- 글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
다른기사 보기
jj870904@nate.com
관련키워드l조경산업, 위기, 조경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