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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단상

Column

조경단상 1.

한그루의 나무를 만지며

신경준
(주)장원조경 대표이사

예전의 조경식재공사에 대해 생각해 보면 쓴웃음이 날 때가 많다. 1980년대만 해도 도면대로 심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준공검사를 나오는 공무원은 나무숫자를 세는 기계를 들고 나왔다. 현장은 도면에 있는 숫자만 맞으면 되었다. 또 나무를 심어 놓고 준공이 나고 나면 1년도 지나기 전에 대부분의 나무는 없어지고 그 땅은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니 하자에 대하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무를 다루는 기술자는 도처에 있으니 어떻게 하라고만 지시해 놓으면 조경소장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훌륭한 경관을 연출해 놓으니 도면은 참고사항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조경공사 금액이 커지고 외부환경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질 뿐 아니라 건설업에서 중요한 요소로 조경이 자리를 잡다보니 종사하는 사람으로 자부심도 느끼게 되고 책임감도 커지게 된다. 점점 사회는 합리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조경을 하면 많이 남는다. 조경수목 값은 고무줄이다.’라는 생각은 별반 바뀌지 않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탈피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비합리적인 요소가 제거될 때 진정한 발전이 되리라 생각한다. 모든 게 합리적으로 제도화되고 조경업이 여러 부문에서 발전해 가는 지금 무엇보다도 조경기능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공업계는 주 52시간 근무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대책을 갖고 있는 업체는 별반 없는 것 같다. 대졸 사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건설공종 중 마지막 공종으로 항상 공기에 쫓기는 조경식재공사가 주52시간 근무라는 법을 위배하지 않고 공사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조경공사를 하는 사람은 노동법을 위반하여 언제라도 잡혀갈 수 있는 범법자의 리스트에 올라서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해야하는지 모두가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주52시간 근무와 아울러 조경식재를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 근무인력의 노령화는 예전부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무도 어떻게 해보려는 움직임도 없다. ‘불이야!’라고 소리친다고 불은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걱정만하지 업계차원에서 대책을 준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현실. 모두들 ‘디자인이 어떻고, Concept이 어떻고, 어느 Project가 잘 되었고.’를 논하면서 그것을 구현할 사람들에 대하여 준비하지 않으면 업계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는 뻔하다. 외국에서 인력을 수입할 것을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하든지, 국내에서 기능인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를 본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예전에는 하자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으니 수목의 죽고 사는 것에 별반 준비가 필요 없었는데, 대형화, 고급화된 수목을 지하주차장 위에 식재하는 현실에서 수목의 하자에 관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고사하는 수목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자에 대한 명확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나무는 죽으면 시공업체가 하자기간 동안에 하자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하기 전에 생물이라는 것은 돌봐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죽는다는 것을 왜 국민들의 마음 속에 먼저 심어주는 운동을 전개하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무가 죽으면 하자를 하라고 사진을 첨부한 공문을 날리기 전에 가뭄이 오고 병충해가 와서 죽어가는 나무에 물이라도 한번 주고 약이라도 치는 등의 노력하지 않는 아파트 주민과 관리 사무소, 그렇게 하도록 제도화 하지 못한 조경계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하였을까?

나무가 죽는다는 것은 업자의 손실일 뿐 아니라 국가적인 손실이다. 이러한 손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하여 다른 사람 탓만 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즐기려고만 하는 사람은 천박한 졸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선진사회라는 것, 성숙된 시민이라는 것, 國格이 높아진다는 것은 모두가 잘못되어가는 광경이 벌어질 때 힘을 모아 바로잡는 사회적 분위기가 이루어질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름철 뙤약볕이 내리쬐어 숨쉬기도 힘들 때 축 늘어진 나뭇잎을 보고 저 나무도 얼마나 힘들까? 물을 주어야겠구나하는 마음이 저절로 우러날 때, 잘된 조경을 감상할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까?

조경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45여년이 지났다. 조경의 이념과 발전 등 이상적인 것에만 매달려 왔다. 앞으로는 조경시공이 어떻게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잘 그린 도면을 누가 구현하는지, 구현하는 사람의 실태가 어떠한지를 직시하고 준비해야만 조경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응용과학은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으면 생명력을 상실한다. 업계가 쇠퇴하면 조경학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업계는 일은 많은데 질식하겠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튀어 나온다. 이 모든 것이 나무를 가꾸는데 소홀히 하고, 기능인력에 대해 무관심하게 흘러온 결과가 아닐까? 우리는 시공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될 때다. 모든 것을 제도화하고 계약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나무를 한그루 만지는 사람이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또 다른 차원의 조경 발전이 아니겠는가? ♣

Column

조경단상 2.

조경, 한류를 꿈꾸다

이소향
데오스웍스 CEO

공기업(한국토지주택공사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에서 7년, 사단법인 한국조경사회에서 7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사기업에서 근무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참 운좋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때로는 부족함이 있을까 염려스럽기도하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휴게시설, 관리시설, 조형물 등의 조경시설물을 디자인, 제작, 설치하고 있다.
이제 3년차의 짧은 경험으로 시설물 회사의 입장에서 뭔가를 적으려하니 참 많이 고민스럽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그동안 느꼈던 나름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조경시설은 어렵지만 매력을 가진 분야이다.
조경 계획, 설계 단계에서 고민했던 공간은 식재, 시설물의 구현으로 구체화되고 조경시설물은 첨경물로서의 가치와 함께 이용자에게는 편안함을 안겨주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한다. 또한 시설물은 사람과 함께 할 때 살아있는 생명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살아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기획 단계부터 제품 제작, 설치 단계까지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진행하게 된다. 시설물 설치 후 현장을 방문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혹시 불편한 부분이 없을까 살피면서 다음에 보완할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이용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은 세월을 느끼게 하고 친근하다.

조경시설물은 크게 관급과 사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관급은 조달청과 단가 협의를 하고 나라장터에 등재 후 판매하는 제품으로 파고라, 벤치, 자전거보관대, 운동시설, 조합놀이대 등이다.
조달단가는 한번 책정되면 인건비, 자재비, 물류비 인상에 대한 고려가 없다. 오히려 재계약 진행시 1%라도 단가를 낮추려 하고 있다. 단가를 맞출 수 없을 경우 나라장터에서 제품을 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급은 관급 이외의 모든 제품을 말한다. 주로 기성품, 공모전, 디자인 지원 등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공모전은 공기업, 건설사 등 발주처에서 브랜드의 상징성 또는 각 현장의 아이덴티티를 창출하고자 진행한다. 조경공간 특화를 위해 티하우스(파고라와 카페의 개념이 접목된 조경시설)만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티하우스, 파고라, 버스쉘터, 쓰레기분리수거함, 자전거보관대, 등·평의자, 야외테이블 등 조경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공모전은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설치하기 위해 ‘공모’라는 공개된 방식으로 진행하므로 당선된 제품은 디자인 회사에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성품이나 디자인 지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디자인한 제품이 다른 시설물사에서 그대로 제작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권리를 찾고 싶지만 디자인 출원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여러 관계를 고려하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회사가 욕먹지 않도록 제대로 제작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제품개발을 위해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카피나 유사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제작, 납품하는 회사와는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다.
시설물 설치는 공종의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발주처와 계약을 맺은 종합건설업 또는 시설물설치공사업 시공사와 납품계약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 최저가 입찰로 인해 낙찰률이 점점 떨어지고 이는 시설물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입찰단가가 책정되고 낙찰되어 조경공사업과 조경시설물사가 상생하고 조경공사의 품질이 보장되었으면 한다.
조경공사가 착공되면 포장, 장비진입 문제, 전기 및 수도 등 선행공종과 많은 협의가 진행되어야 하고 현장방문을 통해 진행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공장에서는 미리 자재를 준비하고 제작일정을 체크해 납품 및 설치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하고 있다. 조경 소장이나 조경담당이 상주하는 현장의 경우 업무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만 토목담당이 조경업무까지 총괄하는 현장의 경우 조경은 뒤로 밀려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곧 제품 품질의 저하, 공기 차질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제작사가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되지만 궁극적인 피해는 이용자들의 몫일 것이다.
처음 조경설계를 하던 시절 아스팔트 슁글 지붕의 콘크리트 인조목 기둥 파고라, 현장에서 제작하는 단순한 등·평벤치, 미끄럼틀, 그네, 정글짐, 시소로 대표되던 휴게시설과 놀이시설을 접하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조경설계, 시공, 시설물 등에 종사하는 조경인들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선진사례지 답사’ 라는 명목으로 선진국을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40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한국조경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오히려 설계, 시공, 자재, 제품 등 분야가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조경은 건설업의 5대 건설업종 중의 하나로 분류되어 있고, 29개 전문건설업 업종 중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2개 공종이 있다. 건설 분야 전체 공사비 중 조경이 차지하는 공사비 비중은 작을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우리의 생활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1~2인 가구 증가, 이웃과 단절된 주거문화 등으로 조경공간은 생활 속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지만 조경의 각 분야가 상식의 범위 내에서 ‘조경’이라는 큰 이름아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아가 조경한류의 바람이 일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