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한국토지주택공사 전신인 대한주택공사)에서 7년, 사단법인 한국조경사회에서 7년을 근무하고, 지금은 사기업에서 근무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참 운좋게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때로는 부족함이 있을까 염려스럽기도하다.
현재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휴게시설, 관리시설, 조형물 등의 조경시설물을 디자인, 제작, 설치하고 있다.
이제 3년차의 짧은 경험으로 시설물 회사의 입장에서 뭔가를 적으려하니 참 많이 고민스럽고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서지만 그동안 느꼈던 나름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조경시설은 어렵지만 매력을 가진 분야이다.
조경 계획, 설계 단계에서 고민했던 공간은 식재, 시설물의 구현으로 구체화되고 조경시설물은 첨경물로서의 가치와 함께 이용자에게는 편안함을 안겨주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한다. 또한 시설물은 사람과 함께 할 때 살아있는 생명을 가지게 된다. 우리는 살아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 기획 단계부터 제품 제작, 설치 단계까지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진행하게 된다. 시설물 설치 후 현장을 방문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혹시 불편한 부분이 없을까 살피면서 다음에 보완할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피게 된다. 이용자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은 세월을 느끼게 하고 친근하다.
조경시설물은 크게 관급과 사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관급은 조달청과 단가 협의를 하고 나라장터에 등재 후 판매하는 제품으로 파고라, 벤치, 자전거보관대, 운동시설, 조합놀이대 등이다.
조달단가는 한번 책정되면 인건비, 자재비, 물류비 인상에 대한 고려가 없다. 오히려 재계약 진행시 1%라도 단가를 낮추려 하고 있다. 단가를 맞출 수 없을 경우 나라장터에서 제품을 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급은 관급 이외의 모든 제품을 말한다. 주로 기성품, 공모전, 디자인 지원 등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공모전은 공기업, 건설사 등 발주처에서 브랜드의 상징성 또는 각 현장의 아이덴티티를 창출하고자 진행한다. 조경공간 특화를 위해 티하우스(파고라와 카페의 개념이 접목된 조경시설)만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티하우스, 파고라, 버스쉘터, 쓰레기분리수거함, 자전거보관대, 등·평의자, 야외테이블 등 조경시설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공모전은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설치하기 위해 ‘공모’라는 공개된 방식으로 진행하므로 당선된 제품은 디자인 회사에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성품이나 디자인 지원의 경우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디자인한 제품이 다른 시설물사에서 그대로 제작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우리의 권리를 찾고 싶지만 디자인 출원된 제품이라 하더라도 여러 관계를 고려하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회사가 욕먹지 않도록 제대로 제작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하고 제품개발을 위해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카피나 유사 디자인 제품을 만들어 제작, 납품하는 회사와는 기본적으로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다.
시설물 설치는 공종의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발주처와 계약을 맺은 종합건설업 또는 시설물설치공사업 시공사와 납품계약을 통해 진행하게 된다. 최저가 입찰로 인해 낙찰률이 점점 떨어지고 이는 시설물사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입찰단가가 책정되고 낙찰되어 조경공사업과 조경시설물사가 상생하고 조경공사의 품질이 보장되었으면 한다.
조경공사가 착공되면 포장, 장비진입 문제, 전기 및 수도 등 선행공종과 많은 협의가 진행되어야 하고 현장방문을 통해 진행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공장에서는 미리 자재를 준비하고 제작일정을 체크해 납품 및 설치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하고 있다. 조경 소장이나 조경담당이 상주하는 현장의 경우 업무협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만 토목담당이 조경업무까지 총괄하는 현장의 경우 조경은 뒤로 밀려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곧 제품 품질의 저하, 공기 차질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제작사가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되지만 궁극적인 피해는 이용자들의 몫일 것이다.
처음 조경설계를 하던 시절 아스팔트 슁글 지붕의 콘크리트 인조목 기둥 파고라, 현장에서 제작하는 단순한 등·평벤치, 미끄럼틀, 그네, 정글짐, 시소로 대표되던 휴게시설과 놀이시설을 접하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다양한 소재를 적용한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조경설계, 시공, 시설물 등에 종사하는 조경인들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선진사례지 답사’ 라는 명목으로 선진국을 방문하곤 했다.
그러나 40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한국조경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오히려 설계, 시공, 자재, 제품 등 분야가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조경은 건설업의 5대 건설업종 중의 하나로 분류되어 있고, 29개 전문건설업 업종 중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조경식재공사업 2개 공종이 있다. 건설 분야 전체 공사비 중 조경이 차지하는 공사비 비중은 작을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황사 등으로 우리의 생활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1~2인 가구 증가, 이웃과 단절된 주거문화 등으로 조경공간은 생활 속에서 더욱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어렵고 힘든 부분이 많지만 조경의 각 분야가 상식의 범위 내에서 ‘조경’이라는 큰 이름아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나아가 조경한류의 바람이 일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