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장애 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령인구의 증가와 질 높은 삶에 대한 추구는 성장과 속도중심의 도시보다는 친환경적이고 인간중심적인 도시를 더욱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도시의 대안으로 요구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무장애 도시이다. 하지만 무장애 도시가 무엇인지, 무장애 도시의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직 정확하게 정립되지 못한 것이 또한 무장애 도시라는 개념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장애’라는 용어 때문에 막연히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또 다른 사람들은 무장애라는 용어와 무장벽이라는 용어를 병행하거나 혼돈해서 사용하고 있다. 과연 무장애 도시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왜 무장애 도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가?
무장애 운동의 시작과 의미
무장애 도시의 태동은 무장애 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장애 운동은 무장애 공간 만들기, 무장애 학교 만들기, 무장애 주거환경 만들기 등으로 발전하며, 무장애 도시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무장애의 개념은 Barrier Free라는 개념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Barrier Free를 문자 그대로 옮기면 ‘장벽이 없는’ 또는 ‘장애물이 없는’이라는 의미가 된다. 건축환경에서 이 용어는 ‘장애인과 노인등도 이용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accessible) 이라는 의미로 사용이 된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운동이라는 관점에서 사용이 될 때는 이 용어는 단순히 물리적 장벽이나 장애물이 없는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때의 장벽(Barrier)에는 물리적인 계단이나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 등만을 의미하지 않고 사회적 태도와 문화적 장벽 등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노인 등에 대해 갖게 되는 모든 편견과 거부, 의도적 배제, 제한과 같은 차별을 의미하게 된다. 따라서 무장애 운동은 단순히 물리적 장벽의 개선뿐 아니라 사회의 인식이나 차별도 함께 개선해 나가는 운동인 것이다. 현재 이 운동은 일본에서는 “복지마을만들기 운동”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무장애운동” 또는 “무장벽운동”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무장벽운동이 적절한가? 무장애운동이 적절한가? Barrier Free는 무장애로도 또는 무장벽으로도 번역이 가능하다. 다만, 무장애로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무장벽으로 사용할 것인가는 운동의 철학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소 선택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무장벽 운동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Barrier Free의 기본 취지가 사회적 장벽(사회의 태도나 물리적 장벽 등)을 제거하는 데 있으므로 그러한 취지를 살리자는 의도와 동시에 무장애라고 했을 때 우리는 또 다시 장애물의 제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셈이고, 이때 장애물의 “장애”와 장애인의 “장애”는 같은 개념으로 사용이 되어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의미를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반면에 무장애 운동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문제의 초점을 사회적 태도나 물리적 장벽 뿐 아니라 장애인 스스로 느끼는 삶의 질에 두고 있다. 즉, 단순히 장애물의 제거라는 의미에서의 “무장벽”이 아니라 ‘장벽을 제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이 장애를 느끼지 않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구분 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환경’이라는 의미로 무장애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장애인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인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요인이 아니라 사회의 태도나 물리적 장벽 그리고 이들로 인한 차별이라는 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다른 신체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회의 태도나 물리적 장벽으로 인한 차별이 없다면, 장애인은 장애인이 아니라는 인식이 무장애 운동이라는 용어 사용의 출발점인 것이다.
이러한 무장애 운동의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개념과 운동의 변화들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무장애도시는 바로 무장애 운동을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2) 배려에서 의무로
무장애 운동은 기존의 우리 사회의 구성원 및 사용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다수가 주류(mainstream)이며, 힘 있는 사람이 주류이고 이러한 주류 계층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디자인 되고 계획되었다. 그리고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이나 비주류 계층에 대해서는 배려라는 차원에서 디자인과 설계에 약간의 반영을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인권 운동이 활발해지고, 사회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장애인등 소외 계층이나 비주류 계층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진 자, 힘 있는 자로서의 배려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이 접근하고 이용하기 쉬운 건축 환경이나 도시환경의 계획과 디자인은 이제 장애인등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의 의무이며, 같은 사회구성원에 대한 당연한 도리인 것이다. 무장애도시 운동은 바로 이러한 배려에서 의무로 전환하는 운동이며, 장애인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운동이다.
3) 설치의 개념에서 제거의 개념으로
최근에 대두되는 무장애운동의 방향은 설치에서 제거로의 운동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무장애 운동이 편의시설 등 시설물의 설치와 접근할 수 있는 건축 환경의 조성 중심이었다면, 최근의 무장애 운동은 장벽들을 제거해 나간다는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유니버설 디자인운동과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즉, 기존의 편의시설 디자인 운동이 경사로를 설치하는 운동이었다면, 유니버설 디자인은 불필요한 계단을 제거하는 운동이며, 최근의 무장애 운동 역시 이러한 불필요한 시설들을 제거함으로써 그 공간 안에서는 어느 구성원이든 장애를 느끼지 않고 생활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배융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정책실장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