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사계_현장의 봄, 세 번째 이야기

계간 조경생태시공 2007년 6월 34호|조경생태시공

 

소량다품종으로 한 철 장사를 한다
하루는 금융계통에서 일하는 고교동창이랑 두서없이 대화를 하다가 귀가 번쩍 뜨이는 경구 한마디를 들었다. “너네처럼 땅 파는 노가다나 물건 만드는 공돌이들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부자인 이유를 아느뇨?” “그런 게 어딨냐. 열심히 일하면 그게 부자가 되는 길이지.” “그러니까 노가다밖에 못하지. 생각해봐라, 너네는 비와서 공치면 그날은 돈 못 벌지? 하지만 평소 일 안하는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도 이자는 계속 불어난다는 사실. 당신이 잠든 시간에도 이자는 불어난다니까.”

토목·건축·기계설비·전기·조경공사가 전부 포함된 대형공사의 도급내역서를 살펴보면 유난히 토목공사의 내역서 부피가 작은 편이다. 공사비는 많은 편인데 도면 부피도 다른 공종보단 단순소박하고 엉성한 듯 보인다. 토목은 대량소품종이고, 건축은 대량다품종이 특징이다. 차량이 적은 주말, 간선도로변에 레미콘 트럭이 줄지어 서있다면 분명 중요 구조물의 콘크리트 타설이 있는 날일 것이다. 100대면 최소한 600㎥이고, 두께 20㎝ 구조물을 면적 3,000㎡만큼 연속 타설하는 양이다. 콘크리트 펌프카와 바이브레이터를 동원하여 숙련된 콘크리트공 여럿이서 기계적으로 직선으로만 이뤄진 구조물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시공만 하면 된다. 이렇듯 토목이나 건축 공사는 대량 시공으로 최소한의 시공단가로도 배겨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편이다. 일의 성격도 정형화된 도면에 따라 수평·수직만 맞으면 일 잘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 조경공사의 업무영역은 확대되고 있는 편이다. 건축물 외벽에서부터 간선도로 보차도 경계석까지의 모든 공간을 다 맡아야 한다. 그 결과 소량다품종이라는 부담스러운 특성이 더 심화되었다. 웬만한 조경구조물은 건축공사만큼 공정관리가 어려워졌고. 현장은 넓어져서 광파기 측량은 당연히 해야 했고, 뒤늦게 들어간 현장에서 분수대까지 급수라인을 연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다. 작업 공간이 부정형으로 생기다보니까 조경시설물이나 구조물도 당연히 비규격화되기 마련이고 조형성을 강조하는 조경구조물은 비대칭이나 곡선으로 디자인되는 게 당연하게 받아 들여졌다. 문제는 그만큼 더 어려운 공사를 하는데도 시공단가는 더 받지 못한다는 데 숨어 있다. 대부분의 조경공사 단가는 건축이나 토목 기술직이 최종 검토하기 마련인데, 조경구조물은 구조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고 치장하는 역할만 하니까 가장 싼 단가를 적용해도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본 원고는 요약문입니다)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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