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현장일지
이해가 안 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된다. 연내에 마무리해야하는 현장인데도 12월이 되면 모든 의사 결정이 도리어 연기되곤 한다. 공법이나 자재 선정이 늦어져서 포근한 초겨울에는 일을 하지 못하다가 강추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야 비로소 번갯불에 콩 굽듯이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다. 지하구조물에 대한 사전 조사와 검토가 부실해서 일단 일을 시작해놓고 나서 하나하나 현장조건에 맞게 변경해가며 일을 진행하다보니 연말이 다가와 준공을 해야 할 시점이 턱밑까지 닥쳐야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그 다음엔 무조건 삽과 망치를 든 사람들의 몫이다. 추위와 찬바람을 이겨내고 보양을 해가며 열풍기를 동원하여 습식공사를 최대한 건식공법으로 바꿔가며 마감공사에 박차를 가한다.
연내 준공하는 모든 현장에서 해마다 그러고 있는 듯하다. 첫 추위에 표토가 꽁꽁 얼어버리면 마음까지 얼어붙는다. 현장생활이 지긋지긋해진다. 실내에서 일하는 다른 공종 직원들은 난로라도 때어가며 따뜻하게 일하는데 비해, 찬바람과 살얼음이 가득한 조경현장을 바라만 봐도 머 이런 직업을 가졌나 싶다. 한 며칠 심란해 있다가도 한낮의 햇살에 땅이 좀 녹을라치면 인부 아저씨들을 격려해 얼른 준공하자고 독려하게 된다. 그러나 잔디를 깔려고 하면 꼭 눈이 내리고, 지주목을 설치하려 하면 땅이 꽁꽁 얼어 버린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후배 녀석이 때려 치겠다고 전화하고 고향집으로 내려가 버렸다. 감독이 온다고 해서 급히 이웃 현장으로 가느라 급하게 해야 할 일을 조금 시켰더니 그게 부담스러웠는지, 저녁때 전화가 와서는 “이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라며 그만 두겠다는 것이다. 자기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는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었을까? 요새 애들은 왜 이리 배포가 작을까? 조경 분야에서 시공 현장이 거칠고 힘만 들것 같아도 섬세하게 접근해야하고 과정은 힘들어도 준공하고 나면 성취감에 자부심이 넘치게 되는 곳인데도, 꾸짖음 한마디에 자존심을 다쳐서 떠나버리고 나면 누가 공사현장을 꾸려나가려는지 걱정된다.
<본 원고는 요약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