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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이제 다 갔지만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했고 기억 속에도 5월은 화사하고 희망을 예감하는 기대감이 있는 달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싱그러운 5월에, 가슴이 답답하고 |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세계적으로 경기불황에 자연재해와 소리 없는 전쟁에 그리고 국내적으로 전세난, 교육문제, 극도의 외형주의로 인한 폐해들, 가정파탄, 이어지는 사건사고들...... 건설업 전반에도 온통 문제들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별로 희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고, 많은 업체들이 물량부족과 채산성 악화로 고난 중에 있거나 거의 빈사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소통과 상생, 말들은 많은데 되는 건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 조경분야도 아직까진 조금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설계물량이 현격히 줄고 있고 건축 토목과의 시차를 감안할 때 실제로는 앞으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고통은 좀 더 오래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RED OCEAN’이 아닌 내가 남보다 강점을 가진 ‘BLUE OCEAN’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분야에서 남보다 더 많은 연구와 개발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기술과 공법부문이 많은 발전을 할수록 입지는 견고해지고, 불황의 파고를 여유롭게 넘을 수가 있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하는데 위기의 파도가 지나야 기회의 파도가 오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 파도가 바로 기회의 파도인 것이다. 모두가 남들이 하는데 뛰어들어 기존의 파이(Pie)를 나누는 것이 아닌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각자가 경쟁력을 갖추고 하나로 모이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조경 분야의 현안 문제인 조경법, 직제, 면허, 업역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도 어렵게 보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당 앞으로 진척되는 방향으로 내버려둬도 잘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만 있다면 모르겠지만 항상 인접분야가 있고 경쟁상대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구나 기존의 관조직 어디하나 우리가 하소연하고 우리를 대변해 줄 곳 없는 현 상황에서는 녹록하지 않다.
문제는 우리에게 있다.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합력하여 대응해 나가면 그나마 가능성이 조금씩 늘어날 것이고 남의 일이라 여기며 뒷전에서 방관하다 나중에 무임편승 한다고 생각하면 결코 넘을 수 없는 산이 될 것이다.
조경은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따라서 생명과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가 따라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불어넣는 정성과 혼이 깃들여져야 한다. 큰 스케일에서 작은 스케일까지 큰 개념에서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한 노력과 필연적 논리가 배어있어야 한다.
위기에 대한 대응도 이와 같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배려, 정성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보이지 않는 유대감과 공감대를 이루고 확산시켜 모두가 동참하면 능히 극복해 낼 것으로 본다.
한쪽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정적이고 암울하고 이제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 같은 상황이지만 긍정적이고 화사하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 같은 상황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차피 우리가 하는 일이 회색의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죽은 공간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산 공간 아름다운 ‘녹(綠)’으로 둘러싸인 생명으로 넘치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아닌가?
경쟁을 하되 서로를 해치는 공멸의 경쟁이 아닌 서로 ‘WIN-WIN’ 하는 상생의 경쟁을 통해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야 하겠다. 먼저 욕심을 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감사하는 마음은 모든 불평과 불만을 잠재우는 능력이 있다.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감동을 서로 많이 주고 받고 느꼈으면 좋겠다.
잠깐 눈을 돌려 밖을 본다. 고즈넉한 창덕궁 지붕 언저리에 우거진 녹음들이 넘실 넘실 바람에 춤을 춘다. 생명이 춤을 추고 있다. 오랜 풍상을 견뎌온 역사 속에 어찌 순탄한 날들만 있었으랴? 고비고비마다 셀수 없는 많은 사연과 험난한 발자취로 점철되어 있을 터인데 그런대로 역사의 깊은 느낌을 간직한 채 처연히 서 있는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도 얼마 후엔 역사의 한 페이지 속에 추억으로 기억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처럼, 수백년 풍파의 역사를 품은 고목과 같이 더 무성한 숲을 만들기 위하여 오늘의 고통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그렇게 역사는 흘러가리라.
이제 더 강렬한 이미지의 6월이다. 좀 더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살아야겠다.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이미 반 이상 이루어졌음을 확인하는, 역사와 함께 물결 치는 6월을 힘차게 맞이하자.
글:고영창 현대건설 부장(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상임이사)
※본 기고는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회장 임승빈)에서 매 월마다 발행하는 소식지(뉴스레터)에 게재된 '그린한마당'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는 다양한 조경 및 인공지반녹화에 대한 정보를 최근 개편된 홈페이지와 소식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사)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 홈페이지(www.ecoearth.or.kr)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창덕궁에 있는 수령 750년의 향나무-천연기념물 194호(사진:나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