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여행 패러다임 바꿀 ‘해파랑길 프로젝트’

[인터뷰]최정윤 (주)UDI도시디자인그룹 대표이사
라펜트l기사입력2011-06-25

 




강원도 고성부터 부산광역시 688km, 해안선을 따라 초광역 탐방로가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가장 긴 탐방로다. 그 이름은 해파랑길.

 

18개 기초자치 시··구를 아우르며 조성되는 해파랑길은 국내 최장거리라는 점 때문에 그것이 상징하는 무게감도 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구간에 대한브랜드 아이덴티티 및 환경특화디자인을 생성한다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문광부는 해파랑 길의 통합이미지 구축을 통해 동해안을 국제적 해안보도로 관광명소화 시키고자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지역이나 신도시, 그리고 공원과 일정규모의 가로에서 통합디자인 구축을 위한 정부와 지체체의 움직임이 새롭게 부각되는 가운데, 초광역 탐방로라는 해파랑길의 환경특화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다.

 

라펜트는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국제 교류의 길’, 해파랑 길 통합디자인을 수행했던 ()유디아이도시디자인그룹의 최정윤 대표이사를 만나,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환경특화디자인의 실제를 듣고 왔다.

 

통합디자인의 범주에서 각 지역의 정체성은 어떠한 형태로 적용시키고자 하였나?

 

해파랑길이란 해와 파도와 같이 걸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파랑길이란 네미밍과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한 동해안 고유의 전체이미지를 하나로 묶어 상징심벌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먼저 시각적 요소로서 해파랑길 전체를 아우르는 이미지를 구성하였고, 뜨는 해의 모습을 모티브로 한 각종 시설물의 형태구성과 세부적인 안내체계를 순차적으로 개발했습니다. 해시계조형물을 1km마다 설치해 688km의 해파랑길을 연속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통합디자인체계도 마련했습니다. 

통합적 디자인체계 아래, 26개의 거점마을 속 장거리 탐방로에는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마련하고자 했으며, 기능적으로도 편리한 걷기환경을 제공하고자 안배했습니다. 보행자가 하루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인 25km 기준으로 지역마다 각각의 마을계획을 수립한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지역자원을 발굴하자는 것이 마을선정의 기본배경에서 가장 중요시 되었습니다. 각각의 마을 만들기를 통해 탐방객에게는 해파랑길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지역에는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것입니다.

 

해파랑길의 거점마을은 각 마을마다의 지역유래와 문화·축제 등의 현황을 분석하여 마을의 테마를 선정하였고, 그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과 공간환경 여건을 최대한 활용하여 마을마다 특화된 디자인과 콘텐츠를 구상하였습니다.

 

탐방객이 자연스럽게 해파랑길을 즐기며, 마을의 색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각 지역마다 설정된 거점마을들은 해파랑길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통합적 형태의 안내시설디자인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그 속에서 지역과 마을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독창적인 디자인과 아이템도 제시하였습니다. 일출이 아름다운 조용한 어촌마을인 울산 평동마을, 관동팔경 중 하나인 망양정의 본래 터가 있었던 울진 망양2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좌측부터 해파랑길 심볼, 방향안내마크

 

초광역 탐방로다 보니, 리서치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지 않았는지?

688km의 장거리 탐방로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역여건에 맞지 않는 계획이 발생된다거나, 한 공간에 대한 중복된 계획이 수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각 구간별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학생 탐사대를 운영한 것 또한 그 같은 노력 중 하나입니다. 여러 가지 조사방법을 통해서 노선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파악, 가치있는 숨은 자원의 발굴, 지역민들이 직접 전해주는 해파랑길에 대한 생각들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해파랑길은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탐방로이다보니 특별한 장소들도 많습니다.

 

특히 강원지역과 경북지역의 경계를 이루는 고포마을이라는 곳이 기억에 남는데, 한마을에서 하나의 골목을 기준으로 울진군의나곡6리 마을회관’, 삼척시의월천2리 마을회관으로 2개의 마을회관을 가지고 있었고, 주소현판 또한고포길고포월천길이라는 이름으로 2개의 현판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2개의 지역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흥겹게 풍악을 즐기는 포항시의 우목리 주민들의 모습은 참으로 정겨웠습니다. 그 외에 해안마을 각각의 어업풍경들과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풍어제, 지역마다 조금씩은 다른 동해바다의 빛깔들은, 해파랑길을 따라 걸으며 접해볼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해파랑길 프로젝트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여름철 휴양지로서 동해안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장소입니다. 그러나 여름을 제외한 다른 계절에는 특별한 매력을 찾을 수 없는 장소로 여겨지는 경향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위 말하는 바가지 요금도 발생하게 되고, 이용자 또한 잠시 스쳐가는 장소라는 의식 때문에 동해안의 깊이있는 매력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해파랑길 프로젝트는 이러한 점들을 모두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작업입니다. 관광의 목적이 여름철 해안을 방문하는 목적에서 사시사철 길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바뀜으로써 계절에 따라 즐기는 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지역마다 숨어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찾고 즐기는 즐거움으로 동해안 여행의 형태자체가 탈바꿈 될 것입니다.

 

지역마다의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함으로써 해파랑길에 속하는 지역이 전체적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여건까지 마련될 전망입니다.

 

동해안은 울릉도, 독도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영토자원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파랑길은 국내 최장탐방로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적인 명소로서의 탐방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희망과 떠오르는 해의 이미지를 상징심벌에 담아 국토의 해안선을 따라 걷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가하였고, 신라화랑의 기운이 흐르는 해파랑길을 통해 대한민국의 영토, 대한민국의 바닷길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켰습니다. 국제적인 길의 아이콘으로서 그 의미를 높여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번 해파랑길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까지 뻗어나가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당당한 걸음으로서 의미있는 사업이라는 생각입니다.



가로 시설물 디자인(벤치, 자전거보관소)

안내 시설물 디자인(종합안내판, 표식패널)
 

그 밖에 전하고 싶은 말은?

해파랑길에는 국내최장거리 탐방로라는 수식에 걸맞게 다양한 모습들 가지고 있습니다. 조사중 안타까웠던 점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아름다운 길의 모습을 가진 곳과는 반대로 지역 관광상품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자연경관과 생활환경을 배려하지 않은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는 것입니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동해안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유지·보존하는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해파랑길을 만들어 간다면 더욱 가치있는 프로젝트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688km의 동해안길에는 바다를 눈앞에 두고 그 파도소리와 바람을 느끼며 걸어간다는 매력이 있지만, 분단국가의 상징인 초소들과 군부대들이 곳곳에 있어 평화로운 바다와 상충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군사시설의 특성상 길을 통한 접근이 어려운 장소들도 있어 연속성 측면에서 조사가 더 필요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부산 오륙도 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초장거리 길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부분적으로 단절의 우려가 있는 길에 대해서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생활여건이 개선되면서 걷기에 대한 욕구가 여러 탐방로들이 지역 곳곳에 생겨났고 또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탐방로만을 위한 탐방로가 만들어짐으로써 걷는사람은 없고 길만 남게되는 일도 발생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해파랑길을 이용하는 탐방객이 보다 수준높은 시민의식으로 자발적으로 시설을 보호하고 자연환경을 유지·보존하는 것과 더불어 지자체는 이를 뒷받침하는 관리정책을 규정하여 지속적으로 좋은 환경의 해파랑길이 이용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랜시간 걷고 또 걸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길처럼 해파랑길 또한 일시적인 욕구와 수요에 의한 길이 아닌 오랜시간동안 사람들의 발자국을 천천히 남기며 수십년, 수백년이 지날수록 그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거점마을 공간 디자인(양양 동산리 알록달록 색채 마을,영덕 축산마을 등대 고갯길 야간 경관)

 
울산 장생포 이야기가 있는 고래마을, 울산 주전마을 몽동자갈길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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