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5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한국건축가협회와 연세대학교가 주최하며 한솔건설, 일송건축, 갤러리 현대, 가나아트 갤러리가 후원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의 초청강연회가 있었다. 이 강연회에는 문화계 인사들과 일반인, 학생 등이 9백여석을 꽉 채우고 계단과 통로까지 메우는 진풍경이 벌어져 그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였다. 이날 강연회에서 안도 타다오는 ‘Making Dreams Ⅱ’라는 주제로 강연하였는데, 서울의 청계천을 다녀와서 “복개되어 도로로 이용되던 하천을 복원하였다는 것이 21세기는 사람들의 세기라는 관점에서 놀랄만한 것이라 생각하며, 지구의 커다란 재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히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일본의 니혼바시라는 고속도로를 철거하고 하천으로 복원하자는 의견이 40여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어려울 것이며, 압도적인 리더가 없이는 이러한 일을 할 수 없다는 시기적으로 조금은 민감한 발언으로 잠시 강연장이 정숙해지기도 하였지만, 안도 타다오 특유의 유머러스한 강연으로 이내 장내분위기가 밝아지기도 하였다.
오사카에서의 첫 프로젝트 이후에, 록고주택 Ⅰ, Ⅱ, Ⅲ, 나오시마섬의 지중미술관 등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죽는 날까지 꿈을 가져라”, “젊은 사람들이여, 선택의 기로에서 더 어려운 것을 택하라”, “목표와 꿈이 있기에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청춘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있다. 청춘을 향해 달려라!”, “일이라는 것은 상상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꿈을 버리는 순간이 청춘이 끝나는 순간이다. 더 이상 꿈을 가질 수 없을 때 은퇴하겠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앞을 보고 달려라” 등 자신의 인생철학·건축철학에 대해 얘기했다. 현재 도쿄 앞바다에 숲을 조성해 1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종합운동장을 짓는 ‘바다의 숲’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그는 “아일랜드 그룹 U2의 보노와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전 세계를 돌며 바다의 숲 프로젝트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 중”이라고 말하고, 한국의 여러분들이 기부한 만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의 돈으로 일본에 자신의 숲을 갖게 된다는 생각을 해보라며, “지구를 파괴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지구를 지키는 것 역시 인간이라 생각한다. 건축을 하는 사람은 환경의 중요함을 생각해야 할 것이며, 지구의 여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로 이날 강연을 마쳤다.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40여년의 건축 인생에서 자신의 신념과 건축,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마치 어린 후배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듯 재미있게 때로는 강렬하게 자신의 신념을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사전에 인터넷으로 지정좌석의 입장권판매를 하였으나 예정된 인원보다 초과로, 계단과 통로까지 사람들로 들어찰 만큼 사람들을 입장시켜 행사가 지연되거나, 1시간여의 짧은 강연시간, 그리고 마지막 바다의 숲의 모금과 강연 후의 팬사인회에서 현장에서 판매된 책자로 한정된 점 등, 그 의도와는 다르게 조금은 상업적으로 비춰지는 듯한 모습이 아쉬움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