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낭족 위한 ‘디자인유랑’펴낸 윤호준 작가

조경·건축·도시답사기, 700장 사례사진 볼거리 풍성
라펜트l기사입력2012-05-03

 



윤호준 작가


공간을 만드는 조경가에게 많은 장소를 둘러보고 장소와의 교감을 나누는 것은 요구되는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새로운 공간을 만나며, 느끼는 감흥도 조경가이기에 조금 더 특별할 수 있다.  

여기 20대부터 배낭을 메고 세계 곳곳의 조경공간을 유랑한 젊은 조경인 있다. 그리고 93일간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책 속에는 조경과 건축, 도시디자인적 시각과 매칭되는 작가의 경험이 실려있다.

"공부를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학생에게 해외 배낭여행은 적지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최소화 시키기위해, 또 조경전공자 시선에서 볼 수 있었던 여행팁을 공유하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 
 
라펜트는 최근‘조경·건축·도시답사기, 디자인유랑 in Europe’을 펴낸 윤호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이번에 출간한 책에 대한 소개?

 

디자인유랑 in Europe’은 지난 2005, 2006년에 걸쳐 93일간 유럽대륙을 누비며 기록한 일기와 사진을 바탕으로 집필된 조경건축도시답사기이다. 이 책에 소개된 서른 두 곳의 사례지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장소가 많았지만, 한정된 지면 탓에 꼭 둘러볼만한 곳을 추리고 선별하여 대륙별로 한대 묶은 디자인유랑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중점 둔 사항은 제한된 시간과 경비 안에서 답사해야 하는 이들이 익혀두면 도움 될 만한 배경지식과 몇 가지 여행의 팁을 장소마다 기록해두었고, 보다 원활한 접근을 위해 장소별 또는 도시별 지도를 제작하여 첨부하였다.

또한 다채로운 풍경과 이용자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 700여장을 하나로 묶어 책으로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생동감 넘치는 간접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하였다.

 

디자인유랑 in Europe’을 출판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인터넷문화와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 된 오늘날에야 방문하고자 하는 장소의 위치나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내가 배낭여행을 처음으로 계획했던 2005년만 하더라도 이는 몹시 어렵고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여정을 준비하던 당시를 돌이켜보면 상대적으로 수학과정이 짧았던 본인에게는 배낭여행기간 동안 관련 사례지를 둘러보는 것조차 힘들었고, 설령 그 장소를 찾아간다 해도 한정된 시간과 부족한 배경지식 탓에 효율적으로 답사하지 못하고 돌아왔던 기억이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시중에 나온 몇몇의 건축서적을 제하고 나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연출되는 조경·건축·도시공간을 소개한 디자인서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소개된 서적이 있더라도 다수가 값비싼 외국 서적이기에 배낭여행객들의 주머니사정으로는 구매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리하여 수 차례의 경관답사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나와 유사한 여정을 준비하는 조경학도나 사회초년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주고 그들에게 내가 범한 실수를 대물림 않기 위해서 집필이라는 무모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디자인유랑이라는 책제목이 흥미롭다. 속편도 나오는 건가?

 

이 책의 제목을디자인유랑으로 결정한 몇 가지 연유 중 첫째는 본문에 소개되는 서른 두 곳의 장소를 계획하고 설계한 디자이너가 아닌, 각 공간을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이용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장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삶의 흔적을 더듬고 역사를 되새길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한정된 시간과 경비 안에서 여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배낭여행의 특성상 조금은 가볍고 여유롭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유랑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조경건축도시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가문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공원이나 광장 및 공공건축물에 관심 있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디자인유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7년간 누볐던 장소 가운데조경학도로서 꼭 둘러볼만한 사례지를 한데 모아 한 권으로 구성하려 했다.

하지만, 100여 개가 넘는 장소들을 한정된 페이지에 담으려다 보니 시중에 소개되고 있는 여느 관광책자처럼 단순히 정보만을 나열하게 되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사진들을 독자들에게 소상히 전달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각 장소가 지닌 고유한 풍경과 이용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추리고 선별하여 대륙별로 약 30여 장소를 모아 총 3권으로 나누어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

 

유럽에 지내면서 책에 실린 장소보다 많은 곳들을 다녔으리라 생각되는데 책에 담긴 공간들이 선택된 이유는 따로 있는지?

 

지난 경관답사들을 통해 내가 경험한 수많은 장소가운데서 서른 두 곳을 선별하기란 무척이나 힘들고 고된 작업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와 규모의 사례지를 둘러보며 많은 경험을 쌓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한 분야에 치우쳐 소개하기 보다는 한 가정의 안뜰을 가꾸는 소정원부터 공간을 보다 섬세하게 다루는 건축물, 그리고 도시의 경관이나 생태를 아우르는 대규모 주택단지까지 배낭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다채로운 공간을 두루 경험하고 섭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양한 목적과 규모를 가진 공간들로 구성하게 되었다.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사건이 있었는지?

 

7년에 걸쳐 기록한 일기장과 사진들이 한편의 이야기로 들려줄 만큼 누적된 지금이야 술 한잔 나누며 추억을 곱씹는 얘깃거리가 되었지만, 커다란 배낭 하나 짊어지고 타지를 누비던 당시에는 무척이나 고생스러웠고 웃지 못할 사건이 비일비재했다.

그 몇 가지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금전적인 부분으로, 아마도 배낭여행을 즐기고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공감할 고민거리 일 것이다.


다시 배낭여행을 하라고 한다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탓에 예산을 효율적으로 계획하여 지출할 수 있지만, 첫 여정 때만 하더라도 부족한 경험 때문에 무조건적인 절약습관으로 일정을 보내야만 했다

일례로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기차역이나 공항에서의 밤새기는 다반사였고, 이 과정에서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던 빵과 음료를 받았던 웃지못할 헤프닝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사건은 도난사고였다. 유럽으로의 첫 배낭여행을 무사히 마쳤기에 다음 여정을 너무 안일한 마음으로 임했던 탓일까? 53일간의 일정이 끝나갈 무렵,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카메라 가방을 도난 당하고 말았다.

야간열차에서의 피곤함과 이른 아침이라는 이유로 잠시나마 방심했던 나의 과오를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카메라와 여권을 비롯하여 그 동안 기록해온 일기장과 사진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당시에는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그러나 그간 준비해온 답사노트와 동행한 후배의 도움으로 새롭게 일기장을 복원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이 책을 무리없이 집필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쪼록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앞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모든 분들은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기를 바란다.

 

학생시절부터 준비했던 책이라고 알고 있다.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사실 학생시절부터 이 모든 과정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첫 배낭여행을 시작한 2005년을 기점으로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국내로 혹은 해외로 경관답사를 계획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과 사진들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큰 문제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내가 방문하려는 장소에 대한 정보수집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당시 조경이라는 학문을 수학한지 2년이 채 안된 본인이 습득한 배경지식이라고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고, 상세한 정보가 담긴 값비싼 외국서적을 구입한다는 것은 당시 학생이었던 내게그림의 떡이었다.

그리하여 배낭여행의 큰 얼개만 계획하고 학과 교수님께, 그리고 나보다 먼저 경험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나섰다. 아마 교수님들의 서고를 비롯하여 대학원 연구실에서 빌려본 책만하더라도 족히 100권은 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자료를 검색해야 하다 보니 나중에는 장소를 불문하고 내가 찾아가는 도시의 이름만 보이면 스크랩을 해두었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루트를 보완하기 시작했고, 이 수정안으로 교수님과의 몇 차례 피드백과정을 통해 나만의 루트를 완성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에서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 막무가내로 찾아간 교수님들에게 나는 아마도 무척이나 귀찮은 존재였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까?

 

조경을 비롯하여 건축, 도시분야에서 오랫동안 몸담고 학문을 수행해온 분들에게 이는 어쩌면 보잘것없는 종이뭉치 정도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유사한 여정을 계획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이 책에 수록된 내용을 참고 삼아 준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 사료된다.

다만, 나의 짧은 지식과 부족한 견해로 인해 잘못된 정보가 기재되었을 수도 있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기를 바란다.

 

조경가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가?

 

일반적으로 많은 이들이 느끼고 또 생각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여행은삶에 대한 재충전이자휴식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조경가로 떠나는 여행에서 내가 지니고 있는 뚜렷한 목표의식은 공간에 대한, 그리고 이용자에 대한 관찰인듯하다.

하물며 우리 내 작은 텃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는 굴곡진 산지부터 평평한 초원과 굽이쳐 흐르는 하천까지, 그들만의 고유한 기억이 내재하고 있다.

게다가 각기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지닌 행태를 이러한 공간에서 관찰한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물론 종종 예측할 수 없는 장면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찰하려는 본인의 여행은 무척이나 즐겁고 또 흥미로운 취미생활이다.

 

여행’, ‘사진그리고조경을 하나로 묶어낸 책이라고 보여진다. 이들 셋의 공통 분모는?

 

여행과 사진, 그리고 조경이라는 단어를 표면적으로 바라본다면 아마도 나에게 공통 분모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만잘 가꾸어진 조경공간을 여행하며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관점으로 시선을 돌린다면, 이 세가지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다. 그래도 굳이 이 단어들에서 공통 분모를 찾는다면 이 모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고 가장 즐겨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디자인유랑의 유럽편을 시작으로 앞으로 출간될 아시아와 북미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난 뒤, 어쩌면 이를 마지막으로 집필이라는 값진 추억을 더 이상 경험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연출되는 경관의 특성상, 지면에 소개된 모습만으로 각 장소들의 풍경을 한정 짓기는 불가하기에 시간이 허락하는 범주 안에서 미래의 풍성해질 모습을 꾸준히 담으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그리고 또한 십 수년 혹은 수십 년이 흐른 후, 나에게 이와 같은 기회가 다시금 찾아온다면 지금보다 더 알차고 값진 정보가 담긴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여행은 늘 돌아오기 위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사진은 되돌아보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어느 사진가의 이야기처럼, 이 책을 통해 이미 경험한 사람들은 아련한 추억을, 새롭게 준비하는 이들은 즐거운 설렘을 느껴보길 바란다.

그리고 더하기를 너무 늦지 않는 시일에 이보다 더 유익하고 재미가 겸비된 안내서가 출간되어 디자인유랑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에게 든든한 나침반이 되길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을 마무리하기까지 많은 도움과 이해, 우정과 지지를 보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며,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이 책을 선사하고자 한다.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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