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크우드-심우경 교수

커크우드교수, "고려대는 국제적 교류와 변화의 중심에 선 학교"
라펜트l기사입력2010-03-25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하버드 GSD대학(Gradudate School of Design)의 13대 학과장을 역임한 니얼 커크우드 교수(Niall G. Kirkwood)가 고려대의 ‘세계석학교수 초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 학기 동안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석학이 국내 대학에 오랜기간 체류하며, 한국 조경과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은 국내 조경 분야에 있어 커다란 이슈거리임이 분명하다.
2003년 심우경 교수(고려대)의 제안으로 국제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과 첫 인연을 맺은 커크우드 교수는 이후 한국의 아름다움, 문화적 관습을 통해 전통을 이어오는 모습, 사찰 등에 비춰진 자연과의 친밀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동시에 작은 나라임에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온 점, 이 둘이 균형을 맞춰왔다는 점 역시 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주말마다 등산을 가고 “기공훈련”을 통해 동양의 문화를 익힌다는 하버드대의 커크우드 교수와 한복을 입고 하버드대학 강단에서 한국의 국제화에 앞장선 심우경 교수. 세계 속 한국조경과 한국조경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두 학자를 만나보았다.

▲ 커크우드 교수와 심우경 교수

한국 조경에 대한 인상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한국의 경관은 상당히 다양하다. 사찰, 정원, 공원, 자연을 대표하는 산, 강, 호수 등의 한국적 경관과 전통조경은 내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반면에 ‘한국의’ 현대조경을 좇고 있는 본인에게 서구적 경향을 좇고 있는 한국의 현대조경은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전통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현대 조경작품을 찾지 못해 아쉬움도 크다.

미국의 조경분야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미국의 조경은 현재 과도기를 맞고 있다. 향후 20년 동안에는 단순히 하나의 분야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론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연결된 이론과 분야가 큰 흐름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조경분야는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땅을 보존하고 보호하려하는 그룹이 첫 번째이고, 대도시를 살만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옴스테드의 이론 중 하나인-로 만들려고 하는 두 번째 그룹이다. 이 그룹은 소위 브라운필드(공장이전지대, 군부대이전지대)를 재생시키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
세 번째 그룹에서는 조경이 예술이나 형태가 아닌 과정(Process)라고 말한다. 이들은 물의 흐름, 빗물의 물빠짐, 습지,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 사람의 움직임 등 자연의 과정을 인식하고 입증해 나가는 그룹이라 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조경은 예술이라고 일컫는 그룹이고, 마지막은 다학제간 보다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그룹으로 유형화 시킬 수 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 모두가 환경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고,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조경분야는 점차 중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5년간 조경은 두드러지게 디자인 산업에 있어 중요분야가 되기도 했다.
이제 조경가는 국토를 재디자인하기 위한 다분야간 교류 속에서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국토건설에 있어 조경이 메인 디자인이자 리더로서 참여하는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젊은 조경가들을 중심으로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경은 생태학자, 개인 및 공공의 건강, 건강한 커뮤니티, 지속가능한 도시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궁극적으로 '건강한 자연'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Involving”이야 말로 점차 성장하고 이론이라고 여겨진다. 이것이 커다란 밑그림이다.

사실 커크우드 교수는 전문원예가와 전문정원가로 활동한 두 조부의 영향을 받아 조경에 대한 관심을 어린 시절부터 키워왔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면서 예술, 인류, 영어, 사회과학, 과학 등 다분야의 학문을 공부했고 조경은 그런 그의 학문적 성향과 많이 닮아있었다. 

대표 프로젝트를 말한다면
조경 프로세스에 관련된 나의 대부분의 연구는 조경을 통해 브라운필드를 치료하고 재생하는 작업들이었다. 식재를 활용해 토양을 정화하고, 또 이런 디자인 계획을 통해 공간 디자인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들이었다. 그와같은 연구를 멕시코, 아일랜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네덜란드 등지에서 해왔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이다(웃음).

다른 연구로는 “기후변화”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예로, 네덜란드 프로젝트인 “SPONGE”를 들 수 있겠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해수면 상승으로 미래에 수면 아래로 잠길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가 바로 네덜란드이다. 연구 프로젝트에서는 조경을 통해 어떻게 나라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본 프로젝트의 디자인과 계획전략을 위해 도입된 새 기술로 SAP(Supera bsorbent polymers, slush powder, 고 흡수성 수지)가 있다. 스펀지 처럼 물에 담그면 그 무게의 500배(부피의 30~50배)까지 흡수하여 천천히 수분을 내뱉는 물질을 말한다. 이런 과학적 아이디어는 조경과 상당부분 연계될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측정용 수단으로서 공기의 오염도를 알아내고 감지하는데 유용한 식물소재인 이끼로 벽면을 녹화하는 테스트 작업도 들 수 있겠다.

이외에도 4년동안 인도의 뭄바이에서도 작업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살만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홍수, 주택부족 문제, 인구증가, 배수시설, 인프라스트럭처,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건강 등과,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다. 꽤 다양한 분야라고 볼 수 있다.

▲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커크우드 교수

특별히 고려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물론 동료이자, 친구인 그리고 학문적인 교감이 있는 심우경 교수의 영향이 컸다. 그러나 고려대는 변화와 균형의 중심에 선 대학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디자인 분야는 큰 흐름으로 작동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의 경우 디자인 스쿨의 건립을 통해 디자인의 모든 측면-조경, 도시디자인, 도시계획, 건축, 산업디자인-을 하나로 모으려고 하는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려대는 이기수 총장 같은 후원자가 있다. 이기수 총장과 같은 마인드를 갖춘 교육자의 지원은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학의 발전을 가져오는 하나의 초석이 된다. 본인 또한 고려대를 세계적인 명문 디자인 대학-런던, 파리, 스위스, 미국-과 연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경의 비전을 말해달라
조경의 미래는 매우 밝다. 분야간의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조경의 체계적인 접근방식으로 국토를 재구성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다듬고 치료해야 하는 것이 조경의 역할이기에, 향후 25년간 조경의 미래가 밝다.
특히 도시농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조경의 발전과 도시농업은 커다란 상관관계를 가진다. 이는 식량의 생산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공간, 사람이 자연에 접근 가능하기 위한 하나의 루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뉴욕,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보스턴, 특히 하버드 캠퍼스 내에서도 도시농업(명칭_ALLSTON)을 하고 있다. 생산된 식량(야채)은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연구의 목적으로도 이용한다. 그러한 활동은 또 하나의 커뮤니티 문화형태로 인식되어 지고 있다. 덧붙이자면 전 세계적으로 브라운필드를 활용한 도시재생 작업에 더해, 해안가를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생태적인 입장에서 해안지역을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 커크우드 교수

GSD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하버드 GSD는 지원서를 통해 사람의 성격, 지능, 잠재력을 보고 조경의 리더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 한다. 우리는 재능을 가지고 이 시대 리더가 될 수 있는 학생을 원한다. 6~10명의 위원회가 여섯 가지 방법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데, '지원서, 에세이, 포트폴리오, 추천서, 영어성적(토플), 마지막으로 아시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위성인터뷰'를 보고 있다.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하버드에 입학한다고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조경을 공부하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한국의 변화를 이해하고 한국조경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또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의 정치는 중국의 것과 왜 다른지, 한국의 법은 왜 일본의 것과 다른지 이해하고 느껴야 한다. 한국의 조경을 더 심도있게 공부하고, 한국을 여행하는 등의 시간을 통해 한국 조경을 더 많이 연구하길 권한다. 서구 조경 공간의 사진이 실린 책은 유용할지는 모르나 단 하나의 사례가 될 뿐이다.


심우경 교수, 단단한 기초학문 있어야 진짜전문가

▲ 심우경 교수

커크우드 교수를 초청하게 된 경우와 관계
2003년도 환경부 과제를 하면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시 하버드의 학과장으로 부임했던 커크우드 교수를 초청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때 정재윤이라는 학생(TA)의 근면성실함도 크게 작용하였다. 이후 열두 차례 정도 한국을 오가면서 2004년도 봄에 그린회의 프로젝트를 하버드 조경학과 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하며 인연을 이어나갔다.

커크우드 교수가 한국에 오가면서 희원, 강화도 전등사, 수원성 등의 역사공간을 방문하게 되면서 한국의 전통문화, 한국인의 친절함 등 새로운 면을 바라보게 되었다. 당시 한국에 오게 된 것이 아시아 첫 방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한국이 커크우드 교수에게 아시아 게이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작년 5월 5일 개교기념 행사를 통해 이기수 총장이 발표하였듯 올해 고려대에서는 디자인대학을 설립하면서 초대 학장으로 커크우드 교수를 초빙할 계획이었다. 마침 커크우드 교수의 안식년이 겹쳐 순조롭게 이뤄지는 듯 했는데, 교내 사정으로 인해 2011년에서야 디자인대학의 신입생을 받게 된다. 가족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는 커크우드 교수의 오픈 마인드를 높게 평가한다. 진정한 학자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현재 커크우드 교수는 3개의 조경관련 교과목, 2개의 건축관련 교과목을 맡아 한국 교수와 함께 Team-teaching을 하고 있다. 학부의 80여명의 학생이 수강신청을 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외 조경 교육 시스템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면
하버드 대학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활발한 국제교류"이다. 30여명의 교수진과 전세계 실무진 및 교수진의 특강, 교환교수 등 전 세계의 지식정보를 흡수하려는 시스템이 하버드에는 있다.
또한 학교의 심장은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버드의 도서관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책들을 정말 많이 소장하고 있다. 중국, 일본 조경에 관련한 책들도 정말 많다. 그러나 한국 조경에 관련한 책은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 이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의 조경을 알리는 영문판 서적이 많이 출간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 석학을 초빙하는 사례의 의미는 무엇인가?
배우고 가르치는, 이 두 가지이다. 우리가 이론, 기술, 국제적 경향 등을 세계적인 석학을 초청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하나라면, 한국을 알리는 것, 특히 한국문화를 전파한다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
커크우드 교수와 같은 석학은 실력도 대단하지만 국제적인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한국을 올바로 알리고 진정한 가치를 평가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대로 우리 학자들 또한 안식년 기간동안 해외 교환교수 활동을 진행하며, 한국을 알리는 것도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다.

고려대에 창설될 디자인학부에 대해 이야기 해달라.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는다. 교수진도 더 뽑을 예정이다. 현재 고려대의 조경학과는 환경디자인 연계전공이라고 해서 정시조경학과는 아니다. 그래서 예산편성 등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정식 조경학과가 만들어진다면 교수도, 예산도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말씀
조경가는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장래에 대해 불확실하고 불안해 하지만 조경은 미래지향적인 학문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하는 말이지만 조경가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 받은 사람이다. 그래서 종종 강단에서 조경가는 "신의 대역자"라는 말을 한다. 신을 대신해서 자연을 만들기 때문이다. 조경가는 중요한 사명을 가지고 있다.

훌륭한 조경가가 되기 위해서는 독서도 중요하고 다양한 경험도 많이 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경사, 식물, 토목기초, 건축기초 등 기초 학문을 확실히 다져야 한다. 한국문화, 한국사람, 한국의 전통문화를 깊이 새기고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공부해야 한다.
또 컴퓨터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컴퓨터는 하나의 도구이다. 도구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나는 학생들이 탄탄한 기초학문을 통해 진정한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퇴직하고 나서 조경계를 위해 책도 쓰고, 후진양성도 하고, 공부도 더 하고 싶다. 또 사찰이 우리 전통조경문화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 연구하고 싶다.
그리고 조경을 통한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싶다.

현재 1992년 첫 번째 한국 학생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는 커크우드 교수는 현재 하버드 GSD에는 건축 및 조경학과를 포함해 총 50여명의 한국 학생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나라간의 정체성이 담긴 지식의 교류가 국제적으로 학교, 산업 등의 분야에서 이루어져야만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하는 커크우드 교수는 한국의 현대 조경에 관한 영문판 서적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3권의 책을 추가로 작업하고 있는 중이라고 살짝 귀뜸해 주기도 하였다.
심우경 교수는 학생들의 국제적 능력 배양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의 전통조경을 알리고 교육시키는데 사명의식을 가지고, 매진중에 있다. 조경을 통한 봉사활동에 대한 굳은 의지(이면에는 조경분야에 대한 대국민 인식제고라는 큰 그림아래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도 보인다. 이 두 학자의 학문적, 교육적, 문화적 교류의 결실이 그 어느 때보다 현 조경계에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

강진솔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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