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설계학회 10주년, 주목했던 2가지

인접분야 소통, 젊은피 활약이 돋보였던 10주년 기념식
라펜트l기사입력2010-04-19

 


올해는 한국도시설계학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해 지난 4월10일(토) 서울대학교에서 관련인사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창립 10주년 기념식 이외에도 춘계학술대회 및 기념심포지엄도 동시에 개최되었다.

라펜트(Lafent) 조경뉴스에서는 금번 도시설계학회의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눈길을 끌었던 흐름을 중심으로 서술해보고자 한다.

인접분야와의 소통
도시설계학회의 10주년 행사의 백미는 단연 '창립10주년 기념심포지엄'이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원재무 한양대 교수가 “한국 도시개발 패러다임의 변천”에 대해 발표하였으며, ▲“인문사회 관점의 한국 도시, 도시설계”-전상인 교수(서울대학교), ▲“문화 관점의 한국 도시, 도시설계”-홍은희 교수(명지대학교, 전 조선일보 기자), ▲“일러스트레이터가 본 한국도시, 도시설계”-이원복 교수(덕성여자대학교) 등의 주제발표로 구성했다. 
발제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도시계획 전공자보다는 인문·사회과학 및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계획 뿐만 아니라 인접분야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겠다는 단체의 지향점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발표가 바로 <인문사회 관점의 한국 도시, 도시설계>를 주제로 한 전상인 교수(서울대학교)의 강연이다. 인문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국내 도시설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비판한 설명이 강의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그는 다양한 사회학자, 문학가의 문구를 인용하며, "도시는 기억으로 살아가며, 역사적으로 도시의 사회적 기능을 용기(container)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이 바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란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용기로서 도시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주목해야 할 공간으로 '동네'를 제시하였다. 생활공동체로서 동네는 역사성, 지속가능성,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상인 교수는 도시관련 학계의 단순 기능적 사고로 말미암아, 동네문화의 쇠락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그는 '디자인 서울'을 예로 들며 시각 이외의 다른 감각(미각, 후각, 청각, 촉각)을 간과하는 경향에 대한 설명도 부연했다. 더불어 현대 도시계획과 도시설계가 미래지향적으로 회자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콤팩트시티, 유-시티 등은 오히려 18세기 미셸푸코가 연구한 '감옥도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결국 전상인 교수는 도시의 경쟁력은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도시'라고 역설하게 된다. 진정한 도시경쟁력이란 궁극적으로 문화에 있다는 것이다.

조세환 한국조경학회 회장 "국토브랜드 창출을 위한 양 단체 공조체제 강화"
한국조경학회의 조세환 회장을 비롯한 국토해양부 권도엽 차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허재완 회장 등이 발표한 10주년 기념식의 축사에서도 인접분야와의 소통을 읽을 수가 있었다. 특히 한국조경학회 조세환 회장은 축사에서 "미국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의 센트럴파크를  근간으로 태동한 현대의 조경과 도시설계는 하나의 뿌리를 가진 형제와 같다"며 비록 각각의 세부업무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 우리는 '국토경쟁력 향상을 위한 국토브랜드 창출'이란 사명의식을 가지고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역설하였다. 더불어 조세환 회장은 선진 국토창출을 위해 도시설계와 조경의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젊은피의 활약 두드러져
도시설계학회의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인사들의 연령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학계, 업계, 관계의 유명인사에서 관련학과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나이대의 스펙트럼이 넓었던 것이다. 특히 참석자의 60% 이상이 학생이거나 젊은 사람이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여기에는 도시설계학회에서 마련한 다양한 학생참여 프로그램이 바탕이 된다. 2003년 창설해 현재까지 7기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도시설계학회 학생기자단이 그 첫 번째이다.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는 해당 단체는 학회지 및 정보지 편집을 비롯하여 각종 관련분야 취재를 진행해오고 있다. 이번 10주년 기념식 행사진행 및 운영에 있어서도 학생기자단의 활약이 두드러졌으며, 도시설계학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심포지엄 종합토론에서 학생기자단 기장을 패널로 초청해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내가 본 우리도시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하였던 UCC학생공모전도 관련학과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10주년 기념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계층을 아우르는 도시설계학회의 참여유도는 10년이란 시간동안 단체의 성취를 보다 적극적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라 생각해 본다.

양윤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회장 취임
본 행사는 양윤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이 (사)한국도시설계학회의 신임회장으로 취임하는 자리였다. 그는 취임사에서 “이 곳 서울대에서 10년전 학회 창립준비위원장으로 참여를 했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많은 도움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30일 회장 당선사를 통하여 "우리학회는 도시와 건축, 조경과 환경 등 관련된 분야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와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 흩어졌던 마음을 한데 모으고 갈라졌던 틈새를 메워나가며 새롭게 하나된 학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분야간 융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도시설계학회의 2년 임기를 함께 이어나갈 수석부회장으로는 제해성 교수(아주대 건축학과)가 선출되었다.

결국 도시설계학회의 10주년 행사에서 읽을 수 있었던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인접분야와의 소통, 세대간의 소통 말이다.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도시설계학회의 이같은 행보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나창호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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