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 시간과의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뷰] 피터 워커(Peter Walker)
라펜트l기사입력2012-03-08

 

세계적 명성의 조경가들에 내한소식이 줄을 잇고있다. 한국이 조경적 영역에 있어 보다 글로벌한 분야가 되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유독 올해 초부터 세계적 조경가들의 내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정원가로 잘 알려진 찰스 젱스과 그의 딸 릴리 젱스, 미니멀리즘 조경가로 잘 알려진 마샤 슈왈츠까지.

 

그 중에서도 피터 워커의 내한(35일)은 국내 조경가들에게 큰 관심거리였다. 버클리대학 조경학 전공, Harvard University에서 조경학 석사를 취득하고, Lawrence Halprin 사무소와 SWA 그룹에서의 경력 등 그의 화려한 이력 사항은 국내 조경가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터너 파운틴, 그라운드 제로 등 그의 작품은 말할 것도 없다.

 

라펜트는 삼성에버랜드 디자인그룹에서 주최한 디자인렉처의 5번째 특별강연차 내한한 피터 워커와 인터뷰를 진행해봤다.

 

 

피터 워커

 

내한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3년 전 한국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다. '서초 삼성타운'의 조경디자인을 맡았었는데 당시 완공을 보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그 완성된 모습을 보고싶었다. 또 삼성에서 주최하는 초청강연도 방한 이유 중 하나이다.

매번 완성된 작품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있나?

가능한 여러 번 방문해 완성된 공간을 살펴보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50년간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몇 년마다 그 곳을 찾아가 사람들의 이용 행태를 살펴보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과도 대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배우는 점도 많다. 

 

이번 내한기간 역시 2009년 디자인했던 서초 삼성타운의 조경관리 담당자와 둘러보았다. 완공 2년 만에 관리팀장과 돌아보면서 그동안 발견된 문제점을 전해 듣고, 발생된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과정은 설계가로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조경가는 살아있는 식물을 다루고, 공간을 보다 활력있게 만드는 직업이다. 조경가가 만든 공간이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또 그것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현재 발생되는 문제점은 물론,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미리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조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조경을 평가할 정도로 한국을 많이 방문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중에서도 서울의 경관은 산세, 즉 한국적 자연지형을 타고 개발이 되는 특징을 가졌다. 조경가들은 이런 개발적 특징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령, 자연지형을 타고 도시가 개발된다면 개발된 지역 외에 남게 되는 땅을 어떻게 주변과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 한국의 서해안에 자리잡은 인천에도 간척지가 조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척지는 일반 토양보다 불순물이 많고, 염분기가 있으며, 배수의 문제가 있다.
 

간척지 위에 도시가 들어섰을 때 그때 당시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보여도 도시가 성장하고 커지면서 배수 및 식재 시스템을 다시 구성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조경가의 역할이기도 하다.

 

IFLA가 수여하는 세계적 조경가에게 주는 제프리젤리코의 첫 번째 수상자이다. 소감은?

대단한 영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몸담고 있는 전문 분야에서 인정받았으며, 조경가들이 직접 추천하고 선정해줬다는 부분에서 내게 더욱 의미있는 상이었다. 또한 미국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조경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 더욱 영광이다. 다음 수상자들에게도 큰 의미이길 바란다.

 

무엇이 당신을 세계적인 조경가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조경가가 갖추어야 할 자질로 답을 대신하고 싶다.


우선, 조경가라면 사람들이 공간에 애착을 갖고, 땅을 돌보고 경영하게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 공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게 만드는 역할이 조경가가 할 일이다.

또한 지구온난화, 토양개량, 수질개선 등 환경문제에 다른 타분야보다 관심 가지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나는 Beauty(美)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 특히, 상징성이 있는 작품이거나 사람들이아름답다또는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구현해 내려고 한다.
 

, 어떻게 유용하거나 아름다운 작품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 스스로 좋아하고 아름다운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관계된 지역이나 공원, 그리고 해당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가를 염두하는 사고들이 바로 조경가가 추구해야 할 점이다.

 


조경이 다른 예술영역과 비교되는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경이 예술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 땅을 다루고, 환경을 다루고, 살아있는 소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여타 예술분야와 차이가 있다. 때문에 조경가라면 이런 부분에 대한 보다 세심한 마음가짐과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가령 한 공간에 새로운 식물소재를 도입할 경우, 시간이 흘러 새로운 식물이 이 공간에서 지나 어떻게 자라날 것인지 등에 대한 배려를 잊지말아야 한다.


반대로, 이미 땅에서 자라고 있던 식물의 경우 다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오랫동안 한 공간에서 자란 생명체라면, 그 땅에서 이 식물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이런 식물들은 이미 한 공간을 오랜 기간 점유하며, 형성된 것들이기 때문에 그 식물이 담고 있는 시간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가 힘들다.
 

결국 시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직업이 조경가이다. 비단 다루는 소재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조차도 살아 숨쉬고 있다. 조경가라면 이러한 점을 항상 염두하면서 다루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
 

조각이나 그림도 예술이지만 생명을 다루진 않는다.


형태주의 작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일단 형태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에 따라오는 것이 형태이다. 모든 조건과 상황에 맞추다보면 생기는 것이 형태이다. 또한 형태는 이용자, 비평가, 평가자, 보는 사람들이 정하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작을 꼽으라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또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프로젝트는 없다.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고 좋아하는 장소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적 측면과 실용성이 극대화되서 사람들이 그 공간을 사랑하고 애착을 갖고 또 그 장소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그런 공간이나 작품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 다시 프로젝트를 할 생각은 있는가?

물론 한국에서도 작업을 하고 싶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문화와 부딪히며 작업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실무라는 것이 일을 하면 할수록 배우는 것이다. 각각의 문화권마다 식물소재부터 사람들의 행동패턴과 이용하는 모습, 시공방법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배울 점들이 생긴다. 완공 후에도, 모니터링 작업을 거치면서 또 한번 배우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문화권을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중요한 점은꿈결같이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없다는 것이다부딪혀가면서 흥미있는 요소를 알아가느 것이 중요하다.

강진솔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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