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경계, 진화하는 마을만들기 프로세스

철원 철새마을 ’철새협동鳥합’ 전시회
라펜트l기사입력2012-06-03

 

 

지난 1,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철새협동鳥합 전시회의 개전식과 동명의 서적 출판을 알리는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 전시회에서는 DMZ 부근 철원군의 철새마을에서 조경가, 건축가, 생태학자, 환경교육 전문가, 커뮤니티 디자이너, 지역 브랜딩 디자이너가 2년여 동안 마을 주민들과 함께 작업한 협동 디자인 결과물을 선보였다.

 

전국 각 지역의 수많은 공공건축물들이 탄탄한 준비과정 없이 단기간에 지어진 후 정작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골칫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에서, 철새협동鳥합은 '느리지만 탄탄한 계획과정'으로 새로운 공공건축 계획과 마을만들기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다.

 

총괄계획을 맡았던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간 환경을 다루는 분야와 마을만들기 같은 프로젝트는 실천적인 작업의 성격상 늘 현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정작 개별 프로젝트의 실현 과정을 꼼꼼하게 다룬 사례가 드물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철새마을이란 구체적인 사례를 기반으로, 하나의 프로젝트가 여러 방식으로 중재되고 진화되는 프로세스를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철새마을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 김아연 서울시립대 교수는 “프로젝트의 기록이 담겨있는 '철새협동鳥합'에는 재능기부를 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간 겪은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이번 사례처럼 좋은 공간이 앞으로도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아연 교수는프로세스 디자인이란 개념으로 협동 디자인의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소개했다.

 

이장섭 액션서울 대표는 주민동기화 워크숍 과정을 통해 철새마을만의 고유한 지역 브랜딩 작업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김광수 이화여대 건축과 교수는 이번 전시회에서 철새 시설이 군사 시설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은폐와 엄폐를 키워드로 한 낮은 포복 형태의 탐조시설을 선보였다.

 

이외에 오형은 지역활성화센터 대표와 이재영 공주대 환경교육학과 교수, 김지석 부산대 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 교수, 허대영 스튜디오 테라 소장이 참여하였다.

 

양지리 일대를 매년 찾아오는 철새에 대한 소개와 철새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한 주요 시설의 건축 및 외부환경계획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만든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며 방문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다.

관람문의:(02)733-8945
 


이재영 교수


이장섭 대표


김광수 교수


오형은 대표

 


허대영 소장

 


백장승 철원군청 과장

 

황용하 양지리 마을 이장

 

 

 


 


 


 


 


 



두루미

 


주민워크샵

 

[Mini 인터뷰]



조경진 교수

국토해양부에서 주최하는 국토환경디자인시범사업으로 선정되어 진행하게 되었고철원군의 협조도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총괄계획을 수행하였는데, 팀구성을 잘 짜는 것이 큰 임무였습니다.
 

철새협동鳥합의 가장 큰 의미는 각 전문분야의 협동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는 것,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공동체의 비전을 만들었다는 점에 두고 싶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서는 주민의 영향을 강화하고 철새의 생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설계를 하는데 주력하였습니다. 주민들은 처음에 이 사업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다가 차츰 새로운 마을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지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토부에서 최근 시설지원이 잘 안되고 있는데,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아연 교수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동하고 시민까지 참여하는 작업이 흔하지 않습니다. 분야별로 방식이 있고 공정순서가 다른데, 그런 것을 조합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민들은 처음에 전체그림을 몰라 이해가 안되었는데, 진행과정에서 차츰아 이래서 그때 이걸 만들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양지리 마을을 외부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바꾸어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을을 다루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주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단시일에 일방적으로 바꾸게 되면 지속가능성도 없을 뿐 아니라,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 사례를 시작으로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체계로 변하면 좋을 것 같고, 지속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어 전 지구적인 생태성이 회복되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박지현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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