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국세청 별관 공모당선, ‘비결은 협업’

[인터뷰] 조용준, 전진현(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라펜트l기사입력2015-10-30

 

서울시가 옛 국세청 별관 지상·지하 공간을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실시한 건축설계 공모에서 '서울 연대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서울 연대기'는 조경, 건축, 도시 분야 전문가의 협업으로 빚어진 작품이다. 각각의 전문분야가 수평적 눈높이로 디자인 프로세스를 진행시켰다는 점에서 협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한다.


조경가로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용준 씨는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다면 전문영역에 집중할 때보다 다양한 분야가 모였을 때 더욱 확장된 사고를 하게되는 것 같다."며 협업의 잠재력을 말하였다.    


[인터뷰] 조용준, 전진현(James Corner Field Operations)



조용준(좌), 전진현(우)



수상소감

플랫폼 형식의 프로젝트 팀으로 모인 저희가 만든 결과물이 전문 디자인 필드에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함께 작업한 건축, 도시 전공 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겠지만, 건축공모전에서 거둔성과라 영역을 넘는 디자이너로서의 가능성을 본 것 같아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용준:

저는 서울시립대 조경학과를 졸업해, 청계천 MA팀으로서 실무를 시작했습니다. CA조경기술사사무소의 창립멤버로 7년간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였습니다. 2012년 펜실베이니아대학 디자인스쿨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뉴욕에 있는 제임스코너 필드오퍼레이션(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프로젝트 디자이너로 2년간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부생 시절 진양교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조경의 바닥면(Landscape sufcae)에 대한 채움과 비움의 설계방식'에 깊은 영감을 받았고, 지금은 실천적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바탕으로 한 제임스코너의 명료한 디자인 전개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DEAS(www.groupideas.org)라는 리서치 및 디자인 그룹을 만들어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전진현 :
현재 제임스코너 필드오퍼레이션(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미국 Harvard GSD 유학시절에는 보다 다양한 설계 방법, 사고방식, 표현 방식들을 익히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도시설계 전문가로 참여했고, GSD 시절 만난 아내(송민경)의 영향으로 보다 광역적이고 비물리적인 범위까지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유학 전에는 신화컨설팅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상공모 위주로 작업을 했지만, 지금은 실시설계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학부에선 순수미술을 전공해 처음 조경을 시작 했을 때부터, 이용자의 지각, 물성, 미시적인 공간감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점점 더 넓은 영역을 경험하며 열린 사고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IDEAS 활동 역시 영역교류의 중요성을 깊이 공감하여 참여하고 있습니다.  



조경가 2명, 건축가 2명, 도시설계가 1명. 팀구성이 독특합니다. 어떻게 만나 구성했는지요?

전진현 :

개인적으로 하버드 GSD의 최대 장점을 꼽자면, 건축, 도시, 조경 전공자들이 한 공간 안에서 거의 영역 구분 없이 스튜디오를 포함한 수업을 듣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함께 한 건축가와 도시설계가 모두 GSD에서 만났습니다.
 
조용준 :

저는 전진현 군의 제안으로 함께 팀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진현군을 제외한 모든분들을 처음 만났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 처음 미팅부터 적극적으로 의견들을 개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팀원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뉴욕에는 저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업하는 팀들이 더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타전공 학생과 했던 협업경험과 더불어 다양한 인적 네크워크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조경가로서 맡은 역할은?

팀원 모두 조경가, 건축가, 도시설계가로서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디자인의 모든 과정을 공유했습니다.  '브레인스토밍- 컨셉 - 디자인 - 프로덕션'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조경가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건축가, 도시설계가와는 다른 관점의 접근을 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초기 지형조작의 원리를 이용해 접근을 했던 것, 외부 자연환경이나 식물을 활용하여 지하공간의 어메니티를 높이려 했던 점이 그러합니다.


특히 현대도시의 구조적 특징과 경관 분석을 통해, 서울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켜들과 그 켜들과의 대상지의 관계성에 대한 맥락적인 아이디어들을 제시했던 것과 대상지를 디자인함에 있어서 유적을 발굴하듯 지하의 숨겨진 공간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또 다른 이야기로 치환하고자 노력했던 점이 조경가로서 도시를 읽어내려 했던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안들이 건축가들과 도시설계가와의 토론속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깊이있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발전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모여 작업을 했는데, 의견충돌 같은 문제는 없었는지?

협업 초기 아이디어 협의와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신기하게 의견충돌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에서 비판적인 자세와 구체적인 평가를 배제시킴으로써 충돌없이 다양한 관점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죠. 이렇게 아이디어가 제시되면 그 가능성에 대한 각자의 의견들을 추가 확장하는 식으로 토론을 하였습니다. 때문에 한명의 아이디어가 아닌 모두의 아이디어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결과물을 만들 때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예시 패널을 미리 만들어 공유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되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모든과정이 순조로웠던건 아닙니다. 초기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두개의 다른 지붕형태로 많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주변지형과 연결된 연속적인 표면과 더불어 변화감있는 지붕디자인이었고, 다른 하나는 살짝 띄워진 플랫폼 형식의 직사각형 지붕디자인이었습니다.


첫번째 디자인은 레벨차이가 없고 지형변화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두번째 안은 오브제적이지만, 띄워진 지붕틈사이로 주변도시 및 덕수궁 경관과 미기후를 지하공간으로 유입시켜 다양한 경험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결국 두번째 디자인을 선택했는데,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3D 모델은 디자인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Rhino라는 3D프로그램을 통해 두개의 다른 디자인 형태를 입체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소모적 논쟁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죠.




대안1_연속적인 표면의 지붕(상), 대안2_띄워진 수평지붕(하)



각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탄탄한 설계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익숙했던 사고와 디자인 방식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객관적인 관점으로 자기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지요. 건축, 조경, 도시 모두 공간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방식과 학습된 지식이 다릅니다. 그렇기때문에 많은 토론과정에서 서로의 차이를 알게되었고,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발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각 분야마다 축적된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데 있어서도 큰 이점이 있습니다. 저희의 디자인을 예로 들면, 지붕의 두께, 건축물들의 평면과 구조, 지붕녹화 및 지하공간의 수직정원 같은 경우 건축가와 조경가가 처음부터 함께 했기때문에 초기아이디어가 구체적인 형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협업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
의사소통을 통해 개인의 아이디어는 깊이를 더하면서 견고해지고 확장됩니다. 영역간 의사소통은 개인끼리의 의사소통과는 또 다른차원의 차이를 바탕에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내용이 심화되고 확장되는 정도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도시, 건축, 조경의 교집합을 찾아내기 보다는 합집합의 범위로 생각을 넓히는 것이 협업에서 중요하다고 봅니다.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다면 전문영역에 집중할 때보다 다양한 분야가 모였을 때 더욱 확장된 사고를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전문성에 에 대한 믿음:
저희 팀원 다섯명 대부분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함께 프로젝트를 경험하였습니다.  조경 쪽에서는 건축, 도시 전문가의 역량과 디자인 스타일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그들 역시 저희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무엇을 하던 비판적인 시선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특정 부분에서는 서로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 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모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젊은 조경가와 미래의 조경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될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적인 얘기를 하기에는 저희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그렇다고 이상론만 펼쳐놓기에는 지금 조경업계의 상황이 밝지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얘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는 현실 속에서 작은 창의적인 작업을 위해, 꾸준히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작은 도전들을 하나씩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처럼 큰 성과가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하면서 내 자신의 생각들이 정립되어가고 크게 볼 수 있는 안목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결국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조경을 시작했던 초심을 갖고, 항상 흥미를 잃지않도록 자기 스스로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꽤 괜찮은 조경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채워가는지?

저희는 현재 제임스코너 필드오퍼레이션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고, 경력도 쌓아야 합니다. 회사에서의 모든일이 저희 실력과 경험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에 항상 열심히 업무에 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업무만으로는 저희 스스로 만족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들은 성격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부합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흥미를 잃지 않도록, 회사 근무시간외에 저희만의 작업을 해왔습니다. 하나하나 작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때마다, 회사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최근 인터넷을 기반에 리서치 및 디자인 협업을 위한 작은 모임인 IDEAS를 만들었습니다. 건축, 도시, 조경, 예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박사들과 디자이너들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공모전 위주의 작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앞으로 리서치를 통해 저희가 생각하는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IDEAS 홈페이지_ www.groupideas.org

글_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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