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설계가와 학생간 세대 간극 줄인다

제1회 조경설계가의 날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6-11-06

 



조경설계를 희망하는 학생들과 실무자들간의 세대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4일(금) 동심원 갤러리에서 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주최로 '조경설계가의 날'이 개최됐다.

‘조경설계가의 날’은 문화와 예술을 기본으로 하는 조경설계자의 자존심을 고양하고, 업계 내 모임기회를 만들어 상호교류를 하는 날이다. 또한, 조경설계회사에 취직하고자 하는 조경학과 졸업예정자들을 초청해 인재발굴의 기회를 제공한다.

안계동 조경설계협의회 회장(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은 "젊은 조경가들 사이에서 조경설계가 힘든 직업으로 인식되는게 안타깝다"며, "이번 자리로 조경설계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키우고, 학생들에겐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한송 생각나무 파트너스 소장, 윤미방 바이플랜 소장, 김이식 이화원 소장, 서영애 조경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이호영 HLD 소장

이날 안세헌 가원조경설계사무소 소장을 사회자로, △이한송 생각나무 파트너스 소장, △윤미방 바이플랜 소장, △김이식 이화원 소장, △서영애 조경기술사사무소 이수 소장, △이호영 HLD 소장 조경 전문가 다섯명이 참여한 조경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소장들은 개인 회사를 차리게 된 계기를 밝혔다. 학생들의 가장 큰 로망 중 하나는 개인 설계사무소를 갖는 것이기도 하다.

이호영 소장은 신입사원 때 매일 밤을 세도 원하는게 나오지 않아 최종 결정자가 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이를 계기로 HDL을 차리게 됐다고 한다.

서영애 소장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했던 당시, 우연한 계기로 도면을 몇 장 그려주고 일당 50만 원을 받았던 것에 큰 감명을 받고 지금까지 설계를 하고 있는 중이다.

김이식 소장은 어릴 적 읽은 세상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드는 내용의 '어떤 아름다운 날'이란 책을 계기로 조경 전공을 선택했다. 입학부터 설계사무소를 열겠다는 꿈을 안고 지금의 이화원을 운영하고 있다. 

윤미방 소장은 홍콩에 나와 잠시 프리랜서로 일을 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직원을 한 명씩 구하다보니 지금의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윤 소장은 국내 최초로 홍콩에 개인 사무실을 연 조경설계가이다.

이한송 소장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개인 설계사무소를 차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시기가 찾아왔을 때, 지금의 회사를 차리게 됐다고 한다.

각 소장들마다 오래된 습관이나 영감을 얻는 방법도 각인각색이었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감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한송 소장은 명확하게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아이디어를 찾는 편이라고 한다. 영감은 총체적으로 살아온 삶이나 경험이 축적돼 이게 영감인지조차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미방 소장은 진한 옐로우 페이퍼를 써야하는 습관이 있고, 커피숍에서 작업할 때 좋은 아이디어들이 정리가 된다고 한다.

김이식 소장은 가급적 아침에 작업하려는 경향이 있고, 최대한 뜸을 드리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때때로 그 분이 오시는 경우에 예상치 못한 설계가 나오는 경우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영애 소장은 여러가지 일에 관심을 갖고 하다보니 그런 잡다함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요즘은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영 소장은 새벽에 일어나 혼자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설계는 인문학적인 사고와 복합적인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요즘은 글쓰기나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각자가 느끼는 위기가 오는 순간과 대처방식도 다양했다.

김이식 소장은 부가가치에 대한 문제나 동료들이 떠날 때 힘든 시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특히 제일 힘든건 자존감이 떨어질 때다. 최근에도 슬럼프가 찾아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잠깐의 휴식을 갖고 있다.

서영애 소장은 신입 때 어떤 선배가 '이렇게 재밌는데 돈까지 많이 주면 너도나도 다 하지 않겠냐'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선배의 말처럼 설계는 늘 새로운 일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즐기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으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영 소장은 조경분야가 전문가들만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금 설계비가 낮더라도 가치가 있다는 것으로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한송 소장은 인테리어나 디자인이 아직까지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으로 인해 미래의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안 될 때 낙심할 필요 없고, 잘 된다고 해서 자만 할 것도 아니고, 균형과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자아실현과 자기반성을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다.

윤미방 소장은 클라이언트가 맞지 않으면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일할 직원들이 맞지 않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털어났다.

끝으로 한국 조경 설계가 바뀌어야 할 부분과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서영애 소장은 "앞으로 설계분야도 재밌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야 한다"며, "외부공간 디자인이나 타분야에서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방안은 현 세대들이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이식 소장은 "그동안 조경이 건축에 속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적었는데, 앞으로는 사회적이고 복지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미방 소장은 "시기에 맞춰 할 수 있는 영역이 조금씩 달라진다. 지금은 도시재생에 관심을 갖고 적응해 나가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한송 소장은 "한국조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국가 시스템에서 오는 게 크다. 90년대 들어 정부 발주처가 투명함을 추구하다보니 회사 규모, 실적 등 수치로 평가를 받으면서 양극화가 심화됐다. 다음 세대는 퀄리티나 작품성으로 경쟁을 할 시점이 올 것이다. 지금부터 자기 실력을 키우다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호영 소장은 "전 세계에서 조경이 자리잡은 나라는 미국, 한국, 일본 뿐이다. 한국은 조경이라는게 전문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경설계의 가장 기본은 식재 디자인과 적지 디자인이다. 새로운 영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부터 탄탄히 다지고 내부적으로 영역을 넓힌 뒤 다른 영역을 찾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조경학과졸업작품 시상식도 함께 진행됐다. 이번 시상식은 조경설계업협의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최우수상은 부상 200만원과 함께 영남대학교 최강재 팀의 '인프라 포레스트'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강원대학교 유기현 팀의 '그곳에 품어지다', 동아대학교 이민근 팀의 '송악산 마을'이 수상됐다. 우수상은 부상 100만원을 받게 된다.

신현돈 부회장은 "모든 작품이 우수해 5명의 심사위원들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열띤 토론 끝에 계획보다 디자인적인 면이 잘 반영된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하게 됐다"며, 심사결과에 대해 밝혔다. 

아울러 "설계에 적성이 맞는 학생들이 조경설계의 비하된 이야기만 듣고 엉뚱한 분야로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_신혜정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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