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을 말한다] 화쟁(和諍)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임승빈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라펜트l기사입력2017-01-10

 

2017년을 맞이하는 조경계의 과제
화쟁和諍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_임승빈 (사)한국조경학회 고문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2017년 새해 정유(丁酉)년을 맞이하는 조경계는 국내외 정치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롭게 도약하기위한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 소용돌이에 휘말려 갈 길을 잃고 방황할 수도 있다. 

금년에는 지금까지의 대립과 독선의 리더십을 버리고 화합과 소통의 길로 나아가야하며, 이웃사촌의 무단침입과 뒤통수 때리기에 무방비로 당하기만 했던 전열을 재정비하여 조경의 위상을 창조적으로 정립하여야 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 동안 조경계의 무기력함은 과거 어느 때도 없었던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웃 분야에서 법률 제정 및 개정을 통한 조경업역의 잠식시도, 조경단체간의 불협화음, 조경후속세대의 자존감 상실 등에 더하여 건설경기의 침체라는 국가적 상황이 맞물려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지내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와중에도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조경계를 지켜온 말없는 산관학계 조경인들이 있어서 그나마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저력이 아직은 충분하다고 생각되며 이와 같은 말없는 다수의 조경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사실 금년은 국내외 정치적으로 불확실성이 많아 우리 사회와 조경분야의 앞길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확실한 것은 과거와는 다르게 많은 변화와 개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적 변화와 개혁의 시기를 맞이하여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조경의 앞날이 크게 갈릴 것은 분명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동안 혼란의 와중에서 조경진흥법, 국가공원법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들 법은 아직 개념적인 수준으로서 구체적 실천력이 담보되어 있지 못하지만 법이란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앞으로 이를 어떻게 다듬어 실효성 있는 법으로 만들어, 조경분야의 버팀목이 되게 하느냐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더욱 근본적인 과제는 조경분야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4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도입초기의 미국식 디자인 중심의 조경에 머물러있는 조경의 정의와 영역을 새 시대에 부합되도록 새롭게 정립하여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개발에 따른 훼손지 미화, 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위한 도시미화,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환경오염의 관리,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아파트단지의 생활공간조성, 고층건물의 증가에 따른 자연경관관리,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문화재관리,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환경 차윈에서의 그린인프라구축, 그리고 도시재생, 정원문화의 대두에 따른 주민참여형 녹색공간 조성으로 다양하게 가지를 치면서 발전해왔고, 이에 따라 업계 및 학계도 분화하면서 다양한 영역이 만들어져왔다.

이와 같이 참으로 다양하게 가지를 치고 있는 조경분야는 한편으로는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조경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경향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연구재단의 학문분류, 교육부의 학문분류 등에서 일관된 분류체계를 지니고 있지 못함이 이를 대변한다.

현실적인 과제는 다양 다기화된 조경분야의 컨트롤타워의 회복이다. 그동안의 조경단체간 불협화음의 고리를 끊고, 원효대사가 주장한바 있는 화쟁사상(和諍思想)에 입각하여 모든 구성원을 포용할 수 있는 화쟁의 리더십으로 조경분야의 대동단결을 이루어, 내외부의 시대적 도전에 대처하여야 한다. 그러나 화쟁의 리더십이 모든 구성원을 속박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구성원 모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함은 두말 할 것 없다.

대선 등 국내외적으로 개혁의 시기를 적극 활용하여, 화쟁(和諍)의 리더십으로 조경분야의 보다 진보적 정의와 영역을 창의적으로 정립함으로써 조경의 울타리를 넓히고, 조경관련법의 실효성 있는 개정을 통하여 조경후속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한해가 되기를 바란다.
글_임승빈 ·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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