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구원, 조경업종 폐지 및 통합 보고서 논란

편파적 해석, 억지적 근거 사용 등에 조경분야 반발 심화
라펜트l기사입력2017-02-26

 

국토연구원(이하 국토연)에서 조경업종 폐지와 통합 내용이 담긴 건설업역체계 재편 관련 보고서(건설시장여건 변화에 대응한 건설업역체계 합리화 방안 연구)를 발간하고, 국토정책 브리프(604호)에도 요약내용을 게재하여 조경분야내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가장 빠른 시행을 요구하는 단기 방안에서 폐지 또는 통합(분야측면에서 축소)으로 제시된 업종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가 조경이기 때문이다. 종합건설업에서 조경공사업 폐지, 전문건설업에서 조경식재공사업과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강구조물과 철강재설치공사업을 통합하는데 비율면에서는 조경분야가 가장 많이 축소되어야 한다는 의견에서 큰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보고서와 관련해 조경분야에서는 편파적 해석, 설문기획 및 분석 오류, 억지적 근거 사용 등을 이유로 국토연의 계획적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이로 인해 대선 등의 시기적 측면에서 조경관련 정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조경공사업 폐지와 식재/시설물설치공사업 통합으로 전체 조경사업이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 단기방안 실현 후 중장기에서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도 조적 및 석(축)공사업,  시설물유지/관리업, 포장공사업 등의 타업종으로 분리 통합되는 것은 아닌지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복 국토연 연구위원은 “국토부와 의논이 없었고, 국토연 자체적으로 건설산업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검토해서 연구과제화 시킨 내용”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의 조경관련 주요내용

종합·전문업종 간 수직적 분업체계와 전문건설업종 사이의 수평적 분업체계는 업종 중복보유에 의해 건설업체 등록·유지비용 및 발주비용의 증가, 시공관리를 위한 발주기관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말한다.

이로 인한 영업범위 및 업종구분 등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의 건설업역 충돌을 방지하고 갈등관계 해소를 위해 건설업역체계를 ‘합리화’한다는 논리다.

보고서는 단기·중기·장기, 세 단계로 구분해 업역을 통합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조경분야와 관련하여, 단기적으로는 조경공사업을 폐지하고, 조경식재공사업과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을 통합하돼, 조경공사업의 기능을 통합된 조경식재/시설물공사업으로 이관시킨다. 중기적으로는 전문건설업을 조경공사업, 실내건축업, 시설물유지 등의 6개로 통합하고, 장기적으로는 종합과 전문의 업역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에 의해 종합건설업은 조경공사업을 포함한 5개, 전문건설업은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을 포함은 25개로 세분화되어 있다.


종합건설업에서 조경공사업이 폐지되어야 한다?

국토연에서 실시한 건설업역 인식조사 중 ‘현행 건설업 등록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 ‘매우 만족+만족’의 응답은 종합건설업종에서 19%, 전문건설업종에서 26.8%로 나타났고, ‘보통’은 두 업종 모두 60% 이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만+매우 불만’의 비율은 각각 14.3%, 9.9%로 집계됐고, 이중 조경공사업의 불만족 비율이 22.2%, 조경식재공사업체 불만족 비율이 30%로 나타냈다.

불만족 이유에 대해서는 ‘등록하여도 건설공사 수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로 가장 높았으며, 이중 조경공사업은 100%의 응답비율을 보여 ‘업종의 존재 이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으며, ‘종합조경 폐지’로 결론이 지어졌다.

이에 대해 조경관련 통계조사분석 전문가는 ‘등록하여도 건설공사 수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응답에 대한 의미, 즉 물량감소, 건축 등에 대한 상대적 비교 등의 심층 분석을 해야 하나 이 과정을 생략한 채 ‘업종의 존재이유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해석은 편파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현행 전문건설업 등록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중립적인 의견이 많지만, 부정적인 반응보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훨씬 많기에 존속이냐 폐지냐로 양분한다면 ‘존속’이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으며, ‘불만/아주불만’인 경우에게만 그 이유를 추가적으로 질문하는 것은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할 때 많이 쓰는 방법이기에 ‘존치’하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는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에 요청해 업종별 업체 수, 기업규모, 건설업종을 고려, 종합 100개, 전문 400개 총 500개 업체를 선정해 설문지를 배부했으며, 종합 42개, 전문 172개 총 214개 업체의 설문지를 회수했다.

보고서에 대해 조경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차원에서 건설업종을 통합시킨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조경의 경우, 시장규모나 수익성보다는 역할의 상징성이 중요한 분야이며 이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개발위주의 건설산업이 이루어져 상대적으로 조경분야는 약세였지만, 앞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온난화, 이상기후, 재난, 삶의 질 향상 등 환경을 지키는 녹색건설이라는 전 세계적 트렌드를 읽는다면 미래를 위해 조경은 오히려 육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재공사와 시설물설치공사가 통합되야 한다?

전문건설업의 식재공사업와 시설물설치공사업의 통합 근거로 ‘동일한 작업공간’과 ‘기술적 특성’, ‘건설기술장비이용’의 3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조경전문가는 “이 세 가지 이유가 명확한 근거가 되지 않으며, 이유의 적용에도 무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조경공사에 대한 상세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한다. 

우선 ‘기술적 특성’이 유사하다는 근거는 ‘공사의 종류나 과정, 재료 등이 유사하다’는 내용인데, 왜 유사한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연구자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식재공사와 시설물설치공사는 재료 자체가 완전히 다르고, 이에 따른 공사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기술도 다르다.

즉, 재료적 측면에서 식재공사는 수목, 초화 등의 생물적 요소를 재료로 하여 유인되는 곤충, 조류 등의 관계도 고려해야 하며, 시설물설치공사는 금속, 석재, 합성수지 등의 비생물적 요소가 재료가 된다. 여기서 생명이 있는 재료의 사용은 금속, 석재 등의 비생물적 요소를 재료로 사용하는 공사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단편적인 예로 생물적 요소가 재료로 사용될 때는 생명유지, 규격화, 대량생산 등의 다양한 조건을 고려하여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여기서 조경시설물설치공사가 건축, 토목 등과 관련한 업종과 다른 점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 조경수, 초화 등과 연계하여 생물학적 기반환경을 조성하고, 이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한다는 것이다. 즉, 공학적, 디자인적 측면뿐 아니라 생물적 측면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업종인 것이다.

한편, ‘작업공간의 동일성’과 연계작업의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같은 공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건설기술장비이용’이 같다고 해서 통합해야 한다면, 단기방안에서도 아파트 단지안의 모든 공종은 하나로 다 통합해야 한다는 결론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 꼬집었다. 따라서, 이는 고려사항일 뿐이며 추가로 다른 근거가 있을 때에 사용할 수 있는 근거라는 것이다.


통합/폐지와 개선, 조경전문가 대응은?

이번 보고서가 정책에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토연구원이 정부출연(국토교통부) 연구기관으로 설립/운영되었다는 점에서 반영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또한, 정부의 건설산업 통합기조에 따라 본 보고서와 같은 내용의 전망은 이전부터 있어왔으므로,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도 다수다.

A조경전문가그룹은 통합 자체에 대해 반기를 들며 ‘조경의 정체성 상실’을 거론했다. 전문공정이 없는 종합은 있을 수 없으며, 종합이 없다면 조경은 토목·건축의 부대공정화 되어 조경의 독자적 독립성과 전문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조경공사업이 5대 공사업에서 제외된다면, 조경분리발주가 확연히 줄고 나머지는 토목·건축의 부대공정이 되어 하도급으로만 수주할 테니 단기적으로는 식재 및 시설물설치공사업에 유리할지 몰라도 조경시장 규모의 대폭 축소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종국에는 전문공사업에서도 시설물설치공사업이 타업종으로 분리통합되고, 식재공사 마저도 산림청 등으로 흡수되어 조경 자체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이에, 현재 들어나고 있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의 가시적인 문제점은 폐지 또는 통합보다는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하였다.

반대로 B조경전문가그룹은 ‘장기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업 전체 구조를 변경하려 한다면 조경만의 특수성을 내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성장이 안정화되는 상태에서는 업종의 세분이 과다경쟁을 야기한다고 말한다. 향후 공공 개발사업 규모 자체가 줄고 소규모 공사가 늘어날 전망이기에 한 업체가 다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며, 면허체계 또한 통합해 단순화할 필요성은 있다는 것이다. 현재 2개 이상의 면허를 보유한 업체가 대다수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통합의 장점으로는 기회균등을 들었으며 이 또한 기업의 역량강화로 귀결된다. 현 시스템은 면허만 있다면 기술투자 없이 권리만 주장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분야의 발전과 기업 변별력를 저해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조경은 ‘디자인이 가미된 기술’이기에 기술력과 역량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종국에는 실적규모만 차등을 두고 시스템은 단순화시키는 것은 대세라는 것이다.

아울러 생태복원이나 공공디자인, 정원 등 국토부 조경공사업 외에 다른 부처에서 발주되는 분야의 영역을 넓혀놓는 것 또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또한 지구환경 및 복지환경 측면에서 “같은 업무를 두고 국토교통부, 환경부, 산림청 등에서 하려고 하는데, 더 확장해야 하며,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주관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업 면허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 등록제도는 사업자의 역할을 제한함으로써 재화나 서비스의 질을 정부가 보증하고 일정한 기술 인력과 자본금을 바탕으로 시공능력을 갖춘 업체를 선별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최소한의 자격조자 갖추지 못한 부실업체(페이퍼 컴퍼니, 한계 기업 등) 다수 존재하며 오히려 등록제도가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의 시장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종국에는 종합과 전문이라는 업역 규제를 폐지해 건설산업 시장을 규제중심에서 계약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하지만, 이같은 편파적 결론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여도 기획적 의도가 담겼다는 의심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이며 공정한 과정을 통해 현행 건설업 등록제도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개선하기 위한 각 업계와 정부부처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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