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놓인 수풀과 유적들. ⓒ신혜정 기자
마치 영화 촬영을 위한 세트장과 같은 이곳이 그 유명한 '포로 로마노'이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만으로도 그 옛날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 상상이 된다. '포로'라는 말은 '공공 광장' 또는 '공개 토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말 그대로 로마의 광장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고대 로마인들의 주요 생활 공간으로 신전과 공화등 등이 위치해 있다. 2500년간 로마제국이 번영하는데 중요한 핵심 공간이기도 했다. 공화당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와 같은 곳이다. 국가 주요 회의와 정책적 업무가 이곳에서 수행됐다.
여기서 우리는 최근 대두가 된 '광장'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하다. 본래 광장이란 개념이 없던 우리나라에서 광장이 크게 부각된 건 최근에서의 일이다. 1936년 근대도시화가 본격화되면서 도시계획에 따른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진행된다. 이 때 대중을 위한 공공시설인 공원과 광장이 들어섰다. 우리나라의 광장은 경성시구개정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황토현광장을 시작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비록 서양과 비교해서는 출발선상은 늦었지만, 광장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만의 문화와 시민 의식 성장의 기반이 마련됐다. 얼마 전, 화제의 중심이던 광화문 광장은 2009년 광화문 앞에 조성됐다. 혼잡한 도로를 정돈하고 사람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하자는 차원에서 조성된 광장이였지만, 처음엔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접근성은 떨어지고, 광화문과 북악산의 풍경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볼거리가 없는 공터에 지나지 않는, 그저 교통 체중만 심화시킨 공간으로 치부됐던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서울시는 이순신 장군 동상을 비롯, 시민들을 위한 이벤트 장소로 조금씩 변화시켰다.
무너진 기둥 사이로 에마누엘레2세 기념관이 보인다. ⓒ신혜정 기자촘촘히 박힌 기둥들이 과거 이곳에 건물들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신혜정 기자
기둥조차도 아름다운 장식문양이 새겨져 있다. ⓒ신혜정 기자지금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대 건축물들. ⓒ신혜정 기자
고대 유적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수목을 관리하고 있다. ⓒ신혜정 기자
2016년이 지나고 2017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광화문 광장은 전세계인들을 관심사가 되었다. 이곳에서 100만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평화적 '촛불혁명'이 일어났다. 약간의 몸싸움을 제외하고는 100만명이 큰 문제 없이 집회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랄 일이지만, 결코 바뀌지 않을 것만 같던 비선실세가 연이어 죄값을 치르게 됐다. 남북전쟁으로 인한 황폐화된 도시를 빠르게 재건한 나라, IMF 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금모으기로 경제 위기를 극복했던 나라에서, 또 한번의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광장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우리나라 광장의 역사는 무척이나 짧지만, 이곳에서 다시 한번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게 됐다. 상대적으로 오래 전부터 광장이 발달했던 로마에서는 주로 시민들이 모여 자유 토론을 벌인 장소로 사용됐다. 이런 토론 문화는 철학을 발달 시켰고, 막대한 힘을 지닌 로마 제국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포로 로마노에서 토론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