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청송 주산지(注山池)의 슬픔

글_정태열 논설위원(경북대 조경학과 조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18-06-19

 

플라타너스의 미학




_정태열(경북대학교 조경학과 조교수)



2017년 KRC-경관디자인 콘테스트 현장심사를 위해 7월말 늦은밤에 청송 주왕산 입구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동행한 심사위원과 농어촌공사 직원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저수지의 원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주산지를 보고난 후에 현장심사 대상지를 가자고 했다.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내심 본인도 주산지의 풍경을 탐닉하고 싶었다.  

주산지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에 위치하고, 1720년 8월에 착공하여 그 이듬해인 10월에 준공하였으며, 길이 100m, 너비 50m, 수심 8m의 아담한 인공 저수지로 아무리 오랜 가뭄에도 물이 말라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전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산지를 찾는 이유는 저수지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약 150여년이나 된 왕버들 30여 그루와 주변의 수림이 어우러져 뿜어내는 특유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이버에 나타난 주산지의 풍경
https://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image&sm=tab_jum&query=%EC%A3%BC%EC%82%B0%EC%A7%80

나는 보슬비가 태곳적 신비로움을 극대화 시켜줄 것이라 상상하면서 일행과 함께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내 눈앞에 나타난 풍경은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의 신비롭고 몽환적인 풍경은 보이지 않고 자재 보관용 창고와 간이화장실, 난무한 기관별(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농어촌공사, 청송군) 안내판과 현수막, 수변데크, 그리고 300년을 잘 견뎌 온 둑의 배가 갈라진 모습에 망연자실했다.

물론 방문객들을 위한 화장실과 안내판을 설치해야하는 정비자나 관리자의 입장도 있겠지만 자연의 순도가 높은 장소에서 그 공간의 본질적 가치를 무시한 채 이용자들의 편리성만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시설의 범람은 비록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안타까웠다.


자재보관용 창고, 간이화장실, 둑의 배가 갈라진 모습, 수변데크, 안내판 ⓒ정태열

여기서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봐야 되는 것은 주산지의 가치이다. 주산지에 사람들이 왜 올까? 그것은 아마도 “아무리 가물어도 항상 일정수위를 유지하면서 150여년을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이 만들어 낸 풍경”을 보러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정비자는 많은 사람들이 왕버들을 가깝게 볼 수 있게 수변데크를 설치했을까? 그런데 수변데크의 설치로 접근해서 보면 왕버들이 더 인상적으로 보일까? 하지만 주산지의 원풍경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자연풍경을 감상하는 관찰자 즉 인간은 풍경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인상적인 경관체험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주산지 원풍경의 대부분의 사진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찍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산지의 수위조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둑의 배를 가르면서 수문을 설치해야만 했을까? 주산지의 아름다운 풍경은 항상 일정한 수위를 유지했기 때문에 “물에 잠겨 자생하고 있는 왕버들의 특이풍경”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둑에 현대적인 시설보다는 300년 전에 우리선조들이 만든 물넘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여 자연현상에 순응하면서 변하는 사계절의 주산지 풍경을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정비자와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선택한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시설물을 설치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득, 10여년전 완도군 청산도 갔을 때가 생각난다. 관광객들의 편리를 위해 다락논을 주차장으로 정비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관광객들은 청산도의 다락논을 보러 가는데 말이다.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공간가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 때문은 아닐까? 분명한 것은 필자와 주산지를 정비한 사람과는 주산지 가치의 차이는 분명이 있다. 또한 그림1과 같이 주산지를 방문한 이용자들과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이에 대한 차이를 줄이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산지의 가치 찾기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다고 생각한다.
글_정태열 조교수 ·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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