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와 함께하는 평화의공원·하늘공원 산책

조경학회, 조경문화제 일환 ‘공원산책’ 개최
라펜트l기사입력2018-11-06

 



‘2018 대한민국 조경문화제’의 일환으로 열린 ‘공원산책’이 (사)한국조경학회(회장 서주환) 주최로 지난 3일(토) 월드컵공원에서 열렸다.

이번 답사는 월드컵공원 내 평화의공원과 하늘공원을 답사했으며, 설계자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와 진양교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와 함께 공원을 거닐며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로 마련됐다.

월드컵공원은 난지도 쓰레기매립지가 공원으로 탈바꿈한 사례로, 평화의 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5개 공원으로 구성된다.

난지도 쓰레기매립지는 침출수와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시설이 없이 각종 쓰레기를 그대로 쌓아놓았던 것으로, 수도권에 짓기로 했던 매립지 건설이 늦어지면서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서울의 모든 쓰레기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 결과 매립량 9200만 톤, 높이 약 100m에 이르는 두 개의 큰 산이 됐다.

포화상태가 된 쓰레기를 그대로 두고 환경을 복원하자는 커다란 틀 안에서 공원조성 프로젝트가 세워졌다. 비슷한 시기에 추진된 선유도공원과 기본적인 맥락을 같이 한다. 정수장 부지였던 곳으로 산업시설의 유적을 문화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공원으로 만든 선유도공원처럼, 15년간 서울의 급변하는 산업사의 지층을 이루는 쓰레기에서 서울의 근대사를 들여다본다는 의미에서 쓰레기산을 그대로 두게 된 것이다.

2002년 월드컵경기가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1996년부터 안정화공사가 시작됐다. 안정화작업은 상부 복토작업, 사면 안정처리, 침출수 처리, 가스처리 등 크게 4가지이다. 특히 상부 복토작업은 매립지 위에 50㎝ 두께로 흙을 덮고 그 위에 가스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토목시트 멤브레인 두 겹을 깔아 쓰레기를 보존하고,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1m의 흙을 덮었다.

월드컵공원은 초창기 밀레니엄공원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시작됐다. 5개 공원 총 105만평의 부지였으며, 그중 평화의 공원은 12만평, 하늘공원은 5만평이다. 평화의 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은 안계동 대표가, 하늘공원은 진양교 대표, 노을공원은 최신현 씨토포스 대표가 설계했다.


설명 중인 안계동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한명철

‘평화의공원’은 월드컵경기장과 연결되어 있는 공원으로, 공원 1/3 이상이 월드컵경기장의 주차장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설계 전부터 ‘평화의 공원’이라는 이름도 정해져있었다. 당시 안계동 대표는 ‘평화’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설계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평화’라는 단어에 집착을 버리고 결국 공원에 온 사람들에게 주제전달을 하는 것보다는 평화의 주제를 자연과 인간의 공존 공생이라고 여기고 지금의 디자인을 하게 됐다고.

경기장에서 공원으로 넘어오는 데크가 또한 이미 건축설계에 포함되어 있었고, 경기장을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설계된 주차장까지 더해 평화의공원 부지까지 경기장에 종속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5개 공원 전체 부지로 봤을 때 경기장을 부대시설로 볼 수 있었고, 그래서 평화의공원 내 중심이 되는 원을 두고 못을 설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주차장도 오히려 공원을 중심으로 하는 동심원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실제 주차장에서 경기장까지 걷는 거리도 단축된 디자인이었다.

평화의공원 부지는 쓰레기산에 쌓인 쓰레기보다 더 지독한 젖은 쓰레기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침출수와 함께 쓰레기들이 늪지처럼 모여 있었다. 주차장과 비교했을 때 부지가 점점 낮아지는 형태였기에 공원 초입에서 지형을 들어 올린 후 점점 내려가는 형태로 설계했다. 이러한 지형적 조작을 통해 공원의 입구를 게이트가 아닌 지형으로 드러낼 수 있었으며, 시야 또한 멀리 볼 수 있게 됐다.

공원 가운데 원 형태의 연못은 월지(안압지)와 같이 사람이 이용하는 면은 기하학적인 선, 자연과 만나는 면은 불규칙하고 자연스러운 선으로 처리했다. 자연부분은 물과 완만하게 만나는 초지로 조성되어 있다. 설계 당시 2000년이었기에 원의 지름을 200m로 맞췄다고 한다. 



수공간의 가장 큰 특징은 수변데크 가장자리에 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난간문제로 한참 싸우다 수변에서 5m까지는 높이를 50㎝로 맞추겠다는 조건으로 난간을 뺄 수 있었다고 한다. 수공간의 깊은 곳은 2~3m정도로 깊다. 물이 깊지 않으면 수온이 급격히 상승해 녹조가 생기기 때문에 깊은 곳은 아주 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변데크는 하드우드로 별도의 방부 없이 웬만해서는 썩지 않고 20~30년 유지된다.

평화의공원은 16년이 지나는 동안 수목이 자라 캐노피가 됐어야 하는데 포장면에 식재된 수목은 더 자라지 않고 그대로이다. 식재위치를 빼놓고는 단단하게 다졌기 때문에 뿌리가 더 크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안계동 대표는 포장면에 심을 때는 그레이팅을 최대한 크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일본 같은 경우는 뿌리를 확대시키기 위해 포장면에 구멍을 뚫고 다공질 관을 넣어 산소를 공급하고, 가끔 비료에 물을 타서 관수를 하는 등 뿌리를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건설위주의 조경을 했기에 토목, 건축을 알아야했으나 요즘에는 개발시기의 조경보다는 정원, 관리, 리모델링 등 가꿔나가는 조경에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식물에 대해 많이 알고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설명 중인 진양교 ㈜CA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한명철

하늘공원에는 연간 100만 명 정도가 찾아온다. 하늘공원은 작은 고원 같은 형태로, 평화의 공원과 달리 거칠고 자연스러운 공원이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은 한양을 이루었던 내사산, 외사산을 조망할 수 있어 서울의 전망대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진양교 대표는 당초 이름을 ‘하늘초지공원’이라고 정했다고 한다. 올라오면 열려있는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하늘을 확실하게 서울시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수목은 심지 않고 초지로만 조성했다.

토목공사시 조경에서 지형에 변화를 줄 것이라 생각하고 기본적인 토목 배수구배를 만들어두었는데, 그 지형의 형태가 쓰레기의 형태일 것이기에 지형을 고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하늘공원은 억새가 유명하지만 최초의 설계는 억새가 일부에만 식재됐다. 동선을 따라 걷다보면 억새가 저 멀리 있다가 중앙부로 오면 억새와 만나는 설계였다. 전체적인 도면을 보면 생태지표종인 나비 모양으로 동선을 분리해 나비의 날개 패턴을 따라 키가 큰 수종인 억새, 해바라기, 띠 등를 식재하고, 아닌 부분은 억새보다 키가 작고 척박한 지역에 잘 자라는 수크령, 상록패랭이, 새덤, 사초류 등로 계획했었다.

당초 설계에는 없었던 미술가 임옥상 씨의 설치미술 ‘하늘을 담는 그릇’도 전체적인 경관이 나쁘지 않고 이용객들에게 인기도 많다.

진양교 대표는 “초기에 설계자가 생각했던 것들이 이용자들의 수요와 맞지 않으면 바뀌는 것이 공원의 숙명이다. 공원은 이용하면서 수요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며 그에 대해 설계자나 작가는 고집부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컵공원에는 3개의 공원이 더 조성되어 있다.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노을공원은 처음에는 대중골프장으로 개장했으나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전환되어 캠핑장, 파크골프장, 자연물을 이용한 어린이놀이터, 조각공원 등이 마련되어 있다.

옛날 샛강자리에 조성된 난지천공원은 매립지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과 함께 어린이놀이터와 운동장, 잔디광장 등 지역주민들을 위한 시설들이 있다. 강변의 정취가 느껴지는 난지한강공원에는 수영장, 자전거공원, 캠핑장 등이 있다. 


공원 중심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사는 경사램프와 스탠드, 계단으로 처리했다. 간접등은 판에 조명을 비춰서 반사로 비추는 형태로, 난지도의 난꽃 상징하는 이미지로 디자인됐다.

분수는 음악분수와 프로그램분수로 구분되는데, 음악분수는 음악에 맞춰 다양한 형태를 변화하는 분수이며, 프로그램분수는 음악 없이 몇 가지의 형태로 변화하는 분수이다. 이곳에 설치된 것은 프로그램분수.




자연스러운 호안에는 갈대, 부들, 줄 등을 식재했다. ⓒ박정아


물의 흐름을 보면 정수된 물이 위쪽 폭포로 나와서 연못에 고였다가 넘쳐 공원을 흐르고 난지천공원을 거쳐 한강으로 간다.


연못 옆으로 강한 축선은 당시 ‘천년의 문’이라는 지름 20m의 원형 강한 건축물과 연결될 계획이었으나 결국 구조적인 이유로 무산이 되어 길만 남았다. 안계동 대표는 축의 끝에는 유명한 기념관이 하나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아


축의 시점인 광장에는 별자리와 12지간을 넣어 밤에 보면 아름답게 빛난다.


평화의공원에서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하늘공원 탐방관리소. 드넓은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리소와 화장실을 제외한 시설은 설치하지 않았다.


임옥상 씨의 설치미술 ‘하늘을 담는 그릇’

하늘공원의 전경 ⓒ박정아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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