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세계속의 한국정원 3

신현돈 논설위원(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03-07

 

세계속의 한국정원 3




_신현돈(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올해는 일본 제국주의의 국권침탈과 잔혹한 압제에 항거하여 3.1운동이 전국에 퍼진지 어느덧 100주년 되는 해이다. 이러한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중심에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 항일투쟁을 위해 러시아 연해주로 대거 이주한 고려인이 있었다. 이후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정책으로 17만 명 이상의 고려인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게 되었으나,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고려인들은 이주의 자유를 되찾았고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많은 수의 고려인이 연해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연해주에서 현재의 우즈베키스탄등 유아시아 지역으로 스탈린의 강제 이주 령에 의해 혹독한 기후 조건과 식량 부족으로 이주 과정에서 많은 수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강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동토의 땅에 황무지를 개척하고 한인 집단농장을 경영하는 등 소련 내 소수민족 가운데서도 가장 잘사는 민족으로 뿌리를 내렸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카레이스키(корейский) 즉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은 스스로를 고려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카레이스키'로 알려진 고려인은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던 한민족들이 스스로를 ‘꼬료사람’이라고 부르는 데서 기인하여 최근엔 중국의 조선족과 비교해 '고려인'이라고  호칭하는 데서 명칭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러시아어로 까레이츠(남자) 까레얀까(여자)로 불리던 재소지역 고려인 동포들은 지금도 스스로를 고려사람(꼬료사람)이라고 부른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등 독립국가연합 내에 살고 있는 한인 교포들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용어이다. 이러한  고려인들의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하는 장소로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은 해외 한국정원으로써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과거 이곳으로 내몰렸던 고려인의 아픈 기억을 보듬어 안고 그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일깨워주며 고향을 회상하게 하는 한국정원의 성격을 지닌다.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은 조선시대 정원양식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 정원의 특징을 보여주어 향수를 달래 주도록 고려정원의 특징인 강한 대비의 공간구조, 축성에 의한 누대(樓臺), 관상위주의 화오정원, 종루정원을 만들었다. 기로세련계도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행사의 장으로 고려인 마당과 축성에 의한 기단과 화장오(花藏塢)를 조성하여 박제된 전통조경이 아닌 다양한 한류의 전통문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고려인을 비롯한 한국인과 유라시아 이방인을 손님으로 맞아 풍류를 즐기는 대한민국의  전통정원이며, 경관 미학과 자연에 대한 해석, 시적 여운을 담고 정을 드러내는 치유의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고려시대 궁궐 정원인 만월대(滿月臺)에 대해 남겨진 기록들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 한국정원의 큰 요소들을 재현하고 재해석코자 하였다. 다만 좌묘우사(左廟右社) 전조후시(前朝後市)를 따르는 만월대의 전체적인 배치를 타슈켄트 대상지의 특성상 따르지 못하였으나 공원의 동측에 제향공간과 문화공간으로 활용 할 수 있는 고려인 마당와 무대를 배치하고, 북측에는 매림(梅林)을 조성하여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고려인 마당은 만월대 중 문화행사와 격구 경기를 하던 큰 마당인 구정(毬庭)을 형상화하고 전체적인 형태는 조선시대에 김홍도가 그린 만월대 아래에서 기로세련계회의 장면을 실사한 그림인「기로세련계도(耆老世聯稧圖)」를 바탕으로 하여 마스터플랜을 진화하였으며, 명절과 특별한 날에 고려인과 타슈켄트 시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였다. 타슈켄트 서울공원 남측에는 누대와 바깥마당, 간정, 앞마당과 ‘돌의 도시’인 타슈켄트를 상징하며 우즈베키스탄으로 이주한 17만 명의 고려인을 위로하는 17개의 서석을 연못 주변에 놓아 타슈켄트와 서울이 어우러지는 스토리텔링 기법과, 화강석을 다듬어 만든 누혈(漏穴)을 통과하며 물이 떨어지는 연못에 이야기와 표정을 담았다. 또한 고려시대 정원 기록을 참고하여 신선사상을 사상적 근간으로 삼고 곡지 구현과, 화원(花園) 및 화오, 격구장(擊毬場), 정자(亭子), 객관원(客館苑), 석가산(石假山) 등 기존 연구된 고려 궁궐 조경 특성을 도입하고, 만월대(滿月臺), 수창궁원(壽昌宮), 문수원(文殊院) 등 현재 미비 하게 남겨진 고려시대 궁궐, 불교 사원 정원 유적들을 참조하여 한국 전통정원의 경관을 보여 주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의 디자인 관점은 한국정원의 특정 유형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의 눈에 읽혀지는 고려문화와 한국성의 재해석이 중요시 되었다.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고려인들의 고매(高邁)한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고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유아시아와 교역을 이루었던 것처럼 해외 한국정원에서의 산책을 통해 대한민국 문화를 알리고 고향을 잃은 카레이스키에게 위로와 향수를 달래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겨울은 혹한과 폭설이 빈번하다. 한국정원 연못은 투영성을 강화시키고 흰 눈과 강한 대비를 이룰 수 있는 담장과 취병을 배치하여 달과 매화를 감상하는 풍경을 연출하였다. 이는 우리의 선비들이 얼음덩이를 잘라내어 그 속에 촛불을 밝혀 매화를 감상하던 빙등조빈연(氷燈照賓筵) 의 고요를 마주하기 위함이다. 기나긴 겨울 방지(方池)가 얼음으로 덮히면 연해주로 쫒겨나 독립운동을 펼치던 고매(高邁)한 카레이스키의 기상이 매화꽃으로 피어 날 것이다. / 신현돈.2014년9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는 치르치크 강의  퇴적 사토로 이루어진 평지형의 도시이다. 타슈켄트 서울공원의 주요 전략인 지형의 조작이 쉽지 않았으나 마스터플랜 수립시 절토량을 생성시켜 단조로운 경관에 변화를 주었다. / 신현돈.2014년9월
 

누정은 공연시 가면, 의상, 소도구 따위를 준비하여 두고 연희자들이 그 안에서 분장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개복청(改服廳)으로 사용된다. 누정에서 사분합문(四分閤門)을 열어 젖히면 한류마당-취병원-누정-서석지-바부르공원의 경관축과 마주 할 것이다. / 신현돈.2014년9월 
 

후원에 조성된 스토리텔링 길은 서울로부터 5,000km나 떨어져 있는 타슈켄트의 지리적 거리와 1937년의 강제 이주로부터 80여년 넘게 지난 현재 고려인의 심리적 거리를 내포하는 타슈켄트 내의 서울공원이 또 다른 한국, 또 다른 서울, 또 다른 별서를 의미하게 한다. / Игорь Тен.2014년10월


우즈베키스탄 한국정원 대상지인 바부르 공원은 건국 영웅 모하메드 바부르 장군의 저택을 공원으로 만들어 1392년 시민에게 개방 한 것이다.고온건조한 타슈켄트의 여름 날씨에 대비한 참나무 군락이 발달되었고 대상지의 지하수위가 높은 관계로 물푸레나무림이 나타난다. 방문객에게 이런 경관적 요소를 유경(遊景)으로 체험하게 하였다. / 신현돈.2014년9월 


타슈켄트 서울공원은 타슈켄트와 서울 사이에서 고려의 미학, 한국성을 알리고 문화교류에 기여할 수 있다. 17만 고려인의 후손을 맞이하여 한국정원에 스며있는 미학을 통해 자신의 뿌리, 고향 경관에 대한 기억 회복을 돕는다. 개막식에 테이프 컷팅하는 타슈켄트 시장,서울시 정무부시장 / Игорь Тен.2014년10월

글·사진_신현돈 대표이사 ·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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