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업계의 죄 의식 없는 지적재산권 침해...

턴키로 발주한 교량의 디자인 권리 침해 심각
기술인신문l기사입력2021-06-02

 

몇 년 전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소송이 국·내외 디자인계의 화두가 된적이 있다. 애플이 자사 아이폰의 디자인을 삼성이 도용했다면서 특허침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라고 청구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디자인특허 소송의 핵심은 애플이 삼성전자가 ①모서리가 둥근 검은 사각형을 적용한 특허(D677) ②액정화면 베젤(테두리)을 덧댄 특허(D087) ③계산기처럼 격자 형태로 애플리케이션을 배열한 특허(D305)로 등 총 3건에 대해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의 보호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디자인의 경우 상품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재권 소송의 단골손님이 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기술만 특허를 신청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기술과 디자인 모두를 특허 신청해 자신들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호한다.

디자인 특허의 출원 대상은 물품의 구성이나 형상, 물품에 적용된 표면 장식, 또는 구성과 표면 장식의 조합 등이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에도 디자인 특허를 보호하고 있다. 특허권의 존속기간은 특허출원일 후 20년이다. 미국은 등록일로부터 14년의 디자인 특허 보호기간을 두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므로 디자인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이 만든 폰케이스의 디자인인 보딩패스(비행기 탑승권) 모양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탑승권 케이스로 유명한 ‘케이스티파이’를 표절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는 대한항공의 폰케이스는 표절이 아니라 모티브라고 주장한다.

표절과 모티브의 경계는 무엇인가. 표절은 원작을 숨기고 의도적으로 베낀 후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인 척 속이는 행위며, 모티브는 ‘동기를 얻게 해준 원동력’을 의미한다. 동기부여를 통해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Al Ittihad Bridge ⓒ WAM
 

건설에서의 표절과 모티브의 경계는 무엇인가?

최근 턴키로 발주한 연륙교를 수주한 대기업이 제출한 교량 경관 디자인이 소기업인 A사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사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법률대리인을 통해 '저작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을 한 상태이다.

이에 앞서 조달청에서 턴키로 발주한 모 지자체의 진입도로 연결교량에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D사가 중국의 한 교량을 표절해 디자인 업계에서 논란이 있었다. D사는 문제의식 없이 중국의 교량를 표절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D사는 두바이의 한 교량을 표절한 디자인으로 당선이 되기도 했다.

디자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자인권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취득하기에 적합한 지식재산"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첨단 기술을 개발하면서 수많은 특허권을 갖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디자인권이라는 작은 권리로 회사를 지켜낸다.

턴키는 창의성이 필요한 설계를 할 때 발주처가 민간에 제안을 받는 발주제도이다. 그러나 우리 건설업계에서는 문화계에서 금기시 하는 표절에 대한 어떤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대해 "입찰안내서에 단 한 줄 지적재산권에 대한 표현이 들어갔어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디자이너의 힘 잃은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린다.


중국 Jiubao Bridge
글_조재학 기자 · 기술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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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키워드l건설, 지적재산권, 교량,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