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산림조경학과 서예람, ‘2023 라펜트 대학생 조경답사기 공모전’ 대상

대상작 “해석을 넘어 비평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평
라펜트l기사입력2023-06-29

 

‘2023 라펜트 대학생 조경답사기 공모전’에 서예람 건국대 산림조경학과 학생의 ‘마포문화비축기지, 건축인가 공원인가?’가 대상을 차지했다. 우수상은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서민정 학생의 ‘뉴욕에서 만난 조경’에 돌아갔다.

장려상에는 ▲박지수 한경대 식물자원조경학부 학생의 ‘잊혀짐을 담는 조경’ ▲박서영 공주대 조경학과 학생의 ‘공산성 답사를 통한 자연 속 전통의 이점과 재해석’ ▲최서진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 학생의 ‘위례, 사람을 위해 호수 공원에 펼친 라비앙로즈’ ▲강민석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학생의 ‘조그만 섬, 거대한 힘’이 선정됐다.

녹색문화예술포털 라펜트가 주최하고 한국종합기술과 도화엔지니어링이 후원한 ‘2023 라펜트 대학생 조경답사기 공모전’ 최종심사 결과가 28일(수) 발표됐다.

이번 공모전은 조경관련 대학생들의 현장답사 및 전문성 배양을 장려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국내외 공원, 정원, 도시숲 등 전통 및 현대 조경공간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공모 심사는 총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1차 심사에서는 김진오 경희대 교수, 오정학 경기도시공사(GH) 박사, 주명돈 전무(한국종합기술)의 검토를 거쳐 총 9편이 본심에 올랐다. 대부분의 답사기가 대상지에서 보고 느낀 것을 꼼꼼히 잘 정리했으나, 스스로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서투르거나 사적인 감상이 많아 공적 글쓰기라고 보기 힘든 원고들이 주로 걸러졌다.

2차 심사에는 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 회장, 장영지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문학박사)가 참여했다.

심사위원단은 대상작인 ‘마포문화비축기지, 건축인가 공원인가?’에 대해 “비판적 안목이 엿보이고 근거 제시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해석을 넘어 비평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우수작인 ‘뉴욕에서 만난 조경’은 복수의 대상지를 다룬 이유와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으나, 스스로의 생각을 이끌어가는 추진력과 가독성이 돋보였고, ‘잊혀짐을 담는 조경’은 탈신성성이 오늘날 현대인의 모든 체험을 특징짓는 가운데, 제례적 공간의 성(聖)적 기표가 갖는 힘과 영원성을 조명하려 한 점이 좋았다고 전했다.

대상을 수상한 서예람 학생에게는 상장과 상금 100만 원이, 우수상을 수상한 서민정 학생에게는 상장과 상금 50만 원이 수여되며, 장려상과 가작에는 상장과 부상이 전달될 예정이다.

심사총평│김태경 (사)한국조경학회장 / 강릉원주대 교수

예비 조경가들의 답사기를 보니 30여 년 전 기술사 시험장의 어느 감독관 말이 생각났다. 자신은 답안지 제일 앞장만 보면 합격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공계인들이라 문장 구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였다. 글을 쓴다는 것, 조경인이 글을 쓴다는 것, 그 글이 기행문이라는 것 등이 쉽지 않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참가해준 조경글쟁이 후보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공간을 설명하는 것이 쉬운 일인가? 어떤 글은 거의 논문 수준이었고, 행태조사를 연상시키기도 했으며, 혹은 비평,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설계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만큼 평가의 잣대 마련이 어려웠다. 그나마 기술인의 것임에도 글읽기에 크게 문제가 없어, 몇 편의 글을 읽다 보니 마치 공원을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 혹은 저녁노을을 마주하기도 하면서 발걸음을 세는 듯한 기분도 들게 하였다. 여러 번 가본 곳도 있었고 처음 듣는 곳도 있었지만 생경하지 않을 정도로 친근감이 생기는 것은 글쓴이의 힘이었을 것이다.

왜 이런 자리가 왜 이제야 마련되었을까? 반성이 필요하다. 조경 산업이 정점을 찍었던 10여 년 전까지 조경계에 이런 자리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등산객은 산을 오를 때 못 보던 진정한 자연의 모습을 하산길에 비로소 발견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다른 한편으로는 조경계에 그만큼 여유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조경, 다양한 깊이로 보는 조경, 이것을 여유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일찍 이런 기회를 가졌다면 더 큰 발전이 있지 않았을까?

코로나19로 이동이 통제되었던 어느 날 그간의 해외답사 횟수를 세어 본 적이 있었다. 45개국 정도... 그런데 여행기를 기록해본 적이 딱 한 번밖에 없다. 이번의 답사기를 보면서 후회스러운 느낌이 든다. 대단한 기록은 아닐지라도 켜켜이 쌓인 여행기가 어느 사람에겐 길잡이가 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그 유일하게 남은 한 번의 기록은 책자가 되어 책장에 끼워져 있다. 사실적 글이긴 하지만 가끔 그것을 펴보면 사실 이상의 추억이 나를 그곳으로 다시 보내주곤 한다. 중세 유럽에서도 여럿의 여행기가 지리상의 발견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도 이런 답사기를 통해 조경에서의 신대륙 발견을 기대하면서, 이런 글쓰기 경쟁의 장을 계속 이어가 주길 라펜트에 바란다.


심사총평│안세헌 (사)한국조경협회장 / 가원조경설계사무소 소장

2023 라펜트 대학생 조경답사기 공모전 최종 심사에 9개의 작품이 올라왔다. 원고를 읽으면서 동시대 조경을 배우는 학생들의 조경 인식과 조경 답사에 대한 새로운 젊은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9개의 답사기 중 부산광역시 남구에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묘지를 답사한 경험을 담은 ‘잊혀짐을 담는 조경’을 뜻깊게 읽었다. 이 답사기는 주변의 맥락에 대한 이해와 조사, 그리고 유엔기념묘지가 갖고 있는 특수한 경관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공간을 텍스트로 전달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었다. 더 나아가 추모 공간에 대한 조경적 해법의 제시와 작가의 제안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조경답사기는 단순한 공간의 나열과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 이전에 반드시 경관의 맥락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조사가 이루어지면 훨씬 좋은 답사기가 완성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공간의 본질에 대한 접근과 나름대로의 해석은 향후 답사를 통해 좋은 조경가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심사총평│장영지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문학박사

9편의 답사기, 즐겁게 읽었습니다. 답사 공간에 대한 충실한 기술 덕분에 그 공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고, 공간에 의미를 부가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감상도 인상적입니다. 좋은 글은 여러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좋은 제목을 붙여보자는 것입니다. 제목은 글의 첫인상을 결정하고, 독자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킵니다. 걷고 싶은 공간, 머물고 싶은 공간처럼 글도 읽고 싶은 글이 되면 좋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기 바랍니다.

다음은 9개 본선 심사작에 대한 총평입니다. 

< 조그만 섬, 거대한 힘 >은 개인적인 감상이 주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특히 사람들의 “기억”이 “길이라는 물리적인 형태로 세상에 남겨진 것”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그 공간을 지나치고 머무르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공간의 일부가 된다는 인식에 따라 비판적인 질문을 제기한 점도 좋습니다. 다만, 조경과 공간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지식(또는 정보)적인 측면도 보강되면 더욱 좋은 답사기가 되겠습니다. 

< Good Bye Covid, Hello Beautiful Nature >는 적합한 사진을 제시하여 글의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낮과 밤, 서로 다른 시간에 경험하는 공간의 분위기를 포착한 점도 좋습니다. 포토존 등 이용자 중심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점 역시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원에 찾아올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포인트”를 드러내 주어 즐겁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사진만큼 공간에 대한 서술도 구체적일 필요가 있으며 역시 지식(또는 정보)적 측면도 보강되면 좋겠습니다. 

< 공산성 답사를 통한 자연 속 전통의 이점과 재해석 >은 필자의 감상과 해석, 공간에 대한 지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글입니다. 해당 공간을 충실히 기술하면서 사진을 함께 제시하여 가독성을 높인 점도 좋습니다. 조경과 건축물의 조화를 잘 짚어내고, 과거의 조경과 건축물의 의미를 토대로 현대적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 점도 좋습니다. 

< 기찻길을 걸어볼까, 대구 아양 공원 >은 필자와 함께 길을 걷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필자의 말처럼 “조경의 다양한 사례를 몸으로 느껴” 볼 수 있는 글입니다. 필자의 서술에 따라 계속해서 연결되는 공간을 즐겁게 발견하며 감상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적인 감상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지만, 효과적인 글이 되기 위해서는 구조를 정돈하고 조직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잊혀짐을 담는 조경: 재한유엔기념공원을 다녀와서 >를 읽으며 엄숙하고 경건한 공간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문단 소제목을 제시하여 글의 성격을 명확히 하려고 한 점, 공간에 대한 기술, 얼마간의 평가도 인상적입니다. 역사를 기록한 공간이 지금 이용객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수 있을지, 이러한 추모(기억) 공간에서 조경의 역할이 무엇인지 살피려고 한 점도 좋습니다만, 그 내용은 앞으로 차차 보강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애도의 감정을 채우는 드넓은 평선과 축선’ 부분은 앞으로도 더 발전시켜 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 뉴욕에서 만난 조경 >은 뉴욕의 다양한 공간에 관해 쓰고 있습니다. 잘 읽히는 문장이 인상적이며, 공간에 대한 이해와 감상, 해석도 좋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처럼 적절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한 문단을 끌어가는 힘도 있다고 보입니다. 다만 뉴욕의 여러 공간이 임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결론에서 “뉴욕에서의 조경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발견했다”고 쓰고 있지만, 글의 전개 또는 구조가 보다 명확하면 더 좋은 글이 될 것입니다. 

< 마포문화비축기지, 건축인가 공원인가 >는 비판적인 질문을 제기하며 시작되는 글입니다. 이 질문을 끝까지 가져가면서 공간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이 좋습니다. 필요한 정보(역사적 사실)를 제시하여 글의 논지를 탄탄히 전개하려 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다만 ‘방치된 공간, 낮은 이용도’에 대해 말하려면 이러한 진술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지적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면 글 전체에 대한 의문으로 확장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 자연과 어우러진 호수 공원의 매력: 세종 호수 공원 >은 필자와 함께 답사를 준비하고 답사를 다녀오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적절하게 제시한 사진이 글을 보조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과 다르게 보고 경험할 조경 전공자의 시각이 궁금합니다. 이 질문이 끝까지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점이 아쉽습니다. 

< 위례: 사람을 위해 호수 공원에 펼친 라비앙로즈 : 위례 신도시의 위례 호수 공원과 위례 휴면링 답사기 >는 독자를 집중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갑작스러운 발견과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에 막 입학한” “새내기”답지 않은 문장도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공간과 조경 지식이 축적되면 해석과 의미가 부가된 글을 쓸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이상으로 총평을 마칩니다. 참여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공모전을 계기로 앞으로도 답사와 글쓰기를 지속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글_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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