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모듈화, ICT, 드론을 통한 탄소중립형 조경 기술의 발전

김호걸 논설위원(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라펜트l기사입력2023-08-24

 

모듈화, ICT, 드론을 통한 탄소중립형 조경 기술의 발전




_김호걸 청주대 조경도시계획전공 교수



탄소중립 시대에 사는 우리는 조경 기술의 발전에도 탄소중립을 고려해야 한다. 조경 공간은 탄소흡수원으로서 역할을 하지만,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기도 한다. 가능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탄소중립형 조경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분야의 최신기술과 접목을 통해 효율적인 기술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기고에서는 모듈화, ICT, 드론을 통한 탄소중립형 조경 기술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조경 기술의 모듈화 방안

모듈화란, 복잡한 시스템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관리하는 방법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하드웨어 설계, 시스템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이다. 조경 기술의 모듈화는 조경 설계, 시공, 유지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관련된 기술과 작업을 독립적인 모듈로 구분하고 개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모듈화된 기술은 각각 독립적으로 동작하면서도 연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는 조경 작업의 단순화와 표준화를 도모하며, 유연하고 쉽게 조경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조경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전 과정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모듈화에 기반을 둔 조경 설계, 시공의 도전 사례들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현재 주로 적용되고 있는 모듈화 기술은 바닥 포장재나 벤치와 같은 재료 및 시설물을 모듈화하는 것이다. 국내 한 조경 재료 제작 회사에서는 개인이 직접 시공이 가능한 모듈화된 정원 자재를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자연석의 경우, 품질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심하고, 전문가가 아니면 시공이 어려우며, 예상도와 동일한 시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모듈화된 자재는 품질이 균일하고, 가격이 저렴하며, 설계 예상도와 동일하게 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는 점에서 시장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Landscape times, 2017.02.03, 링크).

더 적극적인 시도로는 조경을 포함하는 공간의 주요 구조물을 모듈화하려는 해외 사례도 있다. 2019년 개최된 베이징 원예 엑스포에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조성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되는 Penda design의 모듈화된 엑스포 파빌리온의 설계안이다. 엑스포 파빌리온은 일반적으로 방문자가 입장하기 위해서 줄을 서는 공간으로 상징적인 건축물로 지어진다. 해당 설계안은 파빌리온 구조의 내부와 외부가 모두 전시 요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목재로 된 모듈을 활용하여 빌딩 블록 네트워크를 조성하고자 하였다(dezeen, 2017.01.19).


Penda design 스튜디오가 제안한 2019 베이징 원예 엑스포 파빌리온의 모듈 기반 설계안 이미지(출처 : 링크)

위의 사례들은 주로 재료의 모듈화에 초점을 맞춘 사례이지만, 실제 조경 기술의 모듈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대상들을 모듈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조경 계획, 설계, 시공을 지원하는 데이터의 모듈화다. 단계별 조경 작업에 요구되는 데이터는 무수히 많을 수 있다. 수집되거나 이용되는 데이터를 지형 데이터, 식물 데이터, 기상 데이터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을 모듈로 분리해서 관리하면 서로 다른 작업 단계에서도 혼란스럽지 않게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이용할 수 있다.

둘째, 조경 계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모듈화다. 단계별 조경 작업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수행된다. 하지만, 계획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세부적인 항목별로 모듈화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면, 시공 및 유지관리 차원에서도 해당 소프트웨어의 모듈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지관리 측면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기능에 따라서 모듈화할 수 있다.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자동화 제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등을 독립적인 모듈로 분리함으로써 소프트웨어 관리 및 업데이트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셋째, 조경 시공, 유지관리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의 모듈화다. 조경 시공 및 유지관리에 사용되는 하드웨어들을 각각의 모듈로 분리한다. 측량, 절성토, 운반, 드론, 센서, 컨트롤러 등을 독립적인 모듈로 구성하여 작업의 전문성 및 작업 간 유연성, 모듈별 업그레이드 용이성, 협업 용이성을 높인다.

넷째, 조경 관리 대상에 초점을 맞춘 관리 기능의 모듈화다. 예를 들어, 교목 관리 모듈, 관목 관리 모듈, 잔디 관리 모듈, 시설 관리 모듈, 건축물 관리 모듈 등으로 관리 대상을 중심으로 관리 기능을 모듈화하는 것이다. 이는 주요 관리 대상별 맞춤 관리 기능을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관리자의 업역을 구분하는 등 효율적인 관리를 지원할 수 있다.

다섯째,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의 활용을 통한 모듈 간 상호작용 및 데이터 공유를 원활하게 돕는다. 각 모듈은 표준화된 API를 제공하여 다른 모듈과의 상호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모듈화된 조경 기술은 유연성, 재사용성, 업그레이드, 협업, 공사비 산출 등에서 장점이 있다. 각 장점을 세부적으로 설명해보면, 각 모듈이 독립적으로 동작하므로 필요한 모듈만을 선택하여 조경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모듈화된 기술은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재사용이 가능하며,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필요할 경우, 특정 모듈만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하여 기술의 업그레이드를 쉽게 할 수 있다. 각 모듈은 독립적으로 개발되므로 여러 팀 또는 조직 간의 협업이 쉽다. 모듈화 기술을 활용하면, 시공에 필요한 자재의 수량을 파악하기가 쉬우며, 공사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도 낮아지므로, 재료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 산출이 쉬워진다. 이처럼, 모듈화된 조경 기술은 조경 설계, 시공, 유지관리의 표준화를 도움으로써 작업의 효율성을 크게 증진할 수 있다. 따라서, 조경 분야에 모듈화를 적극 도입하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조경 유지관리 기술의 ICT 접목 방안

ICT란,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의 약자이며, 정보통신기술을 의미한다. ICT는 컴퓨터, 통신, 전자, 미디어 등 다양한 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정보의 생성, 저장, 처리, 전송, 활용 등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ICT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조경 분야에서 ICT를 접목하게 되면, 주로 유지관리 기술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조경 공간의 자동화된 유지관리, 환경변화 모니터링, 모니터링 데이터 분석을 통한 대응, 유지관리에 드는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ICT를 활용한 조경 유지관리 기술의 주요 분야는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첫째, 센서 기술이다. 다양한 종류의 센서들을 조경 지역에 배치하여 온도, 습도, 조도, 토양 수분 상태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조경 수목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

둘째, 자동화된 유지관리 기술이다. ICT 기술과 로봇 기술을 결합하여 자동화된 유지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센서로부터 수집된 온도, 습도, 토양 수분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수 시스템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자동화가 가능하다.

셋째, 원격 모니터링과 제어 기술이다. ICT 기술을 통해 원격에서 대상지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작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력과 시간을 절감하면서도 조경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는 센서 기술 및 자동화 기술과도 밀접하게 연계된다.

넷째, 데이터 분석 및 예측 기술이다. 센서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더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한다. 예를 들어, 특정 식물 종의 성장 패턴을 분석하여 더 적합한 유지관리 계획을 수립하거나, 집중호우 및 태풍 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피해를 예측하여 조기에 대응할 수 있다.

다섯째,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많은 조경 관련 정보들은 현장에서 면밀하게 조사 및 수집되었더라도 장기간 보관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수집된 데이터들을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관리함으로써, 데이터의 안정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며, 여러 기관이나 조직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ICT를 활용한 조경 유지관리 기술은 조경 환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유지 보수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며, 보다 지속 가능한 조경 관리를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 사례로서, LH 토지주택연구원에서는 2020년 ‘조경 수목 및 시설물 통합 유지관리시스템 마련 연구’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공원녹지를 대상으로 조경수목, 시설물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ICT 기반 유지관리를 위해 요구되는 시스템 방향, 업무 프로세스, 유지관리 내용 등에 대해 제시하였다. 해당 연구도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높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이나 지원체계가 부족하다는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LH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관과 사업에서 적용 가능한 ICT 기반 조경 유지관리 기술의 개발을 위해서는 관련 R&D 과제의 계획 및 수행, 정부나 기관의 관심 등 적극적인 노력과 협의가 필요하다.


조경 수목 및 시설물 통합유지관리시스템 프로토타입의 주요 구성 >(출처 : LH토지주택연구원, 2020)


드론 기반의 조경 기술 발전 방안

드론을 활용한 조경 기술 또한 조경 계획, 설계, 유지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는 ICT 기술과도 연관성이 높은 기술로서, 드론에 접목할 수 있는 자동화 기능과 다양한 센서를 활용하여 조경 지역의 측량, 시공 현장 모니터링, 유지관리, 조경 공간 내 문제 발견 등 다양한 작업에 사용될 수 있다. 이미 많은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하고 있지만, 본 기고에서 다시 한번 드론 기반의 조경 기술 발전 방안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드론을 활용하여 발전가능한 조경 기술은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첫째, 측량과 설계 분야 지원 기술이다. 드론은 GPS와 지상 컨트롤 포인트를 이용하여 조경 지역을 정확하게 측량하고, 3D 지도를 생성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여 조경 설계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경사, 건물, 도로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최적의 조경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둘째, 현장 모니터링 기술이다. 드론을 이용하여 주기적으로 조경 공사 지역을 모니터링하여, 공기에 맞추어 시공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설계 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지역은 없는지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또한, 드론은 높은 위치나 액세스 어려운 지역에도 도달하여 건물, 구조물, 또는 조경 요소들의 파손이나 문제를 신속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기에 문제를 인지하고, 빠르게 조치를 취하여 추가 손상을 방지할 수 있다.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식물의 건강 상태나 성장 상태를 파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대량으로 식재된 수종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여 식물의 생장 상태를 분석하거나, 잘못된 부분이나 질병에 걸린 지역을 검출하는 등의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

셋째,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지원하는 기술이다. 드론은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토양 조건을 모니터링하고, 특정 지역에 필요한 비료나 물의 양을 결정하여 더 효율적인 유지관리를 도와줄 수 있다. 드론을 활용한 조경 유지관리 기술은 인력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하고, 조경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사용할 때는 지역의 법규를 준수하고,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문제에 유의하여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제안된 조경 기술에 대한 모듈화, ICT 접목, 드론 활용을 통해서 탄소중립형 조경 기술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 탄소중립형 조경 기술은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의 기본적인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의 조경 기술 발전을 위한 노력을 통해 자연과 조경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아름다운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Landscape times, 2017.02.03. “취향저격! 내 맘대로 꾸미는 이노블록 ‘모듈정원’ 돌풍”(링크)
LH토지주택연구원, 2020. 조경 수목 및 시설물 통합 유지관리시스템 마련 연구
dezeen, 2017.01.19. “Penda designs modular wooden "village" for Beijing Horticultural Expo”(링크)
글_김호걸 교수 · 청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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