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건설사 구조조정, 후폭풍 ‘예고’

자산매각·인력감축… 하도급업체도‘칼바람’
한국주택신문l기사입력2010-07-02

 

지난달 25일 구조조정 대상이 된 65개사 가운데 건설사는 16개 업체(C등급 9곳, D등급 7곳)가 포함됐다. 현 정부 들어 이번이 세 번째 구조조정으로 지금까지 52개 건설사가 강제 워크아웃이나 퇴출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C등급 건설사 9곳은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중앙건설, 한일건설, 청구, 한라주택, 제일건설, 성우종합건설 등이며. D등급 건설사 7곳은 금광건업, 금광기업, 남진건설, 진성토건, 풍성주택, 대선건설, 성지건설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워크아웃 대상으로 판정된 C등급 건설사는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 작업이 추진되며 D등급 건설사는 채권금융회사 지원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다.


▲전국 30개 건설사 노동조합으로 이뤄진 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은 지난달 30일 서울 대림동 연맹 사무실에서 6.25 구조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사가 적은 자본으로 시공사의 보증과 금융권의 대출에만 의지해 주택을 짓다가 개발업자가 도산하면 시공사가 그 책임을 전적으로 지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현재의 주택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건설사의 퇴출과 생성은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C 등급, 조직 슬림화 등 구조조정 들어가

벽산건설·신동아건설·남광토건 등 C등급 건설사들은 조만간 채권은행과 워크아웃 추진 계획 등을 협의한다. 우선 대규모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등 구조조정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워크아웃 대상 업체에 대해 경영정상화 계획 수립 등 워크아웃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위해 워크아웃 건설사 등의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해외건설계약 등 보증서 발급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의 경우 자산매각,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신규수주 제한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어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지난해 초 1차 구조조정에서 C등급 결정이 내려진 우림건설의 경우 임직원을 3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축했다. 워크아웃 중인 동문건설도 한때 300여명이던 직원이 100명 안팎으로 줄었다.

이번에 C등급을 받은 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3개월동안 주채권은행의 실사를 거쳐 이행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대형사업 입찰은 어려워지겠지만 소규모 공사는 예정대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예정자 ‘조마조마’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 예정자들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분양 금액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 제 날짜에 입주할 수 있는지 전전긍긍하는가 하면 아예 아파트 분양계약 해지를 고민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분양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을 받기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건설사라고 해도 납부한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 분양대금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도금 무이자 혜택 중단이나 입주 지연 등 계약 조건과 다른 상황도 있을 수 있어 계약자들은 건설사 등의 안내 통지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대한주택보증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모든 분양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대상 업체의 분양계약자도 정기적으로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은 모두 보호받는다.

C등급 업체는 직접적인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 사고처리 대상이 아닌 만큼 이들 업체가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계약자는 정상적으로 분양대금을 납부하면 된다. 다만 자금관리를 위한 계좌변경 등의 안내통지가 있을 경우에는 반드시 변경된 분양대금계좌로 납부해야 한다. D등급 업체의 사업장은 분양대금납부 등의 사항을 분양계약자에게 별도로 통지할 예정이다.

보증이행을 받는 보증사고 대상은 ▲건설업체가 파산 혹은 사업을 포기 ▲계획 공정률 대비 시행 공정률이 25% 이상 지연 ▲실행 공정률 75% 초과 진행된 상태에서 계획 공정률보다 6개월 이상 지연 ▲시공사 부도 파산 등으로 공사 중단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 등에 한한다.

보증이행 내용은 보증사고시 공사를 계속해 입주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며, 분양계약자의 3분의 2이상이 환급이행을 원하는 경우에는 그동안 납부한 분양대금을 되돌려준다. 다만, 사업주체 또는 시공사가 정상적인 사업수행이 가능하거나 회생절차를 개시한 경우 대한주택보증의 관리 하에 공사를 계속할 수 있다. 또 공사비 대신 받은 대물분양아파트, 허위계약, 대출받은 중도금 등의 이자, 옵션비용 등은 분양보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도급업체 ‘나 어떡해’
건설사의 구조조정은 향후 하도급 및 협력업체 도산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회사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견 주택건설사로부터 공사 하도급을 받는 전문건설업체와 자재업체, 부품업체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철근, 시멘트 등 자재업체는 자재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지난달 25일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이내인 건설업체들은 평균 490여 개의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101~200위 업체는 260여개, 201~300위 업체는 110여개 가량이다. 공사 현장 한 곳당 투입되는 하도급 업체는 현장 규모에 따라 20~40곳 정도다. 가령 한 업체가 5개의 공사 현장을 갖고 있다면 100~200개의 하도급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한 업체당 공사대금은 평균 수억~수십억 원에 이르지만 원청 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공사대금을 언제 받을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원청업체가 사전에 돈을 줄 때도 있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나중에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구조조정 대상 업체로 선정된 후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까지는 통상 3~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하도급 업체는 이 기간동안 꼼짝없이 자금이 묶이게 되는 셈이다. 또 기존에 받았던 어음도 현금화하기가 어려워진다.

전문건설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들은 전체 공사대금의 23% 정도를 어음으로 받고 나머지는 현금과 대물(代物)로 받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부실한 종합건설사는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협력 업체들의 연쇄 부도가 나타나지 않도록 금융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등급으로 분류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으로 회사가 지금보다 건실해지고 좋아질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회사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 하도급 업체들 직원과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건설사 구조조정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지기 전에 정부는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B등급도 불안… “이자 버거워”, 공공택지 포기 줄이어
지난달 30일 국토해양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무리하게 확대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다. PF 잔금의 규모는 지난 3월 기준으로 약 68조원이다. 이 가운데 C등급, D등급 건설사에 묶여 있는 PF는 8조원으로 파악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아직 건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PF의 규모가 6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PF 규모는 줄고 있지만 연체율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분양받은 토지들도 금융위기로 사업이 연기되면서 유동성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C등급 판정을 받은 신동아건설, 청구건설, 남광토건은 김포 신곡지구에 도시개발사업 방식으로 토지를 80% 정도 매입했다가 자금난으로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됐다. 계약해지에 이른 건수가 지난해에만 40건, 올해도 5월 말 기준으로 벌써 23건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관계자는 “주로 평택, 청라, 영종 등 수도권 택지의 해약신청이 많다”면서 “하지만 중도금을 일정액 이상 납부하면 원칙적으로 해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민원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B등급 건설사들도 대규모 PF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어 ‘B등급 부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B등급을 받은 남양건설, 성원건설 등도 PF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출처 _ 한국주택신문(www.housingnews.co.kr)

이지현 기자 · 한국주택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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