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대한민국 만드는 ‘1등 리더십’

[CEO 인터뷰] 한승호 한설그린 대표이사
라펜트l기사입력2010-08-21

 

지난 7월 13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제8차 보고대회에서 ‘녹색성장’과 관련해 한설그린 한승호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 회장자격으로 참석한 자리이지만 조경전문가가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진행된 토론에서 발언한 점은 주목할 사항이다. 지난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한설그린은 '한국을 그린으로 건설하자'는 이념으로 우리 주변환경을 푸르게 변화시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1만6000개 인증 기업과 7400여 회원사를 이끄는 이노비즈협회 회장, 친환경 조경․생태환경 전문기업의 기업가로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한승호 대표를 만나 보았다.

쉽지않았던 한설그린 창립기
한 대표는 서울대 조경학과 졸업 후, 학업 보충을 위해 덴마크로 해외유학을 다짐했다. 유학전에는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20여년간 조경에 몸담은 김성문 선생(당시 한국주택공사 고문)의 ‘환타시코리아’에서 근무하였다. ‘환타시코리아’는 목재놀이시설을 국내에 처음 보급해 '잠실 새세대육영회'에 처음 선보이며 목재놀이시설분야를 개척한 기업이다.

근무를 하며 조경실무를 알아가던 중 갑작스런 김성문 선생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고, 유학을 계획했던 덴마크대학 영어강좌까지 개설되지 않는 불운을 맞았다.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일을 계속하기로 결심하는 한승호 대표다.

처음에는 영업과 자금력이 부족해서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질적인 사장이 아니어서 뜻처럼 되지 않았다. 이후, 영업을 전공한 고교동창와 무역업을 시도 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해외취업을 노렸지만 신입사원도, 경력사원도 아닌 나이때문에 취업문도 열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선배가 진행하던 공사에 목재놀이시설물 공사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고 압구정 현대백화점 옥상 놀이터에 시공을 하게 된다. 한 대표는 불행 중 찾아온 기회를 꽉 움켜잡고 본격적인 사업가로의 재능을 발휘하게 된다.

▲ 한설그린 창립 25주년 (2009)

▲ 한설그린 워크숍 (2010)

생태복원 분야를 걷게 된 계기
한 대표는 1984년 10월 조경설계 ‘필그린’을 설립. 1985년 ‘한국을 그린으로 건설하자’는 의미의 ‘한설그린’으로 상호명을 변경하였다. 그는 목재시설물 제작, 놀이시설물 자체 모델 개발, 시공분야 사업을 진행하던 중 일본 조경잡지에 나온 잔디블록을 보고 ‘밟아도 되는 잔디’를 국내에 보급하기로 다짐한다. 과거 무역업을 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거래처였던 플라스틱 업체와의 인연으로 잔디보호판을 생산하게 된 것. 한 대표는 ‘그린펫트’를 시작으로 목재, 플라스틱, 콘크리트,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의 잔디보호판 연구 개발에 집중하였고, 친환경 녹화 및 조경자재개발, 조경/생태환경 디자인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였다. 이후 생태복원에 관한 미래지향적인 제품과 시스템개발을 목표로 2001년 '한설그린 부설조경생태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해 친환경 조경자재 개발, 입체녹화기술 개발 등의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 지인들과 킬리만자로 등반 (2006) 오른쪽부터 오희영 상무(현대산업개발), 박종화 교수(서울대), 한승호 대표, 우정상 교수(경원대), 남상준 대표(현우그린)

Q. 기업의 경영자로 추구해온 이념은?
A. 경영이란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영이란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도 해당된다. 개인의 생활에 있어서도 자신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경영’이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A. 최근 프로젝트로는 지난 5월 송파구 제2롯데월드 신축현장에 Green Panel 설계·시공이 기억에 남는다. 초고층 랜드마크가 될 제2롯데월드 신축현장 가설펜스에 벽면녹화 그린패널을 설치해 도심경관향상은 물론 공사현장의 환경개선효과, 대기정화 및 소음흡수 효과를 창출했다.
1998년 서울시와 이집트 카이로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조성된 ‘카이로 서울공원’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으로 아름다운 선조들의 생활공간을 세계에 전파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던 공사였다.

▲ 제2롯데월드 신축현장 Green Pane (2010)

▲ 카이로 서울공원 (1998)

▲ 카이로시 대외협력국장과 함께 (1998)

Q.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 회장으로서 조경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A.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자뿐만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는 인사관리, 마케팅, 디자인, 인사재무, 세계 표준화 작업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한 집단이다.
기업은 유기체이며 변화해야한다. 주변의 환경이 바뀌면 소비자의 트렌드도 바뀌게 된다. 그래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변화는 혁신이라는 마인드를 유념하면서 소비자 트렌드를 발빠르게 읽고 대응해야 한다.

▲ 2010 전국중소기업인대회

Q. 녹색성장을 국가 패러다임으로 설정한 시점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A. 아직까지 녹색성장의 개념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크다. 하지만 포괄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올리는 것까지 녹색성장에 속한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CO₂를 줄이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화석연료를 대신할 대체에너지 발굴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으며, 조경분야와 관련해 수목의 순환으로 CO₂를 감소시키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환경오염과 경제개발은 상충적인 관계였지만 앞으로는 환경이 개발을 지원하고, 개발이 환경을 지원함으로써, 두 가지 가치가 상생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돼야 한다.

▲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그린봉사단 발대식

Q. 조경분야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의 말
A. 목표와 열정을 가슴에 담아두고, 자신의 일에 대해 프로정신을 가져야 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준비하기가 쉽진 않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까지 겸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Q. 향후 계획에 대하여
A. 정년을 마친 사람들도 할 수 있는 형태의 일과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더불어 후학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
조경은 자연과학에 한정된 학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무한한 스펙트럼과 깊이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길게 내다보고, 주변학문(인문학, 예술 등)과 융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분야의 발전에 힘이되고 싶다.

한승호 대표의 사무실 곳곳에는 부엉이 모형 여러개가 자리잡고 있다. 한 대표에게 부엉이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부엉이는 지혜를 상징한다”고 답하며 미네르바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의 지혜의 여신으로 항상 부엉이를 데리고 다녔으며 미네르바의 분신으로 여겨지는 부엉이는 ‘지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부엉이를 모으는 한대표의 지혜로운 생각으로 대한민국이 한걸음 더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길 바란다.

손미란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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