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영애 소장, 한국여성건설인협회 신임회장

라펜트l기사입력2009-02-24

 

안스디자인 조경기술사사무소의 안영애 소장이 한국여성건설인협회 신임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단체에서 조경분야가 회장직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안영애 소장의 근황과 앞으로의 협회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신 것 축하드린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한국여성건설기술인협회는 2002년 12월 26일 지금의 국토해양부 산하로 등록한 사단법인이다. 현재 회원수는 약 180명 정도이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아마도 여성들의 사회 참여나 건설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여성건설인의 건설분야 참여 확대와 건설인으로서의 자질 및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를 위해 교육을 실시한다거나, 해외여성건설단체와 제휴 및 정보교류 등 국제협력 사업을 추진한다거나, 건설관련 연구 학술 용역을 수행하고, 도서를 발간하고, 기타 회원의 복리증진을 위한 활동들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
실제 회원들의 기술향상을 위해 독일, 스위스의 도시를 방문하여 유럽의 도시현황을 보고 교류활동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협회의 구성을 보면 건설관련분야를 크게 건축계획, 실내건축, 시공, 조경 및 도시계획 교통, 토목 등 5개 분야로 분류하여 각 분야에 부회장을 1명씩 두어, 회장 1명과 5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다. 이는 한 쪽에 편중되지 않고 여러 분야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방침으로, 회장은 부회장 중에 맨 앞줄에 서있는 사람 정도로 보면 되겠다.

한국여성건설인협회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만들기”는 협회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추진사업이자 핵심사업이다.
우리는 도시를 한 분야가 아닌 여러 분야, 즉 건축, 도시계획, 교통, 조경, 토목, 구조, 시공 등의 다양한 분야가 모여 건설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도시가 지닌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다양한 분야의 여성전문가들이 모여서 서로의 색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결점을 찾아 가고자 하였다.
도시는 그 시대의 여러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사회인식, 경제력, 경제규모, 가치, 철학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구의 절반인 여자와 사회적 약자인 노약자, 장애우, 어린이 등이 이 도시에서 과연 행복하게 사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결하면 될까? 하는 생각에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라는 주제로 세미나와 도시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 연구는 2003년도부터 시작하여 “아파트 단지”, “여성친화도시 서울을 위한 제언”, “도시와 빛”, “가족친화 환경만들기”, “생활가로”, “에너지절약형 건축물”, “도시와 색” 등 매번 다른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만들기” 외에는 문화가 있는 놀이터 만들기, 여성친화 공중화장실, 공간복지증진을 위한 여성건설인 활용방안 연구용역 등을 수행하기도 했다.



건설분야에서 여성의 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2008년에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로부터 용역을 받아 “여성건설기술인의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여성건설인들의 사회참여가 예상보다 상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공분야는 그 비율이 너무 미미하였고, 설계분야도 조금 있긴 하지만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그 비율이 상당히 떨어지고 있다. 사회적 참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으로 짐작해 본다면, 여성기술인은 양적으로는 풍부하나, 그 위상은 질적으로 그닥 좋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4년제 남녀공학 건축과의 경우 25% 정도가 여성이고, 여자대학의 100%를 더하면 건설관련분야 여성 인력의 배출 비율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여성인력의 활용은 전체 국가의 산업인력 정책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정책만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도 하위직에 여성이 많은 불균형의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여성건설기술인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의 많은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설계분야에서는 여성들이 섬세하고 치밀한 성격과 높은 책임감을 통해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이고 있는데, 중도에 그만두게 된다면 그만한 인력을 양성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기업에게는 낭비적일 것이다. 또한 기혼여성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업 혼자로서는 풀기가 어렵다. 국가 기업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회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해 나갈 계획인가.
그 동안 여러 회장님이 잘 해 온 대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분야가 조경분야이므로 환경, 녹색성장을 키워드로 도시에서 실현 가능한 녹색성장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여타 분야와 교류하면서, 동시에 협회 재정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

조경설계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협회 운영이 힘들지는 않을까.
협회운영이 힘들지만 옆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지만 특히 조경분야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다. 고마울 뿐이다.
선진엔지니어링의 박승자 부사장님, 시립대 박문호 박사님, 서인이앤아이의 한선아 사장님, 모자익조경기술사사무소 이원아 소장님 등등.
그리고 건축계획분야에서는 시립대 이선영 교수님, 실내건축분야는 연세대 하미경 교수님, 도시계획분야는 제이씨기술사사무소 김혜란 박사님, 교통분야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김태희 박사님, 신양테크 김경희 사장님 외 여러 분야의 훌륭한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신다.
저는 다만 그 분들이 일을 잘 하실 수 있도록 배경이 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최근에 “맛있는 차”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 좋은” 카페도 운영하고 계신데, 카페 소개 좀 해 달라.
현재 사옥이 위치한 골목의 주변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 이러한 골목에 문화적 쉼터를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도시의 문화를 조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ALLEE”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손익분기점에 다다르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좋은 커피와 친절함, 편안함을 주면 언젠가 많은 분들이 오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충분한 수익도 창출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한 번 다녀간 분들이 “커피 맛”이나 “분위기가 좋아서” 다시 오시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홍보가 없이 시작해서 즉시 효과는 없었지만 찾으시는 분들이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다.

카페는 레벨이 다른 2개 공간으로 구별되어 각각 공간이 독립적이면서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공간이 주변 도시인들은 물론 많은 조경인들의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에 첫걸음을 내 딛는 여성 건설인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나의 젊었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마음이 급해 무엇인가 빨리 결과를 얻고자 하여 안타깝다.
자연에서 배우길 바란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벼가 익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또 나무를 보면 이식을 자주한 나무가 튼튼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연을 통해 배우지 않는가. 처음 뿌리를 내린 수목은 어려움이 많지만 한 곳에 오래 있는 나무의 뿌리가 강한 것을 보면 직장생활 역시 그러할 것이다.
빨리 결과를 보려하지 말고 가급적 한 우물을 파라고 말하고 싶다.

전 대학원을 마치고 공백기도 있었지만, 1982년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27년째이다.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조경분야이고 게다가 여성이라는 어려운 조건이었지만, 오랫동안 열심히 하니 운도 따르게 되었다. 일이란 항상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책임도 중요하다.
조경은 창의적인 일이기에 어떤 일보다는 즐거운 분야이다.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하면 언젠가 보람된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영애 소장은 꼭 감사의 말을 해야 할 분이 있다고 했다.
“언제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가족과 이 일을 하면서 마음 속 모델인 서안의 정영선 사장님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박광윤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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