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견건설사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의 연이은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업계와 금융권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중소건설사들이 연이어 위기를 겪었지만 2010년 시공순위 34, 35위의 두 건설사가 PF대출 부담으로 인해 휘청하자 업계에서는 크게 놀란 눈치다.
특히 2월과 3월에도 대기업 계열사인 LIG건설과 진흥기업이 각각 법정관리·워크아웃을 신청, 중견건설사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나돌기 시작하던 상황이었다.
올 들어 연이어 발생한 저축은행들의 영업정지도 PF대란에 한몫했다. 제2금융권인 이들 은행의 경영악화 원인이 사업성과 경제성은 고려하지 않은채 남발한 PF대출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는 의견이 상당수다.
현재 부실PF 부담은 저축은행뿐 아니라 제1금융권인 은행에까지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자금을 조기 회수하거나 추가 대출을 기피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지적했다.
▲ 지난 4월 27일(수) 간담회에 참석한 건설협회 최삼규 회장(사진 왼쪽)과 정종환 국토부장관(오른쪽)
2분기 8조원 만기, ‘5, 6월 대란설’
금융권에 따르면 2010년 말 현재 금융기관의 부동산 PF 잔액은 66조6000억원으로 올해 만기되는 PF 규모는 은행권 15조원, 2금융권 10조원 등 총 25조원에 이른다.
이중 2분기 만기도래금액은 8조원에 달하며 미분양·미입주, 계약해지 증가로 유동성 악화 및 PF대출 연체율(6.67%) 급증으로 ‘5, 6월 대란설’이 확산되고 있다.
시공순위 100위안에 드는 중대형급 이상 건설사들도 PF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 PF대란이 지속되거나 확대되면 업계와 금융권,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현재 100위권 건설사 중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신청한 업체는 이미 29개에 달한다.
대형건설사인 10대건설사의 형편도 좋은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4월 27일 현재 주요 건설사별 PF관련 보증한도는 현대건설(시공순위 1위) 1조9068억원, GS건설(3위), 2조7984억원, 대림산업(5위) 2조860억원, 대우건설(4위) 3조8067억원, 현대산업개발(8위) 1조2883억원, 두산건설(10위) 1조5035억원 등이다.
경실련이 30개 상장 건설사에 대해 2010년말 기준 공시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사한 PF관련 자료에 따르면 30개 상장 건설사의 2010년말 PF대출 보증잔액은 30조3000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 관계자는 “PF대출 보증금액을 부채에 포함시킨 조정부채비율을 계산해보면 30개 건설사 평균 조정부채비율은 259%이며 14개 기업이 400%를 초과했다”며 “워크아웃 대상 및 법정관리 신청 건설사 10곳의 PF대출 보증잔액은 모두 10조9000억원대로 이들 기업의 보증 부실이 타 건설사들에게 전이될 위험에 노출됐다”고 강조했다.
건설경기 침체에 빗나간 수요예측
부실 PF사업에 대한 불안감은 이미 금융위기 이후인 2008년경 이후부터 조성돼왔다. PF대출을 받아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해도 경기침체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사업장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의 위기 원인도 두 건설사가 함께 진행하던 서울 강남구 내곡동 헌인마을인 것으로 알려졌다. 5000억여원에 달하는 PF대출의 만기를 연장하지 못한 삼부토건에 이어 공동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PF란 개발사업 시행자(시행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해당 사업자금을 대출 받아 향후 사업 수익금으로 회수하는 제도다.
이때 시공사는 통상 시행사가 대출금을 못 갚을 때 대신 갚겠다는 지급보증을 서게 된다. 금융기관은 그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시공사의 지급보증으로 돈을 빌려준다.
한마디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시행사가 부도가 나면 시공사가 돈을 대신 갚아줘야 한다는 말이다. 영세한 시행사가 많은 국내 시장 현실에서 시공사는 리스크 위험을 감수한채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건설경기가 활황이어서 자금이 잘 흐를 때는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PF대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권에서는 사업성에 의문을 품으며 추가대출이나 대출만기 연장을 꺼리게 되고, 이렇게 되면 당장 사업자금을 구할 방법이 없어진 시행사와 지급보증을 선 시공사는 유동성 악화로 부도 위기를 연이어 맞게 된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건설물량 감소와 해외공사 수주 급락, 부동산경기 장기침체로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건설협회는 최근 PF대란이 불거지자 “금융권의 신규대출 중단, 기존 PF대출 만기연장 심사 강화 및 대출금 회수 조치로 건설업계가 공멸위기”라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조준현 건설협회 건설진흥실장은 일단 건설업계에 대한 책임이있다고 전제한뒤, “업체입장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기대하고 PF사업을 추진했는데 경기침체와 더불어 정부의 정책 변화가 생기자 어려움을 겪었다”며 “금융기관들도 해당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하지 않은채 담보만 보고 투자를 하는 등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실PF 만기 연장여부 ‘촉각’
현 PF대란은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화근이다. 우선 올 들어 줄줄이 영업정지 사태를 빚은 저축은행 문제가 심각하다.
저축은행은 부실PF로 인해 삼화저축은행, 부산상호저축은행, 대전상호저축은행 등 총 8개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됐다. 업계에서는 이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만 6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도 안전하지 않다. 경실련에 따르면 은행 업권의 전체 부실채권 대비 PF부실채권 비중은 2007년말 3.9%에서 2010년말 25.41%로 6.5배, PF대출 잔액 대비 PF부실채권 비중도 2007년 0.64%에서 16.44%로 25.7배 각각 증가했다.
PF대출 연체율도 2007년말 0.48%에서 2010년말 4.25%로 8.9배 증가했으며 PF대출로 인한 연체금액도 2007년 0.2조원에서 2010년말 1.6조원으로 8배가 늘었다.
이처럼 금융권의 PF 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올해 만기되는 25조원 규모의 PF대출 연장 여부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에는 5000억원의 규모가 넘지만 착공도 하지 못한 10대 건설사의 주력 사업장들도 포함됐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대형건설사의 경우 금융권에서 대출을 연장해 주겠지만 중소건설사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문제 등이 얽힌 경우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ABCP는 만기가 짧고 투자자가 한 곳이 아닌 수천명에 이르는 개인들이어서 일일이 만기 연장을 확인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업계는 2010년말 기준 시공순위 30위 이내 건설사가 지급 보증한 ABCP의 규모는 약 15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출처 _ 한국주택신문(www.housin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