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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론]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글_안영애 논설위원(안스디자인 대표)
라펜트l기사입력2019-09-17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


_안영애(안스디자인 대표)



공동의 가치

설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품은 꿈이 있다면 좋은 설계를 하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그 꿈은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이제는 나름 열정적이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설계가는 열정과 책임을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좋은 시공자를 만나야 가능성이 열리고, 좋은 시공자는 좋은 발주처나 환경에서 가능한 것 같다. 시장과 괴리가 있는 공사금액, 공사기간이 아닌 준공일자에 맞춘 공사기간, 혹한, 혹서기일 수밖에 없는 예산집행시스템…. ‘돈을 주면 당연히 하는 것’이라는 일방적 생각으로 좋은 공간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한다. “돈 주는데?”라고 말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돈’ 그 한마디로 모든 과정이 정리된다면 얼마나 슬픈 사회인가? 많은 시간을 공들여 한 설계도면이 기계도면도 아닌데 현장과 10㎝ 레벨 차이만 나도 다 엉터리이고 그림이라고 매도하는 시공자, 설계의미도 의도로 모른 채 꼼꼼하고 아름답게 시공하기보다는 빨리, 편하게 절대 하자 안 나게 하는 현장설계변경…. 설계가는 좋은 설계와 공간을 위해, 시공자는 보다 많은 이익을 위해, 발주처는 예산절감 등등 나름 각자의 위치에서 입장을 가지고 사는 것이 당연지사이겠지만, 혹시 너무 일찍 포기하고 타협한 결과라면 우리는 제대로 가는 것일까? 각자 역할과 추구하는 것이 방법은 다르지만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우리 공통의 목표, 가치는 없는 것일까? 옛 속담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지금처럼 각박한 설계, 시공, 발주환경에서는 좋은 공간을 만들기는 참으로 어려운 것 같다. 세상은 풍요로워졌지만 더 각박하고, 서로 의심하여 견제하고자 무리한 규제를 만드는 사회가 서글퍼진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살기 힘든 사회인가?


공공과 민간의 역할

15년 전 대기업에 근무하다 독립하여 작은 사무실을 개소했을 때 주변에 많은 분들이 우려하셨다. 아마 충분한 준비도 없이 꿈만 가지고 시작한 내가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 그러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 당시에는 이 분야의 창업이 비교적 좋은 여건이라 순조롭게 출발하였지만 그것은 잠깐이고 수년째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분야의 어려움을 꼽자면 전체적인 물량축소도 있지만 거시적으로는 우리 경제가 우리만이 아닌 세계경제와 연관되어 있기에 해결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공공과 민간의 기능과 역할을 통한 상호 보완이면 일부라도 개선될 것 같은데 그 역할을 못하는 것도 악화에 일익을 한 것은 아닐까 한다. 과거 모 서울시장이 시도 경제논리를 적용한다며 “내가 과거에 공사를 해보아서 아는데”로 시작되는 경제논리가 있었다. 아주 잘못된 사례였는데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경제가 안 좋을 때는 공공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기능으로 담당하여 경제를 끌어가야 하는데 과연 공공에서 민간이 하여야 할 역할마저 뺏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많은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을 살펴본다고 하지만 국가가 개인을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한 관행을 할 경우 누가 살필 것인가? 경제학자는 아니기에 진단이 어설프고 합리적이지 못하겠지만 정확한 진단, 통계수치가 아닌 현재 우리 분야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콩고물 떡고물 그리고 선순환구조

국민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종류의 직간접적인 세금을 납부하는데, 정부는 그 세금을 기반으로 해 국민을 상대로 장사(조달)한다면 국민은 무엇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할 것인가? 개인과 국가는 그 역할이 있다. 국가에서 집행하는 콩고물 떡이 충분히 고물을 묻히지는 못할망정 절감이라는 명분으로 고물을 탈탈 턴 맨 떡이거나, 속 빈 떡이라면 이것이 공정한 것인가? 시장 시세와는 전혀 맞지 않는 떡을 시장에 내 놓아도 잘 사먹는다고 하지만 오죽하면 그러하겠는가! 잘못하면 그것이 양식이 아니고 독이 될지도 모르면서, 혹시나, 또는 할 수 없어 먹으려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았는가!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나누어 주기보다는 보다 더 합리적이고, 시장에 적합한 비용을 통해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1,000원이 넘는 것을 절감이라는 이름으로 200원에 하라고 하는 것이나, 대부분 자재는 조달로 공급할 터이니 공사만 하라고 하는 것이 과연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올바른 것인가? 지금의 제도와 관행을 보면 조경설계시공에 참여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고용자인데, 그 고용은 안정되지도 않았으며 노후보장도 되지 못하는 고용이라면 재고해야 하지 않겠는가!

설계비도 문제이지만 시공은 더 큰 문제이다. 현재 시스템 중 도급자가 직영으로 시공하는 경우가 몇 %가 되는가? 명분은 절감이고 그 위치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사회구조를 알면서도 눈감은 것은 아닌가 싶다. 하도업체는 사회생태계를 지탱하는 가장 하부생태계로, 이 생태계가 무너지면 위 단계 생태계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한다. 개인이 조달청에 물건을 납품하여 조달수수료를 내어 중앙정부가 중간에서 개인이 취해야 할 이익을 가로채기보다, 자치단체만이라도 조달을 안 쓰면 감사를 받는 내부 규제를 풀고 조달 수수료만큼을 개인에게 돌려준다면 경제활동이 그만큼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있다고 생각한다. 수년 동안 조달시장 규모가 커졌다고 하는데, 이는 곧 그 비율만큼 공공이 민간의 영역을, 개인의 시장을 침범한 것이다. 우리가 납부한 세금을 자본으로 한 평의 농장도 공장도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감사와 징계를 한다는 규제의 채찍과 우월적 지위를 통해.... 




공원포장은 도로포장과는 달랐으면 합니다

모 시에서 자문 한 경우이다. 시민들은 공원포장의 경우 주변 보도포장과 같은 포장 재료가 아닌 공원다운 포장재로 시공해달라고 한다. 보도포장재와 똑같은 규격, 색채의 포장은 공원산책로를 공원이 아닌 도로의 보도같다며 이를 개선해달라고 이야기하였지만 현 제도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조금 더 색다른 공원을 만들고 싶지만 공무원이 말도 안 되는 오해와 감사를 받아가면서 조달품목이 아닌 재료를 감히 어떻게 사용하겠는가? 설계자도 공무원도 문제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조달’이다. 이제는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양이 아닌 질의 시대로 변화하여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는 ‘양’에 대한 집착이 있다. 조달은 대규모 토목공사 시 예산절감을 위해 적합한 제도일수 있지만 조경처럼 소규모, 창의성, 디자인이 중요한 분야에 적합한 제도인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반고등어와 생물고등어

싱싱한 고등어는 생고등어로 판매하고, 조금 시간이 지난 고등어이거나 노르웨이산 고등어, 우마차로 물건을 운반하는 안동 간고등어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면 자반고등어를 만든다. 그렇다면 식물은 자반고등어인가 생물고등어인가? 공공에서 시행하는 공사문제에 있어 조달문제를 이제 공론화하고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하도 답답하여 건축에 물어보니 건축은 공공조달이 거의 없다고 한다. 건축재료 중 살아있는 생물 자재가 과연 얼마나 있는가?

조경의 주요 소재인 ‘식물’을 조달받는 관행은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 공정에 영향을 주는 조달공급, 맞춤형 재료가 아닌 규격도 안 맞는 제품, 벽돌이나 타일처럼 규격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과연 살아있는 식물에 적용할 수 있는가? 창의성도 제한적이고 시공자 스스로 공정계획을 맞추기도, 자긍심을 느낄 수 없으며 책임감도 불분명한, 하여 조악한 시공결과를 만들어 내왔던 조달관행을 일시에 변화할 수는 없겠지만 서서히, 1차적으로 식물부터 그 비율을 낮추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다못해 한우와 수입육도 차이가 나는데 강건한 식물과 최소한의 기준을 맞춘 식물이 동일한 가격이라면 한쪽은 손해이거나 득을 보는 것이 합리적인가? 식물이 아니라도 소운반이 필요한 자재의 경우 이러한 것을 반영을 안 해주는 경우가 많다. 분명 조달은 늘 ‘현장도착도’라고 하지만 조경현장이 넓을 경우 현장 도착은 현장은 어느 지점을 의미 하는가? 조선시대에도 흉작에 백성이 어려우면 저리로 구휼미를 풀어 백성이 살게 해주었는데 그렇게는 못할망정 정부가 개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것인가? 


조달조경

식물소재는 합성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누군가가 앞서서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고 그 새로운 품종으로 새로운 경관을 만든다. 품종 중에는 우리 국토에 산재하였지만 그 가치를 모른 채 있다가 이를 상품화한 경우도 있고, 때로는 수입하여 우리 기후에 맞게 육성한 경우도 있는데 그들의 노력을 일정부분 인정해주는 시장이 되어야 하는 게 공정한 것 아닌가? 누구는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모두가 조달이라는 제도에 묶여 있다면 누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육성할 것인가? 예산은 늘 부족한 것이다. 예산증액이 어렵다면 선택의 폭이 제한적인 조달이 아닌 새로운 품종,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부족한 예산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과연 조달은 누구를 위한 조달인가? 조악한 상품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지고 시공자는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건축에서는 조달품목은 없는데 조경에서는 감사가 두렵고 귀찮다고, 공사비가 부족하다고 조달품목만을 선정하다보니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건축에서는 디자인이 떨어지니 어지간한 공원, 마을마당, 조경이 아닌 건축이 해야 하다고 하는 실정이다. 힘들게 시작한 생태하천이 이제는 조경이 아닌 토목에서, 정원산업 역시 임업에서, 우리 주변은 온통 어려움으로 둘러싸여 있다. 산업이 발달해야 학계도 공무원이나 발주처 역시 힘이 생길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식물은 조달이 아닌 시공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란다. 
글·사진 _ 안영애 대표  ·  안스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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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a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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